[기자24시] 요양병원에서 온 편지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4. 2. 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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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아버지도 지금 요양병원에 계셔." 요양병원 문제점을 짚은 연속 보도가 나간 이후 가족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지인들의 고백이 이어졌다.

근황을 알려온 그들이 반가웠지만 요양병원에 가족을 모시고 있다는 소식을 마냥 반길 수가 없었다.

매일경제가 미디어 플랫폼 어피티와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69%는 노후에 건강이 악화됐을 때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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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병원 대해부 ◆

"사실 우리 아버지도 지금 요양병원에 계셔." 요양병원 문제점을 짚은 연속 보도가 나간 이후 가족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지인들의 고백이 이어졌다. 근황을 알려온 그들이 반가웠지만 요양병원에 가족을 모시고 있다는 소식을 마냥 반길 수가 없었다. 취재하며 알게 된 요양병원의 문제가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기동팀은 요양병원 실태 취재를 위해 전국의 100곳이 넘는 요양병원을 취재했고, 국회의원실 4곳과 협력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취재 결과 일부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가했던 언어폭력과 정서적 학대는 물리적 폭력 못지않게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부고발이 있었기에 취재할 수 있었다. 경상남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한 달 넘게 취재팀과 연락하며 용기를 내 실태를 알려왔다. 현실을 바꾸기 무척이나 어려웠다는 무력감과 괴로웠던 심경을 적은 그의 편지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간병인에 의한 학대가 끊이지 않는 이면에는 낮은 처우에 혼자서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하는 고된 업무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간병인이 통상 6인실에서 환자와 숙식을 함께하며 한 달 내내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300만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한 간병인은 "한 달 동안 쉬는 날 없이 병원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고 상주하며 일하는 구조"라면서 "제대로 잠도 못 이루는 환자들을 돌보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요양병원의 문제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머지않아 나 자신에게도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가 미디어 플랫폼 어피티와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69%는 노후에 건강이 악화됐을 때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요양병원뿐만 아니라 요양원에서 벌어졌던 억울한 사연을 보내온 독자들도 있었다. 90대 노모를 요양원에 모시고 있다는 한 독자는 "요양원의 실태에 대해서도 취재해달라"고 부탁해왔다. 취재팀은 독자들의 제보를 차례로 확인하고 보도를 이어갈 생각이다.

[김정범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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