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세무조사 당했던 귀뚜라미그룹…세금 소송도 패소
귀뚜라미홀딩스·귀뚜라미 등 나눠 사업 세분화
세무 당국 “‘세금계산서’ 발급 주체 문제있다”
귀뚜라미그룹 세금 20억 추가 부담 위기
法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의무, 승계되지 않아”
당국으로부터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던 보일러 제조업체 귀뚜라미그룹이 ‘세금계산서’ 발급 주체를 잘못 설정해 추가로 세금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세무 당국은 귀뚜라미가 지주사 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세금계산서 발행이 적절하지 않아 일부 세금을 신고·누락한 것으로 봤다. 귀뚜라미그룹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최근 귀뚜라미홀딩스(홀딩스)·귀뚜라미·나노켐 등이 경산세무서와 아산세무서, 강서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등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거꾸로 두 번 타는 보일러’로 명성을 얻은 귀뚜라미는 2019년 11월 21일 투자사업 부문과 제조사업 부문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분할회사인 귀뚜라미를 ‘귀뚜라미홀딩스’로 사명을 바꿔 투자사업 부문을 맡겼고, 신설법인으로 ‘귀뚜라미’를 새로 설립해 제조사업 부문을 담당케 했다. ‘분할 전 귀뚜라미’가 오늘날 홀딩스가 된 것이다. 이후 홀딩스에 귀뚜라미홈시스와 나노켐 투자 부문을 흡수합병 시켰다.
인적분할이 마무리된 2019년 12월, 귀뚜라미는 홀딩스가 한 거래를 포함해 2019년 11월에 발생한 매출·매입에 관한 세금계산서를 자신의 명의로 발행했다. 홀딩스가 ‘분할 전 귀뚜라미’로 사업을 진행해 매출이 발생했고, 분할 후에는 신설법인인 귀뚜라미가 홀딩스의 계약당사자 지위를 포괄 승계했으므로 세금계산서 발급 주체도 자신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세금계산서 발급 주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 서울지방국세청은 2021년 4월~8월에 귀뚜라미홀딩스와 귀뚜라미, 나노켐을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2019년 11월 20일까지 ‘분할 전 귀뚜라미’에게 발생한 매출 1330억원과 매입 거래 약 40억원의 세금계산서는 홀딩스가 발급하거나 수취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홀딩스가 매출분 일부를 신고·누락했다고 봤다.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세금계산서는 사업자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시기에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액 등을 기재해 공급받는 자에게 발급해야 한다. 매출이 발생한 당사자가 ‘분할 전 귀뚜라미’라면 세금계산서 발급 역시 ‘분할 전 귀뚜라미’, 즉 홀딩스가 발급·수취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서울지방국세청은 귀뚜라미그룹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경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이 판단에 따라 경산세무서 등은 귀뚜라미그룹에 가산세를 부과하는 등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각각 경정·고지했다. 귀뚜라미그룹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은 약 2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발한 귀뚜라미그룹은 2021년 12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하지만 1년 뒤 기각 결정이 나오자 지난해 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귀뚜라미는 분할 과정에서 홀딩스의 세금계산서 발급·수취의무를 포괄 승계했으므로 2019년 11월의 세금계산서는 자신이 발급·수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룹 분할 과정에서 작성한 공법상 권리의무와 권리, 재산적 가치가 있는 사실관계는 신설법인인 귀뚜라미가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도 제시했다. 특히 세금계산서에 관한 세법 해석이 달랐을 뿐, 부가가치 신고 의무를 저버린 게 아니라며 가산세 부과도 위법하다고 했다.
재판에서는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주체가 신설법인에 포괄 승계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부가가치세 제34조와 국세기본법 등을 근거로 세금계산서 발급 주체는 ‘분할 전 귀뚜라미’인 홀딩스라고 판단했다. 귀뚜라미가 홀딩스의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의무를 포괄 승계한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세금계산서는 재화나 용역 공급시기에 작성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래 당사자는 홀딩스이므로 홀딩스가 분할 전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 내지 그 상대방 지위에 있다는 사실이 기재돼 있어야 세금계산서의 정확성과 진실성이 확보된다”며 “국세기본법상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가 분할 신설법인(귀뚜라미)에 승계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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