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듯” 미국 홀린 한국화…LA서 두달간 ‘앵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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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꼿꼿한 자세로 "동양화의 정신성이 미국과 유럽 관람객들의 마음을 건드린 것 같다. 우리 것인 한국화를 우리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데, 오히려 서양에서는 놀라워하고 신기해하더라"고 말했다.
2022년부터 독일과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등 유럽의 한국문화원에서 시작해 전시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돌아온 소회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는 그래서 신작부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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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서 해외순회기념전
“동양화 정신성, 미국에 통해”
‘불국 설경’ 등 수묵대작 눈길
“저녁에 별이 창창했다. 문득 설경이 그리고 싶다고 제자에게 말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제자가 갑자기 깨우더라. 5년 넘게 눈이 안오던 경주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거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단숨에 설경을 그렸다. 안 그리고 그리는 것이 미술의 ‘술’(術)이다. 연습을 지독하게 하면 붓으로 정말 눈이 오는 맛도, 소리까지도 잡아낼 수 있다.”
서울 가나아트센터 2층에 나란히 걸린 펼쳐진 두 대작은 이번 설날에 놓쳐선 안될 작품이다. 얼마전 눈 오는 밤의 불국사를 그린 ‘불국 설경’과, ‘삼릉풍경’(2017)의 보름달이 뜬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폭 8m가 넘는 압도적인 수묵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필법(祕經)으로 그려졌다.
미국에서 금의환향한 가나아트센터의 1호 전속작가인 박대성의 해외 순회 기념전이 개막했다. 3월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2년간 순회전의 뜨거운 반응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꼿꼿한 자세로 “동양화의 정신성이 미국과 유럽 관람객들의 마음을 건드린 것 같다. 우리 것인 한국화를 우리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데, 오히려 서양에서는 놀라워하고 신기해하더라”고 말했다.
박대성은 18세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린 무학의 화가다. 한국전쟁 당시 부모를 여의고 자신의 왼쪽 팔까지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1969년부터 1978년까지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8번 입선했고 1979년에는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묵화부터 고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연습을 거듭하는 고행의 길을 걸으며 반세기 넘는 화업을 이어왔다.
2019년부터 추진되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8곳의 해외 순회전은 연기된 덕분에 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2022년부터 독일과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등 유럽의 한국문화원에서 시작해 전시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로스앤젤레스 LA카운티미술관(LACMA)부터 하버드대 한국학센터, 다트머스대 후드미술관,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찰스왕센터 및 메리워싱턴대학까지 미국 동부와 서부를 아울렀다.
특히 LACMA에서 처음 열린 한국 작가 초대전이었던 전시는 약 두 달간 연장될 정도로 열띤 반응을 얻었다. 가장 큰 수확은 다트머스대 김성림 교수 주관으로 네 개 대학이 연계해 발간한 도록이다. 한국화 작가를 분석한 첫 영문 연구서가 발간됐다.
미국에서 돌아온 소회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는 그래서 신작부터 걸었다. 1층 입구에는 귀국 이후 그린 금강산도 ‘현율’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1만2000봉이 연꽃처럼 사찰을 둘러싸 내려다 본다. 작가는 “원경, 중경의 개념을 내가 바꿨다. 내가 새가 되서 부감으로 내려다보는 파격적 구도다”라고 설명했다.
매일 수양하듯 스케치를 하는 그의 화첩도 함께 전시된다. 1000개가 남는 화첩 중 일부를 가져와 병풍처럼 펼쳐보인다. 대작 수묵풍경화를 그는 미국 전시를 위해 ‘미니어처’로 다시 그리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 축소된 그림들과 함께 불국사, 경복궁 돌담길, 인왕산, 금강산까지 우리 산하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작가는 “서양 그림은 거머줘기만 한다. 그런데 눈처럼 안그리고 표현하는 법도, 설명하지 않아도 보이는 법도 있어야하지 않겠나. 요즘은 그림의 기술은 어디가고 메시지만 남았다. 해외에선 그들이 가보지 못한 금강산, 제주, 경주 그림을 그렇게 좋아하더라. 현대미술도 중요하지만, 한국화라는 선조들이 물려준 이 좋은 문화유산도 국가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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