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반도체 IP가 뜬다… 올해 AI·CXL 등 차세대 기술 수혜 본격화
오픈엣지·퀄리타스 등 실적 개선 전망
챗GPT, 온디바이스 AI 등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기술 트렌드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 종합반도체기업(IDM) 등에 반도체 IP(설계자산)를 판매하는 국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불황 속에서도 상장 이후 첫 흑자를 기록한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퀄리타스반도체 등이 올해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토종 반도체 IP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오픈엣지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흑자가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오픈엣지가 올해 온디바이스 AI,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인 컴퓨티익스프레스링크(CXL)를 비롯한 다양한 IP 수요에 힘입어 연간 매출 365억원, 영업이익률 12.8%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번 개발하면 5~10년 매출 보장… “선진국형 반도체 산업”
반도체 IP란 사전에 설계 및 검증된 높은 수준의 기능블록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반도체 설계회로를 말한다. 반도체 IP 기업은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제일 앞단에 위치하며 반도체 칩 설계에 필요한 핵심 기능블록을 선행 개발해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에 공급한다. 반도체 IP 수요자는 검증된 IP 도입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 양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 IP 산업은 개발에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반도체 공정 수명이 길어 양산 제품을 출시하면 적게는 5년에서 10년 이상 매출이 발생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공정 미세화와 AI 기능 탑재 확대로 칩 설계의 복잡성이 가중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비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 28나노 공정 기반의 칩 개발 비용은 평균 5000만달러(한화 663억원) 수준이었지만, 5나노에 접어들며 5억달러(6632억원) 수준으로 10배 이상 비싸졌다. 여기에 AI가 처리하는 데이터 처리량도 폭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대역폭과 속도, 인터페이스 등 요구되는 기능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IP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이 IP 시장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 칩 설계에 필요한 반도체 IP 개수는 칩당 평균 1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이 많은 IP를 반도체 기업이나 설계업체가 직접 개발하기에는 개발 기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커진다. 이에 특정 IP에 강점을 지닌 업체로부터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세계 반도체 IP 시장 규모는 해마다 증가해 2026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온디바이스 AI의 발전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하고 칩과 칩 사이 고속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하이엔드 인터페이스 IP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업체는 20여개에 불과하고, 미국과 영국의 소수 업체가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 AI와 함께 찾아온 반도체 시장 변곡점… 토종 기업들 수혜
국내 기업들도 IP 시장에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출신들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퀄리타스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ARM, 케이던스, 시놉시스 등 서구권 기업들이 장악해온 IP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부터 온디바이스 AI와 챗GPT 수요와 함께 급성장이 예상되는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 기술을 집중적으로 축적해왔다.
특히 오픈엣지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상장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 규모를 2배 수준으로 늘렸으며, 올해 역시 2배 수준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구개발비 지출과 인력 채용이 안정화됨에 따라 매출액 증가분 만큼 적자가 급속도로 감소해 연간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고 있고, 데이터센터 및 온디바이스 AI용 반도체 IP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CXL 기술이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까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 관계자는 “오픈엣지는 인텔이 주도하는 CXL 컨소시엄에 등록된 유일한 한국 IP 업체다. 국내외 메모리 업체들이 CXL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자체 CXL 컨트롤러 개발을 본격화한 가운데 관련 IP 수요가 커지고 있다. 오픈엣지가 보유한 메모리 컨트롤러 IP와 PHY(데이터 전송을 위해 데이터를 통신매체에 적용 가능한 신호로 바꾸는 계층) IP는 거의 필수적이기 때문에 고객사 기반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리타스반도체 역시 탄탄한 IP 포트폴리오와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의 협업 수준이 높아지면서 올해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허성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AI SoC(시스템온칩)로 칩 내외부 데이터전송 속도가 중요해지면서 초고속 연결 IP의 가치가 증가하고 있다”며 “퀄리타스반도체가 개발한 PCIe 6.0 PHY IP 기술이 올해부터 계약이 체결되면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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