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플랫폼법 연기…충분한 검토 거치되 법 취지는 살려야

연합뉴스 2024. 2. 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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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이 연기됐다.

공정위 사무처장이 지난달 24일만 해도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플랫폼법 입법이 꼭 필요하다"며 업계와 언론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오해'라고 일축했는데 2주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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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플랫폼 전방위 제재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이 연기됐다. 충분한 의견 수렴을 연기 이유로 들었지만 당초 계획했던 규제 수위가 한층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플랫폼법 입법을 위해 국내외 업계 및 이해 관계자와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며 "사전 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내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의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사전 지정제도는 플랫폼의 매출액과 시장 점유율, 이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지정해 부당행위를 신속히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플랫폼법의 핵심 내용이다. 법안의 핵심 사항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그만큼 법안 추진 동력이 떨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당초 설 연휴 전에 법안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던 공정위가 갑자기 이를 무기 연기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 사무처장이 지난달 24일만 해도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플랫폼법 입법이 꼭 필요하다"며 업계와 언론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오해'라고 일축했는데 2주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무엇보다 정작 이 법안의 수혜자로 생각했던 벤처 플랫폼과 스타트업의 법 제정 반대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2월19일 입법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법안이 제정되면 스타트업 등 다른 플랫폼들이 마음껏 경쟁하는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는데 막상 그들은 법 제정으로 대형 플랫폼의 성장 동력이 줄고 이게 스타트업까지 영향을 끼쳐 플랫폼 업계 전체의 혁신 분위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걱정한 것이다. 벤처기업협회는 공식 반대 성명까지 냈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 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도 정부 입장에서 그냥 넘기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4월 총선을 앞둔 여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공정위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이번 국회에서 입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공정위는 플랫폼법 추진이 백지화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조급하게 입법을 추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초부터 독과점 규율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9차례 논의 끝에 플랫폼 시장에 대한 현행 규율체계의 보완이 필요하며, 정부의 입법 정책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법 제정 연기로 내세운 명분을 보면 그 과정에서 관련 업계나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번에 한발 물러선 것이 공정위의 말대로 독과점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면서도 업계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한 '전략적 숨고르기'가 되기 바란다. 물론 규제가 심하다 보면 창조적 혁신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충분한 추가 검토를 하되 그렇다고 대형 플랫폼과 경쟁하는 중소형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를 보호하자는 법 제정 취지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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