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법원 최종 판단 구할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8일 2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나온 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조만간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이 말하는 동안 주변에선 “조국 구속” “조국 무죄”라고 외치는 소음이 뒤섞이면서 소란이 계속됐다.

'자녀 입시 비리 및 유재수 감찰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조 전 장관은 이날 항소심 선고를 마친 뒤인 오후 2시 57분쯤 법원 밖으로 나와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코트 왼쪽 안주머니에서 꺼내 2분간 읽었다. 그는 “항소심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항소심 재판의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 적용에 동의할 수 없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5년의 시간이 저와 가족들에겐 지옥이었다”며 “여러 차례 국민들께 사과를 드렸지만 다시 한 번 사과 말씀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그 가족으로 인해 국민 사이에 분열과 갈등이 일어나고 국민들께 부족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계속 자성하고 성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검찰개혁’을 추진하다가 무수히 쓸리고 베였지만 그만두지 않고 ‘검찰독재’를 막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조만간 저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제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할 일은 없을 것이라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기자 질답을 마친 뒤 대기 중이던 검은색 차량을 타고 법원을 떠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2.8/뉴스1

조 전 장관의 항소심 재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후 1시 31분쯤 자신의 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에 검은색 차량을 타고 도착했다.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도 동승했다. 정장에 남색 코트 차림을 한 조 전 장관은 오후 1시 31분쯤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며 차량에서 내려 아무 말 없이 법정으로 걸어갔다.

이날 조 전 장관의 재판이 열린다는 소식에 조 전 장관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점심 시간이 끝난 오후 1시부터 법원에 모여들었다. 이들 50여 명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서로를 향해 욕설을 하며 “조국 무죄” “조국 구속”을 번갈아 연호했다. 다행히 몸다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재판이 시작된 뒤부턴 서로 간에 기싸움이 더 커졌다. 조 전 장관 반대자들이 “조국을 법정 구속하라”고 외치면, 지지자들은 “검찰 독재” “윤석열을 구속하라”고 받아쳤다.

오후 2시 43분쯤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지만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는 내용의 ‘뉴스 속보’가 나오자, 현장에선 3초간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한 반대자는 “조국을 구속시키지 않으면 또 총선에 나와서 억울하다고 하고 다닐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왜 또 실형이냐” “사법부가 죽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재판을 마친 뒤 입장문을 읽을 때도 이들은 서로를 향해 온갖 욕설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조 전 장관과 함께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조 전 장관의 퇴정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는 이날 업무방해, 허위·위조 공문서 작성·행사,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이 작년 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지 1년 만에 2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조 전 장관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어내려갈 때 조 전 장관은 수차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재판부가 조 전 장관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힐 땐 이따금씩 짧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재판 시간 대부분은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을 계속 응시했다.

앞서 자녀 입시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이 확정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조 전 장관의 공범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선 징역 1년이 나왔는데 장기간의 수형 생활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 후회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감안해 감형한 것이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감찰 무마 혐의로 1심과 같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되지 않았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