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美·中 디커플링은 착시현상? “사실상 불가능”

정미하 기자 2024. 2. 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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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對中 무역적자 10여 년 만에 최저
미국 최대 수입국, 중국 → 멕시코
중국산 수입품 감소, 생산 시설 이전 효과 불과
트럼프의 관세 인상 전략…”전세계와 미국 분리”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언뜻 보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가 양국 경제를 분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디커플링될 수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 시각) 분석했다.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에서 멕시코로 바뀌었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 폭은 2794억달러로 전년보다 129억달러(26.9%)나 급감하면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1478억달러로 전년 대비 62억달러 줄어든 가운데 수입액은 4272억달러로 전년 대비 191억달러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산 수입이 줄면서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폭은 전년 약 20% 줄었다. 2023년 연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폭은 총 7734억달러로, 전년 대비 1778억달러(18.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이 350억달러(1.2%) 증가한 가운데, 수입이 1427억달러(3.6%) 감소한 게 무역 적자 폭 감소에 기여했다.

미국과 중국 국기. /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서 생각만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WSJ의 평가다. WSJ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폭이 감소한 것은 미국 수입업자들이 2022년에 과잉 주문을 하면서 재고가 늘었고, 이로 인해 2023년에 수입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무역수지 적자 감소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 소비를 줄였는지 과장한다”며 “미·중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서 많은 제조업체가 미국의 관세를 피하고자 생산 시설을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미국의 지난해 대멕시코 무역 적자가 1524억달러로 전년보다 219달러 증가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보다 멕시코에서 더 많이 수입했다. 베트남과의 무역 적자는 1050억달러로 2017년의 약 3배로 늘었다.

베트남과 멕시코에서 늘어난 수입의 상당 부분은 중국에서 공급됐던 물품이다. 맥킨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제조업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소비되는 상품의 부가가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예를 들어, 2017년부터 2022년 사이에 미국이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하는 노트북 총량이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부품 수입량만큼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 기업은 800달러 미만의 물품은 미국으로 면세로 반입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미국 무역법 조항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미국 무역법의 예외 조항에 따라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물품은 2017년 이후 3배 증가해 지난해 10억개로 늘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으려는 멕시코 화물 트럭들이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의 지시를 기다리며 서 있다. / 로이터

물론 관세가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인 아미트 칸덴왈은 관세로 인해 중국산 수입이 30%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일부는 외국 또는 미국 산 제품으로 보충됐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04%에 해당한다. MIT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을 향한 관세로 인해 혜택을 받는 주에서는 고용이 약간 증가했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얻은 평균 이익은 중국이 보복했을 때 입는 손실 이상이라는 것이 연구 결과다.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는 중국이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기에, 중국산 대체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WSJ는 “중국은 국내 시장에서 소비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이 생산하도록 설정돼 있기에 잉여분을 수출해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했고 중국 정부는 제조업에 더 의존하게 됐지만, 많은 기업의 수익성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인 요르크 우트케는 “2024년은 ‘과잉 생산의 해’가 될 것이며 중국 수출업체는 극도의 압력을 느낄 것”이라며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분야 기업은 모두 힘든 상황이고, 자동차 분야에서는 한 회사만 돈을 벌고 나머지 100개 회사는 돈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25%의 관세 부과에도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제시한 60% 관세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중국이 더 높은 관세를 회피하거나 무력화하려는 노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WSJ는 “제품을 분해하고, 나사 몇 개를 빼내고, 대체 나사 공급업체를 찾아 100% 중국산이 아니도록 제3자에게 배송하고, 제3자로부터 수출용으로 포장하려는 시도가 늘 것”이라고 봤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계속 의존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공급망은 변해왔다는 것이 이유다. WSJ는 “시간이 점차 지나면 미국이 제3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은 인도를 휴대전화 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공급업체를 인도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기업도 미국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공급업체는 중국 이외의 장소로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회사는 멕시코, 한국, 모로코 등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거나 건설을 고려 중이다. WSJ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수출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관세를 인상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수출을 늘리려 통화를 인하해 해당 국가에서 중국 기업의 입지를 확대할 것”이라며 “미국이 다른 무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해 이런 수입을 막으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중국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나 이는 미국을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분리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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