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지 묻지 마세요”…설 앞두고 등장한 기부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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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충북 단양군청 주민복지과에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한 중년 여성이 찾아왔습니다.
한 직원이 다가가 "문의하실 게 있으시냐"고 묻자, 말없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전달하고 급하게 사무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본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기부자가 남긴 편지로 충북 충주시 금가면이 고향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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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만 원씩, 1년 모은 365만 원 건네고 간 천사
지난 5일, 충북 단양군청 주민복지과에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한 중년 여성이 찾아왔습니다.
한 직원이 다가가 "문의하실 게 있으시냐"고 묻자, 말없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전달하고 급하게 사무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당황한 직원이 봉투를 열어보자, 안에는 손편지와 함께 수십 장의 지폐가 들어 있었습니다.
직원이 곧바로 쫓아가 "기부하실 거면 이름이라도 알려 달라"고 했지만, 이 여성은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말아 달라"면서 빠른 걸음으로 군청 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여성이 남기고 간 돈은 365만 원.
하루에 만 원씩, 어려운 이웃을 위해 1년 동안 모은 돈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손편지에 "단양군에 와서 산 지도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군민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저희가 자리잡고 이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던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분에게 받은 정, 저보다 조금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려드려야 할 것 같다"며 "저의 작은 실천이 힘든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습니다.
■ 20년째 꼬박꼬박 고향에 보낸 등기우편...안에는 수표와 현금
충북 충주시 금가면에도 20년째 온정을 전하는 익명의 기부 천사가 있습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 기부자는 2004년부터 등기우편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넣어 충주시 금가면 행정복지센터로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도 설을 앞두고 짧은 편지와 함께 백만 원짜리 수표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본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기부자가 남긴 편지로 충북 충주시 금가면이 고향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기부자는 2006년 보냈던 손편지에 "남들이 밥 먹을 때 죽을 먹었고, 남들이 죽 먹을 때 물을 마시며 살았다"고 적으며 어려웠던 유년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추운 겨울이 오니 어려운 분들이 머리에 그려진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연탄 몇 장으로라도 따뜻한 방에서 지내실 수 있도록 연탄 1,000장 대금 30만 원을 보내드린다"고 썼습니다.
또 다른 편지에는 "배우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배우지 못한 아쉬움이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면서 "고향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나눠달라"고 적으며 50만 원 상당의 수표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20년 동안 쌓인 편지는 수십 장,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부 금액만 3,300여만 원에 달합니다.
충북 충주시 금가면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이런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그동안 수백 명의 어려운 이웃과 학생들이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서로 정을 나누는 설에도 쓸쓸한 명절을 보내야 하는 어려운 이웃이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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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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