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언론 위장 사이트, 전세계 30개국에 ‘가짜뉴스’ 뿌렸다
중국의 한 언론홍보업체가 100개 이상의 사이트를 현지 언론사로 둔갑 시켜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각국에 중국을 찬양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가짜뉴스’를 뿌리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디지털 감시단체 ‘시티즌랩’이 전날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 100개 이상의 중국발(發) 언론사 위장 사이트가 전 세계 30개국에 친중·반미 콘텐츠를 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티즌랩은 네트워크 추적을 통해 중국 선전에 위치한 언론홍보업체 ‘하이마이’가 이 같은 일을 주도하고 있다고 봤다.
하이마이는 각국에 언론사를 위장한 사이트를 개설한 뒤, 중국 국영 언론에서 배포한 선전 자료 등을 퍼뜨리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시티즌랩은 분석했다.
시티즌랩은 사례로 ‘로마 저널’이라는 사이트를 들었다. 로마 저널은 사이트 첫 화면에 이탈리아 총리의 정치적 전망, 북부 지역의 열기구 축제, 도서 출간 등의 헤드라인을 갖추고 있어 얼핏 보면 실제 이탈리아의 한 지역지 같아 보인다. 하지만 홈페이지 구석에 있는 ‘보도자료’ 버튼을 누르면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중국의 기여와 중국의 기술 혁신 추진 등 다양한 중국 국영 언론 기사가 나온다.
알베르토 피타렐리 시티즌랩 연구원은 “이런 웹사이트들은 현재까지 현지 사용자들에게 많이 노출되고 있진 않다”면서도 “이런 웹사이트가 빠르게 증식하고 있는 데다 현지 온라인 콘텐츠와 동화되고 있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만 중국은 이 같은 의혹에 선을 그었다. 주미 중국대사관 측은 “친중 내용을 ‘허위 정보’라고 규정하고, 반중 내용을 ‘진짜 정보’라고 주장하는 건 전형적인 편견이자 이중 잣대”라고 이 매체에 말했다.
하이마이 측은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 매체가 하이마이 측의 의견을 묻기 위해 웹사이트에 나온 메일과 번호로 연결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이마이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도 언론사 위장 사이트를 양산하는 업체 중 하나로 꼽혔었다. 당시 국정원에 따르면 하이마이가 운영 중인 국내 언론사 위장 사이트는 18개로, 언론사명·도메인을 실제 지역 언론사와 유사하게 제작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친중·반미 콘텐츠를 퍼뜨렸다. 국내 언론사 기사를 무단으로 게재하며 한국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인 것처럼 사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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