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국심사 등 ‘실시간 얼굴 인식’ 제동 걸렸다

고경태 기자 2024. 2. 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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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별 법에 구체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까지 '실시간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인권위에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활용이 필요할 경우 개별 법령에 근거를 마련하여 도입하고, 법령에 근거가 없는 경우엔 관련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은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인권위에 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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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전까지 도입·활용 안 한다”…정부, 인권위 권고 수용
공익법센터 어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22년 7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정부가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수집된 내국인·외국인 개인정보와 얼굴 사진 1억7천여만건을 민간 기업들에 넘긴 일과 관련해 이는 헌법에 반한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내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청구인의 옷과 기자회견의 모습을 다중노출 촬영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개별 법에 구체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까지 ‘실시간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몇년새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출입국 심사 등에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추진해왔고, 이때문에 민감한 개인정보인 얼굴 정보가 무단으로 수집·활용된다는 비판이 거셌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8일 상임위원회에서 “실시간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활용할 때 반드시 개별적·구체적 법률 근거를 둬야 하고, 국가는 원칙적으로 해당 기술 도입·활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인권위 권고를 국무조정실이 ‘수용’했다고 보고 외부에 공표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인권위에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의 활용이 필요할 경우 개별 법령에 근거를 마련하여 도입하고, 법령에 근거가 없는 경우엔 관련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은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인권위에 회신했다.

앞서 지난해 1월12일 인권위는 “얼굴인식 기술로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입법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표명하고, 관련 법이 마련되기 전까지 국가가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활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처(모라토리엄)를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국무총리에게 권고했다.

다만 인권위는 이날 “국무조정실은 모라토리엄 조치를 수립·시행한 문서나 관계 부처에 관련 내용을 전파한 내역 등의 자료는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정부기관 내 얼굴인식 기술 도입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하면서도 해당 회의의 일시, 구체적 파악 현황이나 대응방안 등의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상임위에서는 국무조정실의 회신을 수용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토론을 벌였으나 “얼굴인식 기술 도입·활용 시 법률 근거에 따라 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으므로 수용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인권위 의견표명 및 권고는 최근 몇 년새 주요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기본권 침해에 대한 고려 없이 얼굴인식 기술을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이뤄졌다. 2021년 정부가 출입국 심사에 쓸 인공지능을 개발할 명분으로 약 1억7천만건의 내·외국인 얼굴 사진을 민간 업체에 넘긴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얼굴 요소의 움직임과 근육의 변화까지 파악해내는 대표적인 생체인식 시스템인 얼굴인식 기술은 인권침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국의 경우 공안부가 전국 구석구석에 구축한 감시카메라를 통해 인민들의 얼굴 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인물을 식별해내고 있다.

이날 논의에 참여한 남규선 상임위원은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실시간 얼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임위에서는 본 안건에 들어가기 전 김용원 상임위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해 송두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과 사무처 운영에 대한 여러 비판을 쏟아내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50분가량 이어졌다. 김용원 위원은 지난 1일 상임위에서 송두환 위원장의 “동네 불량배 수준”이라는 표현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 위원장은 “김용원 위원은 나에게 온갖 비난과 폭언·막말을 했는데 거기에 비하면 절제한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표현이 튀어나왔겠나. 마음이 상했다면 지극히 유감이지만 사과는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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