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없어도 괜찮아 … 아기자기한 설연휴 극장가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2. 8. 15: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려견 1500만 시대 응축한
윤여정·유해진 '도그데이즈'
中 보이스피싱 일망타진하는
라미란·염혜란 '시민덕희'
누명 쓴 남자의 복수 '데드맨'
초콜릿 마법사 '웡카' 등 눈길
영화 '도그데이즈' 한 장면. CJ ENM

삼색전 부치고 갈비 굽고 떡국까지 한 사발 잘 먹었다. 자, 이제 뭐할까. TV를 켜도 매양 비슷한 프로그램뿐이고 넷플릭스도 시큰둥해졌다. 애들 데리고 교외라도 가려니 돌아올 때 교통정체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럴 때 오랫동안 안 갔던 영화관 나들이는 어떨까. 부모님만 모셔다 드려도 좋고, 아이들 같이 데리고 외출도 좋다. 설연휴 개봉하는 영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가족들이 함께 나란히 앉아 볼 만한 영화는 윤여정·유해진·김서형 주연의 영화 '도그데이즈'다. 민상(유해진)은 회사 업무로 궁지에 몰리자 '반려견 리조트' 아이디어를 급히 생각해낸다. 자신이 임대하는 건물의 1층 '도그데이즈 동물병원'의 고객이자 유명 건축가인 민서(윤여정)의 귀띔 덕이었다. 매일 아침 동물병원장 진영(김서형)과 '개똥' 때문에 갈등하던 민상은, 이제 진영을 꼬드겨 민서의 환심을 사려 한다. 반려견 1500만 시대, 강아지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들을 보며 민상도 점차 변해간다. 완다, 스팅, 차장님(주차장에서 산다고 해 붙여진 별명) 등 강아지들 연기도 공감을 자아내 마음이 푸근해진다.

영화 '시민덕희' 한 장면. 쇼박스

좀 더 익사이팅한 서사를 원한다면 영화 '시민덕희'가 제격이다. 세탁소 화재로 전 재산을 잃은 주인공 덕희(라미란)는 번번이 은행 대출을 거절 당해 하루하루가 울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 '손 대리'에게 전화가 걸려 오고 덕희는 안도감에 환호를 지른다. '수수료 명목'으로 8차례에 걸쳐 거금 3200만원을 입금한 덕희는 그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속았음을 알고 분개한다. 그런데 다시 전화. 이번에도 손 대리다. 자신도 갇혀 있으니 "제발 살려달라"는 구조요청이었다. 손 대리가 불러준 암호를 해독하니 '중국 칭다오 춘화루 근처 3층 건물'이었다. 믿어주지 않는 경찰을 뒤로하고 덕희는 조선족 출신 회사 동료인 봉림(염혜란), 숙자(장윤주)와 칭다오로 날아간다. 실화사건에 기반한 영화다.

연휴 내내 싱크대와 소파에서 벗어나지 않는 부모님을 위해선 영화 '소풍'의 티켓을 끊어드리는 것도 효자 되는 방법이겠다. 젊음과 나이듦 그리고 흘러간 세월과 참다운 마지막을 눈물 섞인 미소의 방식으로 질문하는 작품이어서다. 은심(나문희)과 금순(김영옥)은 고향 남해에서 함께 자란 친구이자 사돈지간이다. 아들 녀석은 은심 인감을 훔치다 걸리고, 며느리도 돈 좀 대달라며 막무가내로 아우성이다. 은심과 금순은 60년 만에 남해로 떠나고 작은 양조장을 운영하던 옛 친구 태호(박근형)와 만나 막걸리잔을 기울인다. 삶에서 그들이 짊어져야 했던 무게는 그들의 얼굴에 깊은 고랑을 냈다. 영화는 특히 존엄사에 대한 질문을 깊이 담아냈다.

티모테 샬라메 주연의 영화 '웡카'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이들 데리고 보기에 적합한 설연휴 영화로는 '웡카'가 제격이겠다. 어른부터 어린아이들까지 매력을 느낄 만한 '전체 관람가' 영화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세계적 배우 티모테 샬라메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초콜릿을 자유자재로 만드는 마법사인 웡카는 7년간의 바다생활을 마치고 디저트의 성지 '달콤백화점'에 도착했다. 하지만 낡은 여인숙의 여주인은 '27년4개월'을 일해야만 갚을 수 있는 1만 소버린의 빚을 웡카에게 지운다. 달콤백화점을 독점한 3명의 '초콜릿 카르텔'을 뚫고 웡카는 무사히 초콜릿을 만들 수 있을까. 햇살과 번개 등 마법의 재료가 담긴 초콜릿을 먹고 사람들 몸이 하늘로 두둥실 오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초콜릿 한두 개를 사서 극장에 들어가길 추천한다.

영화 '데드맨'의 한 장면. 플러스엠

진지한 세계관을 추구하는 솔로족에겐 영화 '데드맨'이 설연휴 '필람(필수관람) 영화'가 되겠다. 이름도 돈이 되는 시대를 비판적으로 조롱하는 영화다.

돈세탁이 필요한 조직에 이름을 빌려주며 꽤 많은 돈을 만졌던 이만재(조진웅)가 관 속에서 깨어난다. 그는 최근 한 스포츠벤처기업 '스포텍'에 이름을 빌려줬다가 1000억원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게 됐다. 괴한에게 납치당한 이만재는 사설감옥에 갇힌 '데드맨' 신세가 된다. 그때, 정치 컨설턴트로 자신을 소개하는 심 여사(김희애)가 다가와 이만재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쩐주'를 찾아가는 여정을 무겁게 그렸다.

[김유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