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박동 소리가 일깨우는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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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잃을 때 가슴이 찢길 듯한 통증을 느끼기 때문일까.
인간을 제물로 썼던 아즈텍 문명에서도 신에게 바치는 기관은 제단 위에서 산 채로 꺼내져 펄떡이는 심장이었다.
가족 몸이 훼손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뇌사자의 장기가 타인을 살리고 그의 몸 안에 존재한다면 망자와 유족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연극이 여러 장기 중 심장의 이식을 다루는 것은 생명을 나타내는 심장의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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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여정 그린 1인극
사랑하는 이를 잃을 때 가슴이 찢길 듯한 통증을 느끼기 때문일까. 심장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인간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을 제물로 썼던 아즈텍 문명에서도 신에게 바치는 기관은 제단 위에서 산 채로 꺼내져 펄떡이는 심장이었다.
연극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은 청년의 심장이 기증되는 24시간의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소설을 각색한 연극으로 2017 몰리에르 어워즈에서 1인극상을 받았다. 2019년 초연 후 국내에서 네 번째인 이번 공연은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가 출연한다.
연극은 암전된 무대에서 고동치는 심장 소리로 시작된다. 조명이 켜지고 검은 상자 형태의 무대에서 한 명의 배우가 겨울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열아홉 살 청년 시몽 랭브르를 연기한다. 무대 뒤편 화면에 파도 형상이 나타나고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관객의 귀를 채운다. 테이블과 의자만 놓여 있는 무대에서 배우는 서핑보드에 올라 열정적으로 파도를 타는 청년의 모습을 표현한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배우 한 명이 다수의 인물을 연기하는 1인극이다. 배우는 서술자 역할과 함께 시몽과 그의 부모, 장기 코디네이터, 수술 집도의 등 캐릭터 16명을 음색과 자세, 몸짓을 바꿔가며 연기한다. 서핑을 마친 시몽이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는 모습, 시몽의 부모가 장기 기증을 결정하는 과정, 심장의 적출과 이식이 이뤄지는 장면 등이 펼쳐진다. 미니멀한 무대와 소품, 어두운 색감의 의상은 배우의 변화무쌍한 연기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작품은 심장이 뛰지만 뇌 기능은 멈춘 뇌사 상태를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거리를 던진다. 뇌사자는 소생이 불가능하며 인공호흡기를 달아도 몇 주 안에 사망한다. 뇌사 상태를 사망으로 보면 그의 장기를 꺼내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반면 살아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장기 적출은 금지된다.
뇌사자의 딜레마를 잘 드러내는 장면은 코디네이터가 시몽의 부모에게 장기 기증의 의미와 절차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그는 장기 기증을 할 경우 어떤 사람들이 무슨 도움을 받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거부 의사를 밝히면 기증 절차는 즉시 중단된다. 단 시몽의 부모는 그들이 바라는 선택이 아니라 당사자인 시몽이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결정을 택해야 한다.
연극의 백미는 시몽에게서 심장을 꺼내 수혜자의 가슴에 이식하는 장면이다. 집도의를 연기하는 배우는 수술 절차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생명이 전달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제한된 이식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적출한 심장을 서둘러 비행기와 차량으로 옮기는 장면은 생명의 소중함과 유한함을 상기한다.
한국의 뇌사자 장기 기증 건수는 연간 500건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가족 몸이 훼손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뇌사자의 장기가 타인을 살리고 그의 몸 안에 존재한다면 망자와 유족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연극이 여러 장기 중 심장의 이식을 다루는 것은 생명을 나타내는 심장의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3월 10일까지 국립정동극장.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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