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그리운 코끼리, 초록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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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보니 밀림 한가운데다.
코끼리였다.
코끼리는 어디로 갔을까.
회화 작품 '코끼리 걷는다-물과 풀이 좋은 곳으로 3'(2021)에서 엄정순 화백은 한반도에 들어온 첫 번째 코끼리를 둘러싼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 삼아 보는 것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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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보니 밀림 한가운데다. 숲은 초록 잎으로 우거졌고 나뭇가지는 제멋대로 뻗어 있다.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어딘가 속박돼 있는 느낌이다. 한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 코끼리였다. 코끼리는 어디로 갔을까. 회화 작품 '코끼리 걷는다-물과 풀이 좋은 곳으로 3'(2021)에서 엄정순 화백은 한반도에 들어온 첫 번째 코끼리를 둘러싼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 삼아 보는 것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엄 화백의 개인전 '흔들리는 코끼리'가 3월 16일까지 서울 중구 두손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코끼리와 새, 나비 등 사람이 아닌 생명체의 시선을 통해 보는 것과 듣는 것, 움직이는 것 등의 의미를 고찰하고 이를 드로잉과 회화·사진·조형 등으로 표현한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지난해 열린 '2023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서보 예술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코 없는 코끼리'(2022)도 다시 만나볼 수 있다.
엄 화백의 서사는 1421년 3월 14일 세종실록에서 시작된다. 조선시대였던 1411년(태종 11년) 일본이 코끼리를 선물하면서 코끼리가 우리 땅을 밟은 지 꼭 10년이 되는 해였다. 당시 코끼리는 조선에서 식량을 축내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려 죽게 하는 등 백성에게 원성을 샀다. 곳곳에서 코끼리를 사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세종대왕은 "물과 풀이 좋은 곳으로 보내 병들고 굶어 죽지 않게 하라"며 코끼리를 죽이는 대신 유배를 보냈다. 엄 화백은 사진 작업에서 유배를 가는 코끼리의 시선을 따라 주변 풍경을 최대 폭 8m에 달하는 프레임에 담았다. 직접 촬영한 풍경 사진을 리터칭한 작업이다. 전시장에 굽이굽이 펼쳐져 있는 작품 안에는 움직이는 코끼리 눈에 비친 흔들리는 광경이 보일 듯 말 듯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히 머릿속엔 600여 년 전 봄 개나리, 진달래 꽃길을 지나갔을 코끼리 모습이 그려진다. 이 같은 흔들림의 표상은 존재의 변화하는 속성을 드러낸다.
새롭게 소개된 '들리지 않는 속삭임' 연작은 엄 화백이 다년간 하늘을 나는 새, 나비 등을 관찰하면서 얻은 감상을 화폭에 담아낸 것들이다. 캔버스의 빈 공간과 묵직하면서도 수채화처럼 묽게 펼쳐진 검은 붓 터치는 여백의 미를 지닌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코끼리를 표현한 작품과 마찬가지로 화면은 흔들리고 선과 색은 가볍게 흩어진다. 엄 화백은 "비록 우리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새와 나비도 각자의 언어로 의사소통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고, 그것이 작업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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