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의 10년 진심 통했다…폐업위기 식당, 유명 맛집으로 살려낸 ‘맛제주’ 프로젝트
박영준 제주신라호텔 메인셰프 인터뷰
“음식 맛 뿐 아니라 지역주민 ‘살 맛’에 집중”
지난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인근에서 만난 박영준 제주신라호텔 메인셰프(44). 그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맛있는 제주 만들기(맛제주) 프로젝트 총괄 셰프다.
이 날은 신라호텔의 사회 공헌 사업 ‘맛제주’ 프로젝트가 지난 2014년 2월 1호점을 재개장한 한 후 정확하게 10년을 채운 날이었다. 박 셰프는 “10여 년 전, 호텔신라가 지역 주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까 고민하다 발견한 데이터로 시작된 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맛제주는 폐업 위기로 생계가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의 재기 발판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신라호텔이 보유한 조리법, 서비스 교육과 더불어 식당 시설과 내부 인테리어 등을 개선해 영세식당들의 자립을 돕는다.
호텔신라는 당시 자영업자의 폐업 문제에 주목했다. 전국 신규 창업자 100만명 가운데 폐업한 자영업자가 80만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음식점이 93%로 폐업률 1위였다. 특히 제주도 음식점 폐업률은 전국에서도 최상위권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맛제주에 신청한 자영업자들은 저마다의 가슴 아픈 사연을 품었다. 맛제주 1호점 ‘신성할망식당’의 주인 박정미씨는 딸이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자 상실감에 빠진 가운데 그동안 병원비로 사용된 대출금을 갚기 위해 남편이 일용직을 전전하는 등 절망적인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현재는 고기국수와 순대국밥을 주 메뉴로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가게는 성황이다.
맛제주가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만큼 그간의 노하우가 쌓였다. 박 셰프는 “몇 년 전까지는 신메뉴 개발에 에너지를 많이 쏟았지만 이제는 조리 동선이나 간편화된 조리법을 알려주는 데 치중한다”며 “1인 영업장이 많다보니 많은 고객을 상대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잘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손님맞이부터 요리까지 동선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박 셰프의 역할이다. 이를 위한 인테리어 과정에도 적극 참여한다.
박 셰프는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바로 빼낼 수 있도록 서랍식 냉장고를 비치하고, 찌개의 경우 양념을 일일히 넣으러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만능 양념장 레시피를 알려 준다”며 “원재료 수급의 경우에도 호텔이 쌓아온 업체망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저렴하게 구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박 셰프는 “식당주도 어찌 보면 주부 9단이지 않나”며 “고정관념을 깨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 셰프는 “처음 먹은 맛과 두번째 먹은 맛이 다른 이유를 보니 식당주가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눈대중, 손대중을 많이 쓴다”며 “멸치는 한 번 볶아서, 다시마는 미온수에 끓여서 육수를 내야 하는데 이런 교육이 그동안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컨설팅을 진행한 업체 중에서는 20호점 ‘시니어손맛 아리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여든 살에 가까운 할머니 4분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나이 합이 300살에 달한다”며 “한번은 조리 교육을 호텔에서 하는데 화장실에 잠시 간 어르신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고 후기를 전했다.
손자뻘인 박 셰프의 애정 어린 교육으로 지금 이 식당은 유명 맛집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현재는 식당 매출이 올라 식당에서 근무하는 어르신도 6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맛제주가 노년층의 사회 진출에도 기여한 셈이다.
박 셰프는 최근 맛제주 식당주인들과 ‘좋은 인연’이란 봉사 모임을 만들었다.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넓혀 가는 게 목표다.
얼마 전엔 아동복지센터를 찾아 트러플 크림 파스타, 소고기 탕수육 등 이색 요리를 선보였다.
박 셰프는 “평소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먹고 싶다는 아이들 요청에 만든 것”이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아빠의 마음으로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맛제주를 통해 경제적 보탬은 물론 지역사회와 제주 식문화 발전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박 셰프는 “자영업자가 웃을 일 많도록 계속 열심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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