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서울 유니폼 입은 린가드 "맨체스터까지 온 FC서울 진심에 결정"
"계약 내용 공개할 수 없어…훈련에만 집중하겠다"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수 제시 린가드(32)가 서울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직접 밝혔다. 그는 "다른 팀들은 구두로만 이야기 했지만 서울에서는 직접 맨체스터(영국)로 계약서를 들고 넘어오는 열정을 보여줬다. 그 순간 서울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린가드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입단 기자회견에서 K리그 서울에 입단하게 된 배경과 각오를 밝혔다. 그는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뛰고 싶다"며 "서울에서 매 경기 승리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FC서울은 이날 오전 린가드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잉글랜드 대표로 월드컵까지 출전한 린가드는 역대 K리그에 입단한 선수 중 이름값으로는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에서 성장해 1군까지 올라온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한때 맨유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팬들에게는 특히 득점 이후 '피리 부는 세리머니'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등에서 임대로 떠돌았고 2022-23시즌에는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이후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최근까지 자유계약(FA) 상태였는데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오퍼를 뿌리치고 결국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린가드는 EPL 통산 182경기에서 29골 17도움을 올렸으며 잉글랜드 대표로는 A매치 32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서울로의 깜짝 이적을 결정한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많은 오퍼가 있었다"며 "다른 구단들은 계약 내용을 두고 구두로만 오갔다. 하지만 서울은 실제 계약 내용을 써서 맨체스터까지 와서 내 몸 상태를 체크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그 순간 서울행을 결정했다. 다른 클럽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무소속이었던 린가드는 다음달 개막하는 K리그 개막에 맞춰 최대한 몸 상태를 끌어 올리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경기 뛴 지 오래돼서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것을 안다"며 "두바이(UAE)에 있는 개인 트레이너와 하루에 2차례씩 훈련을 했다. 개막까지 충분히 몸 상태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린가드의 연봉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난해 K리그 최고 연봉은 대구FC의 세징야(15억5000만원)였는데, 이것과의 비교를 묻자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린가드는 "계약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지금 팀 크루와 함께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딸과 가족들을 데리고 한국에서 함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개인 사업도 하는 린가드가 FC서울에 합류하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다른 사업 분야에 힘쓸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있었다.
린가드는 "축구와 개인 사업은 별개"라며 "축구가 가장 중요하다. 서울에 온 것은 많이 뛰기 위함이다. 지금은 축구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일 입국 당시 공항에서 한 팬으로부터 '단소'를 받아 화제가 됐다. 이는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그의 별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단소를 받았는데 불어본 적이 있느냐"는 가벼운 질문도 나왔다. 그는 환하게 웃은 뒤 "아직 시도해 보진 않았다"면서 "한국에서 유명한 피리라고 알고 있다. 호텔과 공항에서 많은 선물을 받았는데 팬들이 보여준 사랑에 고맙고 감사하다. (사인이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는데 그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세리머니로 유명세를 떨친 린가드지만 현재는 K리그에서의 퍼포먼스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JL세리머니(손가락 세리머니)를 고려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몸 상태를 끌어 올려서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것이다. 세리머니보다 그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에는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 시티 등에서 뛰었던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이 뛰고 있다. 린가드는 기성용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과거 EPL에 있을 때 스완지에서 뛰었던 기성용을 상대한 적이 있다"면서 "같이 뛰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확신한다. 특히 기성용은 FC서울의 레전드이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고 했다.
나아가 린가드는 서울의 사령탑인 김기동 감독과의 조우도 반겼다. 그는 "아직 K리그 적응 기간이지만 김기동 감독에 대해 많이 들었다"며 "조제 모리뉴 감독처럼 이기기 위한, 이길 줄 아는 사령탑이라고 들었다. 모리뉴 감독을 존경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김기동 감독과의 만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린가드는 경기장을 가득 채워줄 서울 팬들을 향한 기대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서울의 팬인 수호신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봤으면 한다"고 했다.
린가드는 9일 서울의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 합류한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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