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주름 펴려고 피 날 때까지 조였다...조선 남성들의 치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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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혼례대첩'의 주인공은 사극에서 쉽게 보지 못한 연분홍의 단령을 입고 등장했다.
망건, 갓, 갓끈, 귀걸이, 안경, 신발, 의복 등 장신구 100여 점을 통해 조선시대 남성들의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특별전시 '조선비쥬얼'이 경기 남양주시 실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조선 후기 남성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머리 스타일'이었다.
조선 남성들의 치장은 단순히 미의식을 뽐내는 정체성의 표현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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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혼례대첩'의 주인공은 사극에서 쉽게 보지 못한 연분홍의 단령을 입고 등장했다. 조선시대를 소재로 삼은 창작사극 장르인 만큼 상상의 산물일까. 그렇지 않다. 조선 시대 당상관은 연분홍 단령을 일상 집무복으로 입었다. 정조의 부인 효의왕후의 아버지인 김시묵의 초상화와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조씨 삼형제 초상(보물 1478호) 등 증거는 무궁무진하다.
조선 후기 남성들은 꾸밈에 일가견이 있었다는 걸 아는가. 그들은 치장을 통해 아름다움만 뽐내려 한 게 아니다. '의관정제(옷과 관모를 격식에 맞게 차려입고 매무새를 바르게 하는 것)'에서부터 제대로 된 마음가짐이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망건, 갓, 갓끈, 귀걸이, 안경, 신발, 의복 등 장신구 100여 점을 통해 조선시대 남성들의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특별전시 '조선비쥬얼'이 경기 남양주시 실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조선 후기 남성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머리 스타일'이었다. 실학자 홍대용(1731~1783)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날마다 머리를 빗는다"고 말한 기록이 남아 있다. 머리를 빗고 상투를 고정하고 나면 망건을 착용한다. 망건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도록 단단히 감싸 묶는 일종의 머리띠다. 400년이 지난 무덤에서 출토된 능창군의 망건은 황색과 검은색 말총으로 무늬가 짜여져 있는데, 여느 기계로 짠 레이스보다 훨씬 섬세하고 정교해 감탄을 자아낸다.
멋쟁이들 사이에서는 망건을 코르셋처럼 단단히 매는 것이 유행이었다. 망건을 풀고 나면 자국이 남을 뿐 아니라 상처가 나기도 하고, 심지어 피가 흥건한 경우도 있었다. 전시된 '김석주 초상'의 인물은 눈썹이 뒤집어진 '팔(八)자' 형태로 올라가 있는데, 피부를 최대한 망건으로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주름이 팽팽하게 펴져 젊어 보이는 효과를 얻은 건 덤이다.
좀 꾸미는 선비들에게 갓은 쓰는 게 아니었다. 머리 위에 '살포시' 얹는 데에서 스타일은 완성됐다. 아슬아슬하게 머리에 걸쳐져 불편할 법도 한데, 갓이 뒤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고정 장치인 '풍잠'까지 사용하며 멋을 부렸다. 전시에는 망건과 갓, 풍잠은 물론이고, 상투 꼭대기에 꽂는 비녀인 '동곳', 귀밑머리를 망건 속으로 밀어 넣는 도구 '살쩍밀이' 등 조상들이 멋진 머리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도구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짝퉁'을 구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송진이 높은 압력을 받아 굳어진 화석인 호박은 단추로 요긴하게 사용됐는데, 구하기 어려워지자 모조 호박을 쓰기도 했다. 호박은 평소 사용하는 갓끈을 장식하는 주재료이기도 했다.
나무에 무늬를 넣어 조각한 통을 부채에 대롱대롱 달고 다닌 건 조선판 '폰꾸(휴대폰 꾸미기)'다. 현대인이 휴대폰을 각종 액세서리로 꾸미듯 조선 후기 남성들은 '부꾸(부채 꾸미기)'를 했던 것인데, 통 안에는 나침반, 이쑤시개, 귀이개 등을 넣을 수 있어 실용성도 더했다.
조선 남성들의 치장은 단순히 미의식을 뽐내는 정체성의 표현만은 아니었다. 확고한 신분제 사회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이들이 남성에 국한됐던 만큼, 그들은 신분과 품성이 한눈에 보이는 차림새에 관심이 많았다. '실사구시(실질적인 일에 나아가 옳음을 구한다)'의 정신을 추구해 장식과는 거리를 뒀을 것 같은 실학자들이 실제로는 외국의 새로운 문물을 선보이며 유행을 선도한 '트렌드세터'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전시는 이달 25일까지.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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