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아기 눌러 숨지게 한 어린이집 원장 징역 18년 확정

억지로 재우려 이불 덮고 14분 눌러
아동학대살해 아닌 치사 혐의 확정

게티이미지뱅크

억지로 낮잠을 재우기 위해 생후 9개월 영아를 이불로 덮고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징역 18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8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받은 김아무개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 중 아동학대살해 부분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면서, 아동학대치사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2022년 11월10일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 화성시의 어린이집에서 생후 9개월의 천아무개군이 낮잠을 자다 깨어 이불 밖으로 기어 나오자, 천군을 엎드린 자세로 눕힌 뒤 그 위에 이불을 덮고 자신의 상반신으로 14분간 눌러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김씨는 약 3시간 뒤 천군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이미 사후경직이 진행된 상태였다.

김씨는 천군이 사망하기 전날까지 8일에 걸쳐 천군이 원하는 만큼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으로 머리와 몸을 누르는 등 25회에 걸쳐 학대한 혐의도 있다. 다른 아동 2명을 상대로도 별다른 이유 없이 손으로 밀어 넘어뜨리거나, 밥을 바로 받아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머리나 등을 때리고 발로 몸통을 밀치기도 했다.

주된 쟁점은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였다. 검찰은 김씨에게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동기는 아동을 재우겠다는 것이지 아동을 재우기 위해 죽여야 하겠다는 ‘확정적 고의’나 죽어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라며 아동학대살해 대신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인정했다. 어린이집에 다른 보육교사가 있고 현장이 모두 녹화되는 상황인 데다, 천군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인지한 뒤 곧바로 119신고를 하고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다만, 그 밖의 아동학대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아동학대 혐의 중 1건이 무죄로 뒤집히고 피해 아동 중 한 아동의 보호자와 합의한 점이 고려돼, 형량은 1심 징역 19년에서 2심 징역 18년으로 줄었다. 김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검찰은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인정돼야 한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