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관세에 중국산 감소?…"멕시코·베트남 수입품에 中부품"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끊기 위해 도입한 고율 관세 정책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대폭 감소해 통계상으로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2023년 연간 미국의 상품 무역수지 적자 폭이 1조2천억달러(약 1천591조원)에서 1조1천억달러로 감소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1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 폭이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2천794억달러로 전년보다 1천29억달러(26.9%)나 급감한 영향이 컸다.
이런 사실만 놓고 보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미·중 사이 디커플링이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리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 폭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수입업자들이 재작년 과잉 주문을 해 결과적으로 작년 재고 급증과 수입 감소를 불렀기 때문이다.
기저효과 때문에 착시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수입 다변화 정책을 폈다지만, 멕시코와 베트남 제품이 대다수 중국산 부품으로 채워졌다는 것도 허점이다.
미·중 간 무역 전쟁이 가열되면서 많은 제조업체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멕시코와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겼다.
이에 따라 작년 미국의 대멕시코 무역적자는 2017년의 두 배를 넘는 1천520억달러로 뛰었다.
대 베트남 무역적자는 2017년의 3배에 육박하는 1천50억달러에 달했다.
그런데 이들 멕시코와 베트남 등 수입품에서 전체 중국산의 비중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7~2020년 미국의 수입 공산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했지만, 미국에서 소비되는 상품의 부가가치에서 중국 비중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 매켄지 글로벌 연구소는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미국의 베트남산 노트북 수입이 베트남이 중국에서 수입한 노트북 부품과 같은 양만큼 늘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800달러 이하 수입품 패키지에 대한 관세 면제라는 미국 무역 제도의 허점을 수십 년간 악용해왔다.
미국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기준 면제'(de minimis exemption)를 적용받아 관세 없이 통관된 중국발 소포 수는 2017년 이후 3배 늘어난 10억개로 나타났다.
디커플링의 근본적인 장애물로는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의 지배적인 위치 때문에 대체제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물론 관세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관세 영향권에 놓인 제품의 수입이 30%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관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중국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공언함에 따라 실제로 실행되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느냐에 쏠린다.
아미트 칸델왈 예일대 교수는 현 대중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총비용을 GDP 0.04%로 추산하면서 60% 관세가 매겨지면 수치가 0.8%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역사적으로 공급망 이전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국이 제3국에서 수입하는 중국산 부품은 줄어들겠지만, 중국도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는다는 점이 변수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처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관세를 인상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수출을 늘려 해당 경제권에서 중국 기업의 입지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들은 멕시코와 한국, 모로코 등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거나 건립을 고려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 다른 무역국에도 고관세를 부과해 중국산 수입을 막으면 되지만, 이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미국을 디커플링하는 위험한 방법이 될 수 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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