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live] K리그 최고의 '빅네임'...린가드, "몸상태 좋다! 하루빨리 '수호신' 여러분들과 만나고 파"(일문일답)
[포포투=오종헌(상암)]
제시 린가드는 경기장에서 팬들과 만나는 걸 고대하고 있었다.
서울은 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서울이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출신 공격수 린가드를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K리그 역사상 가장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가 합류했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만 통산 232경기를 뛴 선수다. 또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32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서울행을 완료한 린가드는 2차 동계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로 합류해 팀 적응과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나설 것을 보인다.
서울은 이적 소식을 발표한 뒤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린가드 입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린가드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어 흥분된다. 나에게 정말 큰 도전이다. 그 도전을 위해 이곳 한국에 왔다. 한국, 그리고 서울 팬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1992년생 잉글랜드 출신의 린가드는 맨유 유소년 출신이다. 2011년 맨유 1군에 콜업됐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는 못했고, 임대를 다니며 프로 무대 경험치를 쌓았다.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튼 임대를 통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뛰었다.
특히 2013-14시즌 전반기는 버밍엄, 후반기는 브라이튼에서 뛰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버밍엄에서 리그 13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6골 3도움을 터뜨렸다. 브라이튼에서도 17경기 선발 4골 3도움을 기록했다.
이에 맨유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2014-15시즌을 앞두고 루이스 반 할 감독이 부임했고, 그는 프리미어리그(PL) 개막전 스완지 시티와의 경기에서 린가드를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쉬웠다. 린가드는 전반 24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되며 그토록 꿈꿨던 리그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부상을 당한 린가드는 12월 초까지 뛰지 못했다. 해당 시즌 후반기에는 더비 카운티로 임대를 떠났다. 시즌 도중에 부상 복귀 직후 팀을 옮겼기 때문에 경기력 자체는 좋지 않았다. 맨유로 돌아온 린가드는 로테이션 멤버로 기회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재계약도 맺었다. 린가드는 2017-18시즌 맨유 시절 가장 많은 기회를 얻었다. 리그 기준 33경기(선발20, 교체13)를 소화했다. 공격포인트도 8골 5도움이나 적립하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렇게 주전 도약의 기회를 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별다른 반전없이 계속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맨유에서 백업 역할을 소화하던 린가드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20-21시즌 도중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임대였다. 당시 전반기 기준 맨유에서 리그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있었고, 잉글랜드 FA컵과 리그컵 3경기에만 출전한 상태였다.
하지만 린가드는 웨스트햄 유니폼을 입고 시즌 후반기 리그 16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9골 4도움을 올렸다. 이 때문에 완전 이적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결과적으로는 맨유로 복귀했다. 그래도 이전과는 다른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맨유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에 린가드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지난 시즌을 앞두고 맨유와의 결별을 택했다. 재계약을 맺지 않았던 그는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했다. 노팅엄은 린가드를 데려오기 위해 팀 내 주급 체계를 깰 정도의 거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활약은 실망스러웠다. 린가드는 리그 17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경기당 출전 시간은 55분 정도에 불과했고,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로 기록하지 못했다. 결국 노팅엄은 지난해 여름 린가드와의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다시 FA 신분이 된 린가드는 스티븐 제라드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이티파크에 합류해 구단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상황에 따라 이적 가능성도 있었지만 알 이티파크가 조던 헨더슨,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무사 뎀벨레 등을 영입하면서 외국인 쿼터를 모두 채워 린가드를 등록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결국 린가드는 올 시즌 전반기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1월 이적시장 개방을 앞두고는 프랑스 리그앙 몇몇 팀들과 사우디, 미국 등이 행선지 후보로 거론됐다.
당초 프랑스 'GFFN'은 12월 말 "린가드는 릴을 포함해 리그앙 몇몇 구단들의 제의를 받았다. 그는 노팅엄과의 계약이 끝난 뒤 스티븐 제라드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알 이티파크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나 알 이티파크가 외국인 선수 쿼터를 모두 채워 그를 영입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매체는 "린가드는 아직 은퇴할 생각이 없다. 현재 리그앙 몇몇 팀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했다는 점이다. 리그앙 팀들은 비 유럽연합 국가 선수를 최대 4명만 보유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린가드의 현실적인 행선지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다"고 덧붙였다.
웨스트햄 복귀설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지난달 11일 "웨스트햄은 최근 팀 내 부상 문제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린가드와 다시 계약을 맺는 것에 관심이 없다. 지난해 여름 노팅엄 포레스트를 떠난 린가드는 여전히 소속팀이 없는 상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FC서울이 깜짝 행선지로 등장했다. 서울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기동 감독을 선임했다. 서울은 지난 시즌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반에는 나상호의 활약에 힘입어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인해 비판을 받았다. 결국 안익수 감독을 사퇴의 뜻을 전했고, 잔여 시즌을 김진규 감독 대행 체재로 마무리했다.
이후 서울은 새로운 사령탑 선임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포항에서 지도력을 입증한 김기동 감독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김기동 감독은 포항을 꾸준히 리그 상위권에 올려놨다. 울산 현대, 전북 현대에 밀려 우승컵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포항이 늘 이들을 위협할 수 있는 팀으로 평가 받았던 이유는 바로 김기동 감독의 존재 덕분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K리그1 2위,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기독 감독 선임 후 필요한 포지션에 알찬 보강을 진행 중이다. 중원에 류재문이 합류했고 측면에는 최준을 더했다. 여기에 기성용과의 재계약도 성공했다. 서울은 지난 시즌 K리그1 38경기에 출전해 12골 4도움을 터뜨린 나상호을 떠나보냈다. 2선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는 린가드는 유용한 옵션이 될 수 있다.
린가드 이적설이 전해진 건 지난 2일이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맨유 출신의 윙어 린가드가 서울로 깜짝 이적을 앞둗고 있다. 그는 2년 구두 계약에 합의했고, 1년 연장 옵션이 추가될 것이다. 린가드는 사우디, 튀르키예 등에서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행선지인 서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 '데일리 메일'은 "린가드는 FA 신분이 되면서 이적 시장 마감일에 얽매이지 않는다. 서울과의 거래는 앞으로 며칠 안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으며, 영국 'BBC'는 "린가드는 서울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린가드는 서울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았다. 2년 계약이다. 린가드는 다음 주 초 한국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서울 구단을 방문해 이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 사이 린가드도 서울행을 암시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린가드가 5일 자신의 SNS에 게시한 사진 속에는 탑승 수속을 밟고 있는 린가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비행기 이모티콘과 손가락으로 '브이(V)' 이모티콘을 추가했다. 특히, 사진 속 안내 모니터에서 '대한항공(KOREAN AIR)'이 선명하게 보였다.
입국을 마친 린가드는 메디컬테스트와 계약 협상을 마무리했다. 마침내 7일 로마노 기자는 "린가드가 서울의 새로운 선수가 된다. 거래가 마무리됐으며 곧 발표될 예정이다. 어제 메디컬 테스트가 완료됐으며 모든 문서에 서명을 마쳤다"며 이적이 임박했을 때 사용하는 문구인 'HERE WE GO'를 추가했다. 그리고 다음날, 서울이 린가드 입단을 공식 발표하면서 모든 것이 완료됐다.
[린가드 입단 기자회견 전문]
- 입단 소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어 흥분된다. 나에게 정말 큰 도전이다. 그 도전을 위해 이곳 한국에 왔다. 한국, 그리고 서울 팬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다른 리그가 아닌 K리그를 선택한 이유?
실제로 여러 오퍼들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구두 제안이었던 다른 팀들과 달리, 나에게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오퍼를 보냈다. 맨체스터에 있던 나에게 가장 적극적인 팀이었기 때문에 다른 팀들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 이적 협상 과정?
축구에 있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나 주변 관계자들이 일을 잘해줬기 때문에 이적이 성사됐다. 하루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다. 그리고 이곳에서 승리하고 우승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것만 기다리고 있다.
- 계약 상태? 가족들과 함께 왔는지?
계약에 대한 사항은 비공개다. 현재 가족들은 한국에 없지만 계약 과정에서 도움을 준 크루들이 함께 있다.
- 서울행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주변의 조언?
축구 관계자들에게는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 내 스스로, 그리고 주변 크루들과 함께 얘기하면서 결정했다. 크루들이 먼저 서울을 방문해서 좋은 후기를 들려줬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입단을 결정할 수 있었다.
- 크루들의 역할? 전문성?
아홉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있다. 나의 모든 생활에 대한 매니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또한 사업 관련 계약을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구단 계약을 포함한 재정적인 일을 주관하는 친구도 있다. 내가 다시 행복하게 축구를 하기 위해서 힘써주고 있는 고마운 사람이다.
- 서울 입단에 대한 주변 반응
협상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의견들을 말해줬다. 하지만 저와 가족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다. 특히, 하루 빨리 경기를 뛰는 것이 목표였고 서울이 글로벌 팀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 현재 몸상태는 어느 정도?
지난 8개월 동안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경기를 뛴 지 오래됐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두바이에서 꾸준하게 개인 훈련을 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시즌 개막까지는 충분히 정상 컨디션으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상의 상태는 아니지만 많은 노력을 했다. 하루빨리 전지훈련에 합류해 팀 훈련을 진행하길 바란다.
- PL 출신의 기성용 선수의 호흡
기성용은 매우 좋은 선수다. 그가 스완지에서 뛰고 있을 때부터 맞붙어 본 적이 있다. 이제 서울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성용 선수는 이곳 서울의 레전드다. 기대된다.
- 서울의 사령탑 김기동 감독에 대해서는?
김기동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승리할 줄 알고, 승리하고 싶어하는 감독이라는 말씀을 전해 들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김기동 감독님과 일하는 것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 K리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이전에도 K리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서울에 오게 되면서 더 많이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와 팬 베이스도 공부하고 있다. 서울은 더 발전하고 글로벌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팬분들에 대한 열정에 놀랐다. 공항에서 나를 맞이했던 팬들에게 감사함을 느꼈고, 그래서 더 기대된다.
- 서울 입단이 축구 외적인 사업 확장 때문에 결정했다는 우려?
축구와 개인사업은 별개다. 축구가 더 중요하다. 서울에 온 이유는 경기에 뛰고 이곳에서 팀에 기여하기 온 것이다.
- 개인적인 목표?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 생각한 게 있지만, 우선 지금은 팀 목표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싶다. 경기에 대해 승리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 공항에서 한국의 전통 악기인 '단소'를 받았는데?
단소를 불어보지는 않았다. 단소에 대해서는 차차 알아가도록 하겠다. 공항과 호텔에서 정말 많은 선물들을 받았다. 팬분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금도 길거리에서 팬들을 마주치면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고 있다. 마땅히 내가 해야 할이다.
- 한국에 와서 받은 인상?
한국에 와서는 계약 마무리 단계 때문에 밖에 많이 돌아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첫 인상은 좋았고, 열정적인 팬들과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 K리그와 서울,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적응?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대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설레고 기대된다.
- 골 세리머니?
제 시그니처 세리머니를 할 생각이지만, 일단 지금 더 중요한 건 하루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마지막 인사
마지막으로 서울 팬들인 '수호신' 여러분들을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다.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겠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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