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지어마티, ‘오펜하이머’ 누르고 오스카 남우주연?

김은형 기자 2024. 2. 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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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튼 아카데미'는 조숙한 척하지만 미숙한 소년과, 어른인 척하지만 내면에 상처 입은 소년을 품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아웅다웅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바튼 아카데미'가 달짝지근한 팝콘 무비가 되지 않은 건 완고한 표정 아래 욕망과 회한을 마음 속 깊이 누르고 살면서도 툭툭 허술하고 모자란 모습을 보여주는 폴 지아마티의 뛰어난 연기 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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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튼 아카데미’서 꼬장꼬장 교사 역할
영화 ‘바튼 아카데미’.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말장난을 하자면 ‘이(E: MBTI 성격 유형 중 외향형)와 ‘아이(I:내향형)’의 대결이다. 한 사람은 재능과 욕망과 신념을 서슴없이 드러내다가 처참하게 발가벗겨지는 인물이고 다른 이는 상처와 열등감이 드러날까 봐 울타리 밖 세상으로 향하는 문턱에 발을 올려놓을 생각도 못하는 인물이다. 내달 10일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남우주연상 후보의 배역으로, ‘오펜하이머’에서 킬리언 머피가 연기하는 오펜하이머, 그리고 ‘바튼 아카데미’에서 폴 지아마티가 연기하는 폴 허넘이다. 킬리언 머피는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의 영화 드라마 부문에서, 폴 지아마티는 영화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나란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바튼 아카데미’.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바튼 아카데미’는 조숙한 척하지만 미숙한 소년과, 어른인 척하지만 내면에 상처 입은 소년을 품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아웅다웅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다. 부잣집에서 버릇없이 자란 도련님 같던 소년과 하버드 출신의 자부심 가득해 보이는 중년은 각자의 외로움에 버둥거리는 존재다. 영화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0년을 배경으로 위화감이 느껴지는 거대한 기숙학교의 여러 공간을 넘나들며 두 인물 사이의 고립과 서서히 지펴지는 온기를 표현한다.

알렉산더 페인은 이 영화가 훈훈한 가족 영화로 평가되는 것을 질색했다고 하지만 ‘바튼 아카데미’는 ‘사이드웨이’에서의 날카롭고 씁쓸한 유머보다는 따스한 정감이 주조를 이루는 영화인 건 맞다. 그럼에도 ‘바튼 아카데미’가 달짝지근한 팝콘 무비가 되지 않은 건 완고한 표정 아래 욕망과 회한을 마음 속 깊이 누르고 살면서도 툭툭 허술하고 모자란 모습을 보여주는 폴 지아마티의 뛰어난 연기 덕이 크다. 또한 지아마티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과 볼품없이 늙은 육체, 체취까지 신체의 모든 부분을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신공을 발휘한다.

‘오펜하이머’이 킬리언 머피도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했지만 영화 전체를 이끌고 가는 힘으로 본다면 폴 지아마티의 아카데미 수상이 좀 더 유력해 보인다. 폴 지아마티 뿐 아니라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메리역의 더바이 조이 랜돌프, 이 작품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도미닉 세사 또한 명연기라고 표현하기에 손색없다. 1970년대 정서를 가득 품은 공간과 의상, 음악 또한 ‘바튼 아카데미’를 맛깔나게 완성하는 요소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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