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쓴다니 권고사직한 회사… 신고해도 처벌받는 경우 고작 6.8% [플랫]

플랫팀 기자 2024. 2. 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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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권고사직 처리에 길게 못 쓰게 눈치주기 여전
5년간 불이익 신고 2335건, 기소·과태료는 159건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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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신청서를 상사에게 제출하자 상사는 ‘서류를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다시 대표에게 직접 제출하니 대표는 면담을 잡아 ‘육아휴직을 받아줄 수 없다. 권고사직 처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직장인 A씨)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가 호흡을 잘 못 해 육아휴직을 쓰려고 하니 회사에서는 ‘너 없으면 누가 일을 하냐, 언제까지 쓸 거냐’라고 물어봐 어쩔 수 없이 3개월만 쓰겠다고 했습니다.”(직장인 B씨)

출산·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 사용을 막거나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사업주들이 여전히 많지만, 이에 대한 기소·과태료 처분 비율은 ‘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을 타개하겠다는 정부가 이 같은 불법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모성보호 제도 관련 신고 처리 현황’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임신·출산·육아휴직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신고사건 2335건 중 실제 기소·과태료로 이어진 사례는 6.8%인 159건에 그쳤다.

신고사건의 84.9%(1984건)는 ‘기타종결’로 끝났다. 기타종결이란 2회 불출석, 취하·각하, 법 위반 없음 등을 뜻한다. 직장갑질119는 “높은 기타종결 비율은 아이를 키우는 노동자가 사업주를 신고하기 어렵고, 신고한다고 해도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취하하지 않고 사건을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며 “막상 용기를 내 신고를 해도 제대로 처벌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사업주의 압박으로 사건 진행을 중도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신고유형별로 처리현황을 보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관련 기소·과태료 비율이 가장 낮았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 2·3은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지 않거나 이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5년 동안 신고된 173건 중 5건(2.8%)만 기소되거나 과태료를 물었다.

육아휴직을 주지 않거나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줬다는 신고(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위반)는 5년 동안 1078건이 접수됐다. 이 중 38건(3.5%)만 기소됐다. 육아휴직 관련 법 위반은 과태료 규정이 없고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가능한데,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 자체가 드물다.

출산휴가를 주지 않거나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줬다는 신고(근로기준법 제74조 위반)는 5년간 394건이 접수됐지만, 기소·과태료 처분은 46건(11.6%)에 그쳤다.

출산 전후 여성이나 업무상 부상·질병을 겪은 재해자의 요양기간 동안 해고를 했다는 신고(근로기준법 제23조2항 위반)는 690건이 접수됐고, 이 중 70건(10.1%)만 기소됐다. 다만 이 통계는 업무상 부상·질병 요양자에 대한 해고 신고가 섞여 있다.

📌[플랫]육아휴직 불이익 줘도 10건 중 1건만 기소송치…이런데 아이 낳을까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앞에서는 국가 위기를 운운하며 임신, 출산, 육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뒤에서는 있는 법조차 무력화시켜가며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꼴”이라며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임신·출산·육아 갑질 사용자는 예외 없이 엄격히 처벌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해야 한다”고 했다.

직장갑질119 출산육아갑질 특별위원장인 권호현 변호사는 “임신·육아 중인 노동자는 아이에게 악영향이 있을까 봐 노동청 진정이나 고소를 본능적으로 꺼리고, 더 이상 견디기 힘들 때 정말 어려운 결단으로 신고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확인된 노동부의 관련 법 집행 통계는 절망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이수진 의원은 “여성 노동자가 승진하려면 결혼·임신·출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문화가 대기업에서조차 아직 횡행한다”며 “기업에만 모든 해결을 맡겨놓을 수 없는 문제다.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수사와 감독을 수행하고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 조해람 기자 lennon@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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