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간병인 쓰느라 파산 신청”…간병지옥 탈출, 문제는 돈이다 [심윤희칼럼]
정교한 재원 마련 대책 없인
국민 짐 못 덜고 희망고문만
몇 해 전 영화 ‘아무르(Amour)’를 보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르는 프랑스어로 ‘사랑’이라는 뜻이지만 영화는 노년의 질병과 간병,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반신불수에 치매에 걸린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던 남편은 서서히 지쳐간다. 결국 아내를 베개로 눌러 질식시킨다. 선량한 사람들도 오랜 간병 끝에 살인에 이르게 된다는 비극적인 설정. 숙연해지는 사랑의 끝이다.
간병은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950만명에 육박한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비켜갈 수 없는 사안이다. 문제는 지금껏 간병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돼 왔다는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에 매달리는 ‘간병 퇴직’, 혼자 떠맡는 ‘독박 간병’이 흔하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 간병’도 낯설지 않다. 10·20대가 가족을 간병하느라 사회와 단절되는 ‘영 케어러’ 문제도 심각하다. 개인이 부담하는 간병비 총액은 1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짐을 국가가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늦은 대응으로 우리는 여전히 ‘가족 간병의 굴레’에 갇혀 있다.
너도나도 다 늙고 병든다. 작가 필립 로스는 소설 ‘에브리맨’에서 “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대학살이다”라고 육체적 고통을 표현했다. 닥쳐 올 ‘간병 쓰나미’를 고려하면 정부와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던질 문제가 아니다. 재원 조달 대책뿐 아니라 경증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 증가 등 도덕적 해이를 걸러낼 정교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으면 ‘간병 디스토피아’는 바로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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