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삼매경에 연휴 ‘순삭’…취향별로 골라 봐
나흘간의 설 연휴, 웹툰 몰아 보기 좋은 때다. 웹툰은 많아도 너무 많다. 뭘 봐야 할지, 섬네일 이미지만 보다가 피곤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국내 양대 웹툰 플랫폼 담당자에게서 추천받았다. 여기 유형별로 6편의 웹툰을 소개하니, 취향껏 골라 정주행하면 연휴가 ‘순삭’될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빠질 스토리
지난해 초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큰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농구 만화 없나?’ 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최근 완결한 네이버웹툰 ‘가비지타임’이 그 대답이다. 선수가 6명뿐인 최약체 부산중앙고가 2012년 협회장기 농구대회에서 준우승의 기적을 이룬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 실화는 지난해 4월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로도 만들어졌다. 웹툰은 선수가 6명뿐인 지상고 농구부에 새 감독이 부임하면서 최약체 팀이 점차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비지타임은 농구에서 승패가 이미 결정된 시간대를 뜻한다. 보통 체력 안배를 위해 주전을 빼고 교체 선수들을 투입하는 시간이다. 스포츠물의 박진감에 청춘물의 풋풋함이 더해져 남녀노소 모두 사로잡는다. 각 캐릭터 인기가 아이돌 못지않아 최근 운영한 팝업스토어에 10~20대 여성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카카오웹툰 ‘더 그레이트’는 지난해 8월 연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박서준 주연의 동명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은 웹툰 ‘이태원 클라쓰’로 유명한 광진 작가와 웹툰 ‘나빌레라’ ‘랑데부’ 등의 작화를 담당하며 큰 사랑을 받은 지민 작가의 첫 협업작이기 때문이다. 한때 꿈꾸는 소녀였고 사랑을 하는 여자였던 주인공 유보라는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가장이다. 보라의 시선과 이야기를 따라가는 웹툰은 보라의 아들, 딸 등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둘 펼쳐놓는다. ‘이태원 클라쓰’처럼 보통의 삶을 담은 드라마인 듯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을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으로, 지민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작화가 감동을 한층 고조시킨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
네이버웹툰 ‘살인자ㅇ난감’은 살인자와 형사의 추격전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이탕은 평범한 삶을 사는 편의점 알바생이다. 어느 날 친구로 보이는 두 중년 남자가 편의점에 방문한다. 근무를 마치고 집에 가던 이탕은 아까 왔던 두 남자 중 하나가 골목길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한다. 근처에서 일행을 발견해 이를 알리지만, 신경쓰지 말라는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시비가 붙고, 욱한 이탕은 마침 들고 있던 망치로 상대를 내리쳐 죽이고 만다. 다음날 뉴스에 나온 피해자는 알고 보니 숨어 지내던 연쇄살인마. 경찰은 친구끼리 다투다 서로 죽인 걸로 결론짓는다. 우연히 첫 살인을 경험한 이탕에게 계속해서 살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감이 좋은 형사 난감이 이탕을 뒤쫓기 시작한다. 4컷 만화로 하나의 신을 구성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아기자기하고 단순한 그림체와 묵직하고 복선 가득한 스토리가 대조를 이룬다. 최우식·손석구 주연의 동명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져 9일 공개된다.
카카오웹툰 ‘북검전기’는 왕년에 무협지깨나 봤다는 이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정통 무협 웹툰이다. ‘화산권마’ ‘무인이곽’ ‘사신표월’ 등 무협 웹소설을 줄줄이 히트시킨 우각 작가의 웹소설을 웹툰 ‘쇼타임’ ‘철혈단’ 등을 그린 해민 작가가 웹툰으로 옮겼다.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집단 밀야에 맞서고자 중원의 고수들이 모여 북천문을 만든다. 북천문의 투쟁으로 밀야는 모습을 감추고, 북천문은 강력한 위용을 자랑하며 중원의 평화를 지킨다. 하지만 북천문을 시기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결국 북천문의 4대 문주 진관호가 배신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파국을 맞는다. 모두 떠난 북천문에 홀로 남은 진관호의 아들 진무원은 무공이라곤 손톱만큼도 알지 못하는 13살 소년이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고어(옛말)를 통해 북천문 벽에 새겨진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다. 절대 고수들의 무공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무협물의 강점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화려한 듯 절제된 그림은 때때로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귀여움 터지는 반려동물 스토리
다음웹툰 시절인 2013년부터 10년 넘게 연재 중인 카카오웹툰 ‘뽀짜툰’은 보기만 해도 힐링 되는 반려동물 소재 웹툰이다. 가난한 자취 초년생 작가에게 예기치 않게 아기 고양이 뽀또와 짜구가 온다. 주변에선 “네 형편에 무슨 고양이냐”며 만류하지만, 작가는 두 생명을 지키기로 한다. 이듬해 지인의 회사 창고에서 발견된 아기 고양이 쪼꼬를 잠시 임시보호만 해주려다 결국 셋째로 눌러앉힌다. 자취생활을 청산하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온 뒤로 하나둘 고양이 가족이 더 늘어난다. 담벼락 위에서 구해달라고 울어대던 포비, 골목길 한편 아이스박스에서 발견한 봉구와 똥국자, 동네 운동장에서 만난 꽁지…. 십수년에 걸쳐 그들과 만나고 살아가고 헤어지는 이야기가 따뜻한 미소와 위안을 안긴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거나 처음 키우려는 이들에게 유용한 ‘꿀팁’도 곳곳에 있다.
네이버웹툰 ‘마루는 강쥐’는 반려견이 사람으로 변하는, 귀여우면서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최우리는 반려견 마루와 3년째 자취를 하고 있다. 영상 편집자로 일하면서 인기 유튜버인 친구 하마희의 영상 편집을 도맡는다. 드라마 ‘너는 강쥐’에서 강아지가 잘생긴 남자로 변하는 걸 보며 황당해한 다음날 반려견 마루가 인간 아이의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마루는 인간으로 변해도 여전히 강아지 시절의 습성을 지니고 있다. 호기심 많은 마루가 이웃들과 만들어내는 온갖 에피소드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귀여운 마루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아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출시됐다.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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