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같이 고생한 선수들과 헹가래를…” 한화에 진심인 이 남자, 1000이닝 도전 ‘FA 계약, 한번 더’[MD멜버른]
[마이데일리 = 멜버른(호주) 김진성 기자] “언젠가 같이 고생한 선수들과 헹가래도 치고 싶고, 우승하는 꿈도 꾸고 싶다.”
한화 이글스 우완 장민재(34)는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2009년 2차 3라운드 22순위로 입단했다. 입단 후 선발과 중간, 롱릴리프와 필승조, 추격조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 등판한, 15년 원클럽맨이다. 통산 287경기서 34승53패4홀드 평균자책점 5.19.
공이 아주 빠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커맨드가 아주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2023시즌엔 25경기서 3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했다. FA를 1년 앞두고 2022시즌보다 성적이 떨어졌으니, 장민재로선 난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손혁 단장은 오히려 시즌 종료 직후 장민재를 불러 FA의 권리를 행사하라고 조언했다. 장민재가 다른 구단도 알아보겠다고 하자 그러라고 격려까지 했다. 결국 장민재는 2+1년 8억원 계약에 한화에 남았다.
한화에 진심이다. 장민재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멜버른파크에서 “올해도 정해진 보직대로 던질 것이다. 정말 선발이 무너질 때, 필승조가 던져야 하는데 그 사이 2~3이닝을 이끌어줄 수 있는 투수이면 된다. 5점차라서 굳이 필승조를 안 내도 되는데 투수가 없으면 필승조가 나가야 한다. 그럴 때 확실히 막아줄 수 있는,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내고 싶다”라고 했다.
장민재가 구체적인 예를 든 그런 상황은 정말 감독으로서도 마운드 운영을 하기 어렵고, 불펜에 대기하는 투수들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장민재는 기꺼이 그림자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늘 그래왔다.
장민재는 “선발, 중간 가리지 않고,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여기저기, 어디에 들어가도 충분히 내 몫을 한다고 생각하고 운동하면 괜찮을 것 같다”라고 했다. 투수 고참이 이런 생각을 하니, 한화 마운드의 케미스트리가 좋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선발과 중간을 오가도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장민재는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렵고, 쉽다고 생각하면 쉽다. 잘 맞춰야 하는 게 프로다. 불만 가지면 본인 손해다. 팀에서 투구수 조절도 해주고 무리도 안 하게 맞춰주면 괜찮다. 시즌에 들어가서 상황도 맞춰보고 해야 한다. 144경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모든 상황을 열어놓고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래도 개인목표는 있다. 통산 1000이닝이다. 751⅓이닝의 장민재가 선발과 중간을 오갈 경우, 만만치 않은 목표일 수 있다. 일단 이번 2+1년 8억원 계약을 마친 뒤에도 FA 계약이 필요하다. 그는 “100승이면 모르겠는데, 팀이 이기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팀이 이기면 개인기록도 따라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민재는 “그래도 이닝을 많이 던지는 투수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1000이닝이 목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얼마 남지 않을 것이다. 1000이닝을 개인적인 목표로 삼았다. 다른 투수들이 힘을 아낄 때 내가 많은 이닝을 던져서 팀이 다음 경기에 지장 없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장민재는 2018년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서 선발 등판한 기억이 생생하다. 다시 그 기분도 느껴보고 싶다.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넘쳤다. 팔 빠지도록 던졌다. 그런 기분을 나이 먹어서도 느껴보고 싶다. 당장은 안 되겠지만, 언젠가 같이 고생한 팀원들과 헹가래도 치고 우승 꿈도 꾸고 싶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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