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이 노리는 ‘뻥야구의 진화’···LG의 2024 ‘홈런계획서’[안승호의 PM 6:29]

안승호 기자 2024. 2. 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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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동원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말 역전 2점 홈런을 친 뒤 오지환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염경엽 LG 감독은 여느 사령탑과 달리 ‘경쟁’이란 화두를 입에 잘 올리지 않는다. 염 감독은 때때로 나타나는 경쟁의 비효율성에 주목한다. 고우석의 미국행으로 생긴 마무리 공백을 서둘러 우완 유영찬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것도 경쟁 구도로 여럿에게 압박감을 주기보다는 역할 분담을 통해 준비 기간을 늘려주는 게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염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맞는 새 시즌 준비도 선수들과 각각의 역할에 맞는 목표값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지난 6일 전화 인터뷰에서는 올시즌 큰 변수 중 하나로 선수들의 성장폭을 꼽았다. 그런데 성장을 얘기하며 지목한 선수들의 이름들이 흥미롭다. 수면 아래서 커 올라올 젊은 선수들이 아닌 이미 주전 자리가 확고한 선수들이다.

염 감독은 문보경, 문성주 등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선수들뿐 아니라 베테랑으로 분류될 선수들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얘기했다. 그중 가장 이채로운 내용은 베테랑 타자들의 홈런수에 맞춰진다. 염 감독은 지난해 20홈런을 때리며 경기 흐름 종종 바꾼 박동원을 비롯해 오지환 등 힘 있는 타자들의 기대 홈런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박동원과 오지환은 각각 30홈런을 때린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실질적인 준비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김현수와 오스틴 딘은 각각 20홈런씩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염 감독의 이같은 구상이 현실이 된다면 주력 거포 4명으로만 100홈런을 달성할 수 있다.

염 감독 또한 선수 4명으로 100홈런 고지에 도달하는 게 쉬운 과제가 아닌 것을 모를 리 없다. LG는 지난해 팀 홈런수 93개로 전체 6위였다.

염경엽 LG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지난해 본연의 장타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 염 감독의 기본 시각이다. 여기에 이를 만회하고 개선하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2번째 라운드를 돌며 하나씩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염 감독의 분석이다. 염 감독은 이들의 홈런수가 각각의 목표치를 향하게 되면 팀 전체 홈런수가 증가하는 ‘지렛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염 감독의 새 시즌 홈런 계산법이 쉽게 달성될 것으로 보는 일반 관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 또한 인터뷰 중에 관련 숫자를 재차 묻기도 했다. 그러나 염 감독은 외부 시각과는 조금은 다른 결의 얘기를 한다. 선수들 할당 목표를 현실화할 수 과제로 보고 있다.

LG는 홈런만 갖고 얘기하자면 국내가 가장 큰 잠실구장에서 홈 72경기를 치르고 두산 원정 8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장애가 하나 더 있다. 염 감독은 이에 대해서는 홈경기에서는 디테일에 조금 더 치중하고, 원정에서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경기하는 ‘투 트랙 전략’도 얘기했다.



염 감독은 지난해에도 일명 ‘뻥야구’ 선언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박동원·이재원 등 하위타순에서 간간이 터지는 한방으로 종종 경기 흐름을 바꾸려는 그림이었다. 사실 결과는 이재원의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다만 한국시리즈 2,3차전 등에서 결이 다른 ‘뻥야구’의 힘으로 화려한 시즌 엔딩을 만들었다.

지난해 ‘뛰는 야구’로 여러 화제를 낳은 LG는 새 시즌도 또 하나의 화끈한 주제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그중 하나로 홈런이란 화두가 굉장히 도드라져 보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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