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9일 쌍둥이 엎어 재워 숨지게 한 엄마에 ‘아동학대살해죄’

생후 2개월도 안 된 쌍둥이 자매를 모텔 침대에 엎어 재워 숨지게 한 20대 어머니가 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태어난지 49일 된 쌍둥이 여아를 엎어 재워 숨지게 한 20대 여성에게 아동학대 살해 혐의가 적용됐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쌍둥이 여아의 어머니인 ㄱ(24)씨에게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레법상 아동학대살해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8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1일 새벽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모텔에서 태어난 지 49일 된 쌍둥이 딸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경찰은 ㄱ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ㄱ씨가 쌍둥이 여아를 엎어 재웠을 때 숨질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판단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가 인정된다고 봤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직접적으로 살인하려는 의도가 없어도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고,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해당 행동을 했을 때 적용된다.

경찰은 쌍둥이가 숨질 때 현장에 있던 20대 아버지 ㄴ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ㄴ씨가 쌍둥이의 죽음과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과거 신체적 학대를 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이 심하게 울어 얼굴을 매트리스 쪽으로 엎어 놨다” 는 취지로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쌍둥이 자매의 주검을 부검한 뒤 “질식사 가능성이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했다. ㄱ씨는 사건 전날 딸들을 데리고 남편과 인천에 놀러 온 뒤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