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 매체가 용의 영문표기를 ‘드래곤’에서 ‘룽(Loong)’으로 바꾼 이유는
용띠 해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음력설을 앞두고 중국에서 용의 영문 표기를 널리 알려진 드래건(dragon)이 아닌 한자 용(龍)의 중국 발음인 ‘룽(loong)’으로 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영 CCTV 계열 영어 채널인 중국국제방송(CGTN)은 지난달 15일 베이징의 용 모양 조형물 설치 소식을 전하면서 용의 해를 ‘이어 오브 더 룽(year of the loong)’으로 표기했다. 지난달 9일 하얼빈의 댄스 경연 대회를 다룬 기사에선 용춤을 ‘룽 댄스(loong dance)’라고 했고, 이달 6일에는 기사 제목에 룽을 넣어 “중국의 기술 발전이 ‘용’솟음치고 있다(Chinese tech goes a ‘loong’ way)”고 썼다. 매체에 따라서 ‘드래건’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룽’을 혼용하기도 하고 ‘룽(드래건)’이라는 식으로 병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룽’의 출현 빈도가 점차 찾아지는 것은 용을 자국 문화 홍보 수단으로 적극 사용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용은 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문화권에서 공유하는 설화 속 동물이지만, 중국의 상징으로 세계인들이 인식하게끔 하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자신을 ‘용의 후손(龍的傳人)’이라고 여긴다.
중국에서 용의 영문 표기를 ‘룽’으로 바꾸려는 것은 ‘중국의 용은 서양의 용과 다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양의 용은 육중한 몸통에 길고 튼튼한 네 다리가 달려있고, 날개가 달렸으며 입에서는 불을 뿜는다. 뱀처럼 기다란 몸에 다리가 짧고, 수염이 달려 있으며 입에는 구슬을 물고 있는 동양 용과 생김새가 다르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용을 신비롭고 상서로운 존재로 인식해온 반면 서양에선 불길하고 사악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드래건’을 ‘룽’으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다. 황지 화둥사범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부교수는 2006년 인민망(網)에 게재한 칼럼에서 이런 점을 거론하며 용을 영어로 표현할 때 ‘드래건’이 아니라 중국어 발음을 살린 ‘룽’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의 영문 표기를 개선하자는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상형문자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룽이란 영문 표기에 긍정적이다. 알파벳 철자(loong)의 ‘oo’가 용의 눈이나 긴 몸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중국 인터넷 매체 상하이원롄(上海文聯)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가 용의 영문 표기로 ‘룽’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역사적 근거를 찾느라 바쁘다. 양즈완보는 “1809년 영국의 한 선교사가 논어를 번역하면서 용을 ‘룽’이라고 썼다”고 보도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의 액션 스타 이소룡(李小龍)의 이름도 ‘드래건’을 ‘룽’으로 바꾸려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그의 이름의 중국어 발음이 ‘리샤오룽’이다. 아직 중국의 주요 영문 매체인 신화통신·글로벌타임스·차이나데일리 등은 기사에서 룽을 쓰고 있지 않지만, 향후 이 같은 표기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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