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떠난 김영옥 "임영웅, 내 첫사랑…'영웅시대' 야단 떨 만"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4. 2. 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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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영옥(86)이 국민 가수 '임영웅(32) 바라기'를 자처, 여전히 소녀 같은 감성을 잃지 않으며 신작 '소풍'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김영옥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새 영화 '소풍'(감독 김용균)으로 관객들을 찾아가며, 취재진과 만나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 은심(나문희), 금순(김영옥)이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와니와 준하' '분홍신'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을 연출한 김용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김영옥은 '투덜이' 금순으로 분해 '삐심이' 은심 역의 나문희와 관록의 케미를 발산했다. 여기에 태호 역의 박근형까지, 고향 남해를 배경으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따뜻한 웃음을 선사했다. 동시에 연명치료, 존엄사 등 묵직한 소재를 아우르며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소풍'이 노년의 현실을 덤덤하지만 깊이 있게 비춘 만큼, 김영옥은 "그냥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김용균 감독님 스타일도 우리를 내버려 두셨다. 영화라기보다 흘러온 우리 얘기를 잔잔히 그리지 않았나 본다"라고 공감했다. 

그는 "'소풍'을 하며 제일 크게 생각한 건 우리가 건강하게 세월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100세 시대 어쩌고 그러는데 100세를 다 건강하게 맞이하면 좋겠지만, 근데 그게 아니지 않나. '소풍'은 아파서 거동을 꼼짝 못 하게 될 경우, 이런 때를 미리 생각해놓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말해 준다. 돈이 있어도, 자식이 있어도, 배우자가 있어도 자기가 스스로 건강을 다스릴 수 없을 때 그 불행을 대체할 길이 없다라는 것을 '소풍'에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이게 우리 영화의 큰 틀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순과 달리 67년째 현역에서 건재함을 과시 중인 김영옥. 하지만 그는 "제가 영화처럼 아픈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나이에 우리가 아무렇지 않다 하면 거짓말이다. 지금 여기 (인터뷰 장소)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꿍얼 꿍얼거렸다. 나이를 먹으면서 오는 벽은 다들 똑같이 느낄 거다. 비단 건강 문제뿐 아니라 모든 게 무뎌지는 부분이 있다"라며 캐릭터에 깊숙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김영옥은 "저는 병에 들지 않고 지병이 없고 하니 조금 낫게 살고는 있지만, 몸 대신 많이 봐오면서 그런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할머니가 고혈압에 중풍으로 10년을 앓아누웠다 가시고, 어머니는 관절염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 옆에서 다 봐와서 이런 고충은 다 알 수밖에 없다. 요즘같이 요양원에서 봐주는 시대가 아니었으니까. 집안에 누가 한 번 쓰러지면 온 식구가 다 붙어서 대소변 받아내고, 가정에서 해내야 했다.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니긴 하다만, 어쨌든 다 소용 없고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있어야겠다' 건강은 본인이 챙길 수 있는 대로 챙겨야 한다는 걸 '소풍'을 통해 크게 느꼈다"라고 거듭 얘기했다.

영화에서처럼 생의 마지막에 관해 고민해 본 적은 있을까. 이에 김영옥은 "나는 평소에 유언을 수도 없이 흘리고 다녔다. 집에서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젊을 때 위장이 안 좋아 많이 아팠던 때가 있어서, 박원숙이나 나문희 등 주변에 장난처럼 늘 얘기했다. '나 죽으면 내 자식들 좀 어루만져 줘라' 하고. 그래서 박원숙이 하는 소리가, 유언 전하더니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고 많이 웃기는 사람이라 그러더라"라며 호탕하게 답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반대하지만, 존엄사는 찬성이라는 생각을 고백하기도 했다. 김영옥은 "저도 아들, 딸과 연명치료에 관한 얘기를 많이 나눈다. 나는 의식이 오락가락하는데 그걸 오래 끄는 건 아니라고 본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걸, 그걸 의료 행위로 끄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 의지'를 보여준 우리 영화와 같은 생각이다. 내 의지로 할 수 있을 때 가는 게 그게 행복이다. 내가 꼼짝 못 하게 됐을 때, 죽어라 살리려 한다면 나는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을 거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 존엄사가 안 되어 있는데 그 문제를 빨리 다뤄줬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내비쳤다.

나문희와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등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지만, 이번 '소풍'은 보다 특별한 감회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소풍' 시나리오를 나문희 매니저의 부인이 썼다. 우리 둘이 해줘야겠다고, 한 5년 이야기했다. 근데 처음엔 제작될 가능성이 몇 프로 안 되었다. 오늘날까지 '소풍'을 만들 수 있게끔 된 것은, 나도 나문희도 너무 이 작품에 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도 안 하면 나도 안 해' 이럴 정도였다. 척하면 척, 서로 정말 좋아서 '소풍'을 했던 게 스크린에서 보이실 거다"라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김영옥은 "'소풍'은 우리에게 행운이라 생각한다. 정말 힘든 줄도 모르고 연기했다. 까불고, 노래도 부르고(웃음). 열심히 했다고 거짓말은 못해도 캐릭터에 빠져 신들린 것처럼 임했다는 것엔 자부심을 느낀다. 그만큼 무척 즐기면서 찍었다는 얘기다. 감독님이 우리 둘이 노는 대로 내버려 두고 많이 터치도 안 하셨는데, 아름답게 잘 만들어주셨더라. 제가 영화를 많이 안 한 사람이긴 하지만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감독에 따라 작품의 방향성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놀라웠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또한 김영옥은 "배우로서 또 이런 역할이 올 수 없고,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로는 말이다. 졸작이 되었든 우수작이 되었든 나한테는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그만큼 '소풍'을 좋아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공교롭게도 '소풍'과 같은 날 '월드스타' 윤여정의 영화 '도그데이즈'도 개봉, 설 극장가에 맞붙게 된 바. 윤여정은 홍보 인터뷰에서 롤모델로 김영옥을 꼽으며 존경심을 표했다. 

이에 대해 김영옥은 "내가 최고 늙은이니까 얘기했겠지"라고 받아쳐 폭소를 자아냈다. 이내 그는 "이거 하고 있어서 다른 거 못하겠다 해도, 대본 들이밀며 보라고 하면 또 미친 사람처럼 '내가 해야겠구나', 자아도취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있다. 나를 망가뜨릴 정도로 (일에) 욕심을 부린다. '내가 안 하면 못 해' 하는 오만도 있고. 감독이나 작가나 날 생각해 제안해 줬다면 뭔가 맞아서 줬을 테니, 그런 걸 저버리기도 힘들다. 참 내 성격에, (거절이) 안 될 때가 많다. 딱 자르는 성격이 못 돼서, 힘들면서도 결국 할 때가 있다"라고 롱런의 비결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영옥은 "모든 게 너무 발전하지 않았나. 다  리얼해졌는데 나는 구시대 사람이라, 지금도 그게 불만일 때가 있다. 리얼하게 한답시고 연기자가 대사 전달이 안 돼서. 연극이든 영화든 TV 드라마든 최소한 뭘 말하는지 알아듣게 연기하는 건 기본이라 생각한다. 감성만 전하는 게 작품이 아니지 않나"라는 쓴소리를 덧붙였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영옥. 그는 "나는 연기 아니었으면 할 게 없다. 사실 뭘 했을까 모르겠다. 그만큼 연기에 몰두해 살았고 지금도 후회가 없다. 다음 생애도 다시 연기를 하고 싶고. 그때는 주인공을 좀 많이 할 거다. 나도 스타가 되어 빌딩도 사고 싶다(웃음). 하지만 반짝해서 끝나는 배우는 싫다. 싫다기보다 (작품을) 한참 못하고 기다리는 배우라서 싫다. 내가 좋은 배우라 생각하는 건 여기저기 발 걸쳐서 쉬지 않고 꾸준히 해왔다는 거다. 그게 스타와 다른 점인 거 같다. 하늘이 주신 건지, 대사에 몰입도 잘 되고 집중도 잘 되는 거, 그거 하나로 버텨왔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영역을 내가 해내고 있지 않나 자부심도 있다. 그걸로 만족하고 행복하다"라고 천생 배우의 면모를 자랑했다.

더군다나 김영옥은 '덕질'에도 진심인 모습으로, MZ세대도 못 당해낼 못 말리는 열정을 느끼게 했다. 그는 평소 임영웅 팬으로 유명한데, '소풍'엔 임영웅 자작곡 '모래 알갱이'가 삽입되어 '성덕'(성공한 덕후)으로 등극했다. 임영웅 노래가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소풍'이 최초다. 임영웅 측은 '소풍' 제작진의 요청에, 작품의 취지와 팔순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세 주연 배우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로 흔쾌히 사용을 승낙했다는 후문이다.

김영옥은 "감독님이 직접 편지를 써서 임영웅에게 보냈다고 하더라. 날 보고 (OST 수락을) 해준 줄 알았는데 감독님 덕인가? 아무튼 임영웅이 지금 얼마나 대단한 스타인데, 우리 영화가 대우를 제대로 해줬을 리는 없을 거다. 그래도 나와의 인연이 없지 않아 있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믿고 싶다(웃음). 노래가 영화랑 무척 잘 맞아서 정말 잘 됐다 싶다. 욕심으론 임영웅 노래를 처음에도 깔고 중간에도 깔고 싶었는데 그건 안 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임영웅이 '최애'(최고로 애정)인데, 나는 '차애'(두 번째로 사랑함)도 많다. 잔나비, 임형주, 박지현 등 여러 젊은 가수를 좋아하고 콘서트도 다 가봤다. 근데 임영웅이 가장 인물이 남다르더라. 얼마 전에 나문희와 같이 임영웅 공연을 보고 왔다. 나문희는 별로 팬이 아니었는데, 그날 아주 그냥 자기가 더 야단이야. 감탄에 감탄을, '너무 잘해' 이러고 있더라"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김영옥은 "임영웅은 첫사랑"이라고 표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사람에 반한 것도 있어서, 정말 임영웅에 관한 건 다 찾아서 본다. 어디를 가고 뭐 먹고 찍는 거 다 본다"라고 격한 팬심을 과시했다.

임영웅에게 반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김영옥은 "다 똑같지. 임영웅, 김호중, 이찬원 등 나름 다 따로따로 꽂혀서 좋아하는 게 있다. 내가 원래 '미스터트롯'을 안 챙겨 봤고, '미스트롯'은 일절 안 봤다. 마음에 상처가 있었을 때, 우연히 지인이 전화로 '이런 프로가 있는데 볼 만하데요. 봐 보세요' 추천을 해주더라. 그때가 공연 3일째인가 그랬다. 임영웅이 김광석 노래, 노사연의 '바램'을 부르는데 전부 내 노래 같이 마음을 '콕콕' 찌르는 거다. 감성이 정말 남달랐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그렇게 임영웅에 빠졌다. 근데 이게 경연 아니냐. 다른 사람한테는 미안한 소리인데 이 사람이 안 되면 어떡하지 싶고, 그래서 팬들이 마치 내가 경연장에 있는 것처럼 야단인 거다. 나중엔 다른 사람이 1등 할까 걱정이 돼서 잠을 설칠 정도였다. 내가 (임영웅에) 빠졌으니, 아무 취미가 없거나 연예인 아닌 분들은 얼마나 더 빠져 좋아하겠나. 오늘날 영웅이 되고 야단 떠는 게 무척 이해가 된다"라며 '영웅시대'(임영웅 팬덤)에 지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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