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사법리스크' 벗은 이재용…'뉴삼성'에 쏠린 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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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9년 가까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목을 붙잡은 사법리스크가 지난 5일 일단락 됐습니다.
이 회장의 경영 운신의 폭이 넓어진 가운데 등기이사 복귀, M&A, 미래전략실 등 과제는 산적해있습니다.
'삼성 위기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이 회장의 '뉴삼성' 비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민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법원 판결까지 3년 5개월 간 걸렸는데 결국 핵심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승계만이 목적이 아니다'란 거죠?
[기자]
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제기된 19개 혐의에 대해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일단 가장 크게 얽혔던 부분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입니다.
실제로 이 회장은 당시 합병으로 삼성생명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에 더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를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검찰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범죄인지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결 내렸는데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합리적인 사업적 판단이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기업 집단 차원에서 각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업 조정 방안들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부당 합병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검찰 측의 지적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상장으로 구체화된 모직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으로 인해서 주가가 하락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합병 이외에도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 혐의도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1심 판단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실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앵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 9년째 이어져 온 사법리스크이 더 이어질 가능성 있지만 일단은 한숨 돌린 상태인데 당장 기대되는 부분은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죠?
[기자]
네, 일단 이 회장은 무죄 판결이 나온 지난 5일 취재진의 '등기이사 복귀'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는데요.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6년 10월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받으면서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가 만료됐습니다.
지난 2022년 '취업제한'이 풀리면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지금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인데요.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합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 글로벌 경쟁에서의 책임을 위해서는 등기이사도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M&A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이번에 사법리스크를 제거해서 마련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일단 업계에서는 대규모 M&A를 상당히 기대하고 있죠?
[기자]
삼성의 신사업 시계는 2010년 발표한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 이후로 멈춰있는데요.
삼성은 AI폰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AI는 투자 적기 타이밍을 놓친 상황입니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엔비디아 등은 이미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는데요.
삼성은 2017년 독일 전장·오디오 기업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가 끊겼습니다.
AI에서는 이미 경쟁사에 비해 뒤처진 가운데 AI 시대를 넘어서 반도체 이외에 삼성그룹의 먹거리를 책임질 신수종 사업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이런 신사업과 M&A를 위해선 그룹차원의 결정을 내리는 미래전략실이 부활 필요성도 제기되죠?
[기자]
일단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다만, 향후 미전실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은 엇갈립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에 미전실 같은 의사결정을 하는 거는 굉장히 법적 리스크가 따를 겁니다. 미전실 같은 조직을 만들더라도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서 의사결정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되겠죠.]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 헤드쿼터 당연히 있어야 돼요. 삼성이 잘 되고 있었던 모습의 핵심적인 구조잖아요. 그 구조를 파괴하고 그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구조를 못 만들었기 때문에….]
이 회장이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미전실 해체를 결정 하면서 현재는 3분야로 쪼개졌는데요.
전자 계열은 사업지원TF, 건설 계열은 EPC경쟁력강화TF, 금융계열은 금융경쟁력제고TF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하나로 묶을 새로운 미전실이 탄생할지 관심이 모입니다.
[앵커]
어쨌거나 등기이사 복귀, M&A, 미전실 부활의 배경에는 삼성 위기론이죠?
[기자]
네, 지난해 삼성은 영업익과 핵심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뺏겼는데요.
삼성전자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현대차에 영업익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영업익뿐만 아니라 핵심분야인 스마트폰에서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점유율 2위로 내려왔습니다.
동시에 2년 만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도 TSMC가 채갔습니다.
삼성이 더 이상 초격차 기업이 아니라고 평가받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 '뉴삼성'의 첫 행보는 어떤 건지 관심이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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