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극심한 분열 속 총선 치러…266석 놓고 44개黨 경쟁

박준호 기자 2024. 2. 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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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날 잇단 폭탄 테러로 정세 혼란 가중
샤리프 4선 도전, 옥중 칸 유권자 결집 등 관심
[카라치=AP/뉴시스]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투표소 직원이 다음날(8일)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기 위해 학교 건물에 마련된 투표소 밖에 유권자들을 위한 안내 포스터를 게시하고 있다. 2024.02.08.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급증하는 무장세력의 공격과 반칙에 대한 외침이 투표에 그림자를 드리운 파키스탄에서 8일 새 의회를 선출하기 위한 총선이 치러진다. 이번 총선은 깊은 정치적 분열로 인해 연립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선거는 적대적인 국경과 긴장 관계로 가득 찬 아프가니스탄, 중국, 인도,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예측할 수 없는 서방 동맹국인 핵무장 국가(파키스탄)에게 있어서 중대한 시기에 치러진다. 파키스탄의 차기 정부는 불안을 억제하고, 다루기 힘든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부터 불법 이주를 막는 것까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요 외신들은 전망했다.

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전역의 투표소에는 수만명의 경찰과 준군사병력이 배치돼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전날,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선거사무실에서 발생한 2건의 폭탄 테러로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20여명 이상 부상을 입어 선거 전날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번 총선에선 파키스탄의 44개 정당들이 국회, 즉 하원에 걸려있는 266석을 놓고 경쟁한다. 총 336석인 하원에는 여성과 소수자 몫으로 배정하기 위한 70석이 추가로 남아 있다. 이 70석은 선거에서 5% 이상 획득한 정당에 득표율 기준으로 할당된다.

선거가 끝나면 새 의회는 차기 총리를 뽑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9일에는 4개 지방 의회에 대한 선거도 실시된다.

AP는 이번 총선이 옥중에 있는 임란 칸 전 총리의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이 투표 전 단계인 선거운동에서 후보자들이 공평한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주장으로 얼룩졌다고 평가했다.

[카라치=AP/뉴시스]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투표소 직원들이 8일 총선을 위해 학교 건물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2024.02.08.

크리켓 스타에서 이슬람 정치인으로 변신한 칸 전 총리는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 투표에서 축출된 후 현재 감옥에 갇혀 출마가 금지됐지만, 현지에선 여전히 대규모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 정권에 분노하고 환멸을 느낀 칸의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타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AP가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칸 전 총리가 집권했던 2018년에 치러진 직전 총선에선 약 1억2700만명의 유권자 중 절반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투표했다. 어느 정당도 단순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최다 득표를 한 정당이더라도 '동맹'에 의존해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가장 유력한 경쟁자는 파키스탄 총리를 세 차례 지낸 나와즈 샤리프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으로, 샤리프 전 총리는 국내에서 징역형을 받지 않기 위해 4년간의 해외 망명 생활을 거쳐 지난해 10월 자진해서 귀국했다. 그가 귀국한 지 몇 주 만에 유죄 판결은 뒤집혔고, 샤리프는 네 번째 총리 임기에 아무 제약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됐다.

AP는 "그의 최대 라이벌인 칸이 (선거에서)제외되고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 샤리프는 그가 이끄는 내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친동생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총리직을 향해 꽤 직선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인민당(PPP) 소속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전 외교장관도 주요 경쟁자로 평가된다. 파키스탄인민당은 남부에 권력 기반을 둔 강력한 경쟁자이며,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아들인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라는 파키스탄 정치권의 떠오르는 별이 이끌고 있다.

샤리프와 부토 자르다리는 전통적으로 라이벌 관계지만 과거 칸에 대항해 힘을 합친 바 있다. 부토 자르다리는 셰바즈 샤리프의 총리 임기 중인 지난해 8월까지 외무장관을 역임했다.

[킬라사이풀라=AP/뉴시스]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킬라사이풀라 지역에서 보안 관리들이 폭탄이 폭발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총선을 하루 앞두고 파키스탄 남서부에서 한 정당과 무소속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두 차례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24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현지 관리들이 말했다. 2024.02.08.


만약 칸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번 총선은 칸의 당이 배제되기를 열망하는 나와즈 샤리프와 부토 자르다리가 이끌고 있는 당으로 표가 몰릴 것으로 예측하는 분석가들이 많다. 다만 부토 자르다리가 단독으로 총리직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샤리프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부정청탁, 국가기밀 폭로 결혼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3년, 10년, 14년, 7년 형을 선고받은 칸 전 총리에게 이번 투표는 그가 총리가 된 지난 선거와는 극명한 운명의 반전이 된 양상이다.

파키스탄 대법원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적힌 크리켓 배트인 당 상징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힌 후 칸의 PTI 당에 소속된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파키스탄 전문가인 파르자나 샤이크는 칸의 몰락과 샤리프 왕조의 부활은 미리 결정된 결과라는 인상을 준다면서 "그러한 인식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을 지도 모른다"고 AP에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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