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다이소 가자" "야 토스 켜!"… 사이버 폐지 줍는 Z세대

윤지영 기자 2024. 2. 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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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Z세대가 앞날 없이 '욜로'를 즐긴다는 것은 편견이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플렉스·욜로 언급량은 감소하고 오히려 무지출·무소비 언급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진=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
Z세대를 일컫는 키워드로 '욜로'와 '플렉스'가 꼽힌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뜻한다. 플렉스(flex)는 사전적으로는 '구부리다' '몸을 풀다'라는 뜻이지만 현재는 '부를 과시한다'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지난 2021년 7월부터 지난 2022년 6월까지 매스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웹(블로그·커뮤니티)상의 빅데이터 약 120만건을 분석한 결과 '플렉스·욜로' 언급량은 11% 감소했지만 '무지출·무소비' 언급량은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며 Z세대도 '짠테크'(강도 높은 절약 중심적 소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머니S는 짠테크에 빠진 Z세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소비하고 어떻게 돈을 모으는지 살펴봤다.



올리브영 3만원 vs 다이소 3000원… "덕후 됐어요"


다이소에서 리들샷 앰플을 3000원에 판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때아닌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 사진은 다이소에서 3000원에 판매되는 'VT 리들샷 100 부스팅 앰플' 제품(왼쪽)과 올리브영에서 3만2000원에 판매되는 'VT 리들샷 100 에센스' 제품. /사진=전모씨 제공(왼쪽), 윤지영 기자
최근 '다이소 품절 대란'을 불러온 제품은 '리들샷 부스팅 앰플'(이하 리들샷)이다. 리들샷은 스킨케어 첫 단계에 사용하는 제품으로 피부에 자극을 줘 이후에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의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리들샷 50부터 100, 300, 1000까지 뒤에 따라오는 숫자가 커질수록 자극의 정도가 커지는 제품이다.

현재 올리브영은 VT 리들샷 100 에센스 50㎖ 제품을 3만2000원에 판매한다. 반면 다이소는 같은 VT 리들샷 100 앰플 제품을 3000원에 선보여 화제가 됐다. 다이소 리들샷 제품이 2㎖ 6개입인 점을 감안해도 12㎖에 3000원이니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셈이다.

다이소 리들샷 제품은 한 차례 '품절 대란'이 일어난 후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를 구매하고 싶으면 다이소의 온라인 몰인 '다이소몰'에서 재입고를 기다려야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인 것을 보고 발빠르게 다이소 리들샷을 3개나 구매했다는 전모씨(여·23)는 "3개를 사도 1만원도 안 되니 속는 셈 치고 사 봤다"며 "다이소 리들샷으로 시작하니 올리브영 본품은 너무 비싸게 느껴져 못 살 것 같다"고 밝혔다.

올리브영에서는 5000원 아래의 화장품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다이소에서는 오히려 5000원보다 비싼 화장품을 찾기가 어렵다. 사진은 다이소 태그 쿠션(5000원)·투쿨포스쿨 픽싱 커버 쿠션(3만6000원)·다이소 드롭비 파운데이션(5000원)·다이소 드롭비 컨실러(3000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사진=윤지영 기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태그'는 다이소와 화장품 브랜드인 '투쿨포스쿨'이 협업해 탄생한 브랜드다. 태그에서 출시된 쿠션 제품은 다이소에서 5000원에 판매된다. 투쿨포스쿨의 쿠션이 올리브영에서 3만6000원, 2만5200원(할인가)에 판매되는 것에 비하면 5~6배 차이 나는 셈이다.

다이소는 화장품 브랜드 '더샘'과 협업해 '드롭비'라는 브랜드를 론칭, 컨실러와 파운데이션 제품을 판매한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드롭비 컨실러의 가격은 3000원으로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더샘 컨실러의 판매가인 7000원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다이소에서는 앞서 소개한 쿠션과 컨실러뿐 아니라 아이섀도우, 블러셔 등 색조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전씨가 구매한 다이소 화장품들. /사진=전씨 제공
리들샷을 계기로 '다이소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전씨는 "다이소에서 다양한 생활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왔지만 화장품은 얼굴에 직접 닿는 제품이다 보니 '너무 저렴하면 피부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며 "그런데 잘 알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이라고 하니 믿음이 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품질에서도 부족함이 없어 다이소 화장품을 종류별로 모으는 '다이소 덕후'가 됐다고. 전씨는 "나를 포함해 주변 20대 여성들을 보면 화장품에 지출하는 돈이 꽤 큰 편인데 다이소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소비가 많이 줄었다"며 "앞으로 다이소에서 더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이 출시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야, 토스 켜!"… '사이버 폐지 줍기'로 '티끌 모아 태산'


콘서트장에 도착하면 해야 할 일로 '토스 켜기'를 제안한 이들의 게시글이 수백회의 재게시를 기록했다.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일요일에 콘서트 오시는 분들 다 같이 토스 켜고 부자됩시다."
"내일 쇼케이스 3200명이나 모이는데 다들 토스 켜고 돈 벌자."

최근 SNS에는 콘서트나 쇼케이스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갔을 때 "토스 켜자"라는 글을 농담처럼 주고받는다. 바로 토스의 '함께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 서비스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켠 사용자 근처에 토스 앱을 켠 다른 사용자가 있을 때 서로 클릭하면 함께 포인트를 지급받는 서비스다.

토스는 간단한 클릭 등의 참여로 소소한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토스의 함께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만보기·버튼 누르고 10원 받기 서비스 화면(왼쪽부터). /사진=토스 애플리케이션(앱) 캡처
기자도 '함께 토스 켜기' 서비스를 통해 총 3802원의 포인트를 모았다. 지하철에서 '근처에 토스를 켠 사람이 있어요!' 알림이 뜨면 클릭하거나 친구들과 모였을 때 "야, 토스 켜!"를 외치기도 했다.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노려 토스 포인트 사냥에 나서기도 했다. 태산이라기엔 조금 소소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토스에는 이뿐만이 아니라 ▲만보기 ▲버튼 누르고 10원 받기 ▲고양이 키우고 간식 받기 등 간단한 동작으로 소소한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많아 Z세대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고 있다. 쉬운 참여 방법과 귀여운 그래픽도 인기 요소 중 하나다.

자신이 꾸준히 하고 있는 앱테크를 소개한 게시글이 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글쓴이가 가장 강조한 것은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 붙이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토스뿐 아니라 ▲KBPay ▲리브메이트 ▲캐시워크 ▲monimo ▲롯데카드 ▲엘포인트 ▲신한 쏠(SOL) 등 다양한 앱에서도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앱과 그 방법이 정리된 게시글이 올라와 544회의 재게시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한 누리꾼은 모니모 앱을 통한 앱테크 내역을 인증하며 "매달 평균 8000원을 목표로 걷기, 앱테크, 출석, 이달의 미션, 기상챌린지 등을 하면 꾸준히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며 "걷기든 기상이든 원래 출근하려면 해야 하는 것이어서 부담없이 실천 가능하다"고 밝혔다.

Z세대들은 앱테크를 '사이버 폐지 줍기'로 재치있게 칭한다. SNS에서는 사이버 폐지 줍기를 인증하는 이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앱테크를 재치 있게 부르는 단어로 '사이버 폐지 줍기'가 있다. SNS에 이를 검색하면 "사이버 폐지 줍기 같이 하자" "오늘도 사이버 폐지 줍기 성공" 등 소소하게 포인트를 모으는 이들의 인증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

'사이버 폐지 줍기'에 재미를 붙였다는 황모씨(여·23)는 "처음에는 포인트 5원, 10원씩 쌓이는 게 뭐가 그렇게 도움될까 싶었다"며 "별로 힘을 들여야 하는 일이 아니니 생각날 때마다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앱테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적은 금액이어도 막상 현금으로 전환하거나 결제할 때 포인트를 사용해 보니 이득인 기분이 들더라"라며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토스 버튼 누르기'와 '토스 행운복권 뽑기'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앞으로도 사이버 폐지를 열심히 주울 것"이라며 "5원, 10원 같은 적은 돈의 소중함을 실감하니까 5만원, 10만원씩 턱턱 소비하던 것도 조금 주춤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지영 기자 y2ung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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