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3년 연속 4조대 영업이익 ‘실적 잔치’… 시민단체 “정부가 가계통신비 경감 위해 나서야”

윤진우 기자 2024. 2. 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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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조원 돌파 후 실적잔치 계속
LTE 대비 1.5배 비싼 ‘5G 가입자’ 늘어난 영향
이익 늘어도 통신 3사 ‘설비 투자’ 매년 줄어
증권업계 “올해 통신 3사 합산 영업익 5조원 육박”
5G 요금제 인하 등 정부 요금 인하 압박 거세질 듯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연합뉴스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돌파했다. 2021년 4조원을 넘어선 후 3년 연속 4조원대 합산 영업이익이다. 설비투자는 적극적으로 안하는 대신 LTE(4세대 이동통신) 대비 가입자당 매출이 1.5배 많은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4조401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4조3835억원 대비 175억원 늘어난 수치다. 통신 3사는 2011년 합산 영업이익이 4조3780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까지 합산 영업이익이 3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2021년 4조380억원으로 10년 만에 4조원대를 기록했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합산 영업이익 4조원대를 거뒀다.

국내 5G 시장은 2019년 4월 첫 상용화를 시작한 이후 매년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5G 가입자 수는 3251만명으로 국내 인구 수 5171만명(2023년 기준)의 63% 수준이다. 5G 상용화 초기와 비교해 5G 가입자 수 증가 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월평균 30만~40만명이 5G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다.

◇ LTE 대비 1.5배 비싼 5G 가입자 수 꾸준히 늘어

5G 서비스는 기존 LTE 대비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이 1.5배 이상이다. 통신 서비스 가입자 1명이 내는 통신요금이 이전보다 1.5배 많아졌다는 의미로, LTE를 쓸 때 한 달에 3만원을 내던 통신요금이 5G로 넘어오면서 월 4만5000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통신 3사가 매분기 5G 가입자 수 비중을 주요 지표로 발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통신 3사의 5G 가입자 수 비중은 SK텔레콤 68%, KT 73%, LG유플러스 64%다.

반면 5G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통신 3사가 투자 등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줄고 있다. 통신 3사가 포기한 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관련 기지국 설치 비용도 들지 않는 만큼 5G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유지보수 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차세대 통신 기술로 꼽히는 6G(6세대 이동통신)의 경우 빨라도 2028년 이후 상용화가 시작되는 만큼 통신 3사의 설비투자는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5G 상용화 당시인 2019년 약 9조6000억원이었던 통신 3사의 설비투자 규모는 2020년 8조2700억원, 2021년 8조2000억원, 2022년 8조1400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줄었다.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설비투자는 7조6673억원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통신 3사가 비싼 5G 서비스를 판매하는 동시에 설비투자를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적극 나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5G 요금제 인하 등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했다

◇ 올해 합산 영업익 5조원 육박… 통신사 “비통신 사업 성장 덕분”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전망하는 올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7000억원이다. 일부 증권사는 통신 3사가 올해 5조원에 달하는 합산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 3사는 안정적인 통신 사업과 함께 인공지능(AI),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클라우드 등 비통신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라며 “지속성이 유지되는 통신 사업의 특성상 통신 3사는 올해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한편 통신 3사가 양호한 실적을 내는 만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5G 요금제 인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등 다양한 정부의 정책이 예상되고 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단통법 규제가 국민 이익은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기득권만 배불리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통신 3사는 합산 영업이익이 늘어난 건 IDC, 클라우드 등 비통신 사업이 성장했기 때문이지 통신요금이 높아서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SK텔레콤의 지난해 4분기 전체 ARPU는 2만956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떨어졌다. 가입고객 1명이 내는 요금이 1년 새 1000원 가까이 줄었다는 의미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3사의 연간 영업이익에서 무선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로 크지 않고,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비통신으로 미래 먹거리를 넓혀 가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늘었으니 통신요금을 낮춰라’라고 주장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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