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혐의 모두 무죄인데…재계 "검찰 , 기계적 항소하면 또 발목" 우려
수사심의위, 이미 기소 말라 권고…이복현 금감원장 "사법리스크 일단락 계기" 언급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에서 패소한 검찰이 항소 뜻을 내비치면서 또다시 경영활동에 큰 지장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재계의 걱정이 여전한 모습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등 19개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에 대해 항소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사건의 항소 기한은 오는 13일까지다.
1심 결과 19개 혐의 모두 무죄가 나온 데다 증거 수집과정에서 위법성이 있어 일부 증거가 배척까지 된 상황에서 2심 재판 역시 검찰이 뒤집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문제는 검찰이 항소를 강행할 경우 이재용 회장 등 기업인들이 1,2주마다 법원에 출석을 해야해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지장을 계속 받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나쁜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재계는 검찰이 기계적인 항소 대신 수뇌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해주는 대승적 결단을 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검찰이 무리한 기소로 1심에서 이 회장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온 만큼, '면피'를 위한 기계적인 항소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찰이 외부 전문가 등 일반인으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했음에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점을 잘 새겨야 한다는 것.
수사심의위는 지난 2020년 6월 26일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13명의 위원 중 10명이 기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부분 이 회장에게 적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검찰이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구성한 조직이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이전까지 검찰은 여덟 차례 수사심의위에서 나온 권고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회장에 대해서는 선례를 뒤집고 기소를 결정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1심 판결 직전에 열린 금융감독원 기자간담회에서 "(판결에 대해선) 의견을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이 회장이 판결을 계기로 심기일전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그룹이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해 기소한 모든 혐의가 1심에서 무죄로 선고되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삼성의 경영이 장기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이 회장은 재판에 넘겨진 이후 1심 무죄 선고를 받기까지 3년 5개월간 매달 2~3회 법원을 오갔다. 열린 재판만 106차례로, 이 회장은 95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이 항소를 결정하면 이 회장은 앞으로도 계속 법정에 서야 할 수 있다. 매주 열리는 2심 공판에 참석하려면 이 회장은 해외 출장 등 경영 활동에 대한 제약이 불가피하다. 기업 총수로서 책임 경영을 하기 위한 등기이사 복귀도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벗기까지 미뤄질 수 있다.
대법원까지 간다면,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최소 3~4년은 더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2016년 시작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까지 포함하면 이 회장은 10년 이상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이 무리한 기소로 1심에서 '완패'한 것이라 지적하며, '기계적 항소'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은 1심 판단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법리적 판단을 다시 받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변호인 측 일방 주장을 채택한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의)승계 작업에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있다"며 "그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판단이 다른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019년 8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의 합병 등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이라며 "최소 비용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검찰은 또 재판부가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을 문제 삼아 일부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5일 이 회장의 1심에서 재판부는 "대법원은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가 위법·부당하다거나, 합병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을 사용했거나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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