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국 기밀 발설하면 감옥 가는데"… 맥킨지의 딜레마

김희정 기자 2024. 2. 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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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와 BCG(보스턴컨설팅그룹)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과 미국 의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의회가 700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에 대한 정보 제출을 압박하고 있으나, 왕국의 허락 없이 공개할 경우 현지 직원들이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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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위, 사우디 국부펀드 투자 현황 조사… 컨설팅업계 정보공개 '난색'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22년 3년 5개월 만에 방한한 가운데 그의 방한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 에쓰오일 본사 건물에 방한 환영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와 BCG(보스턴컨설팅그룹)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과 미국 의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의회가 700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에 대한 정보 제출을 압박하고 있으나, 왕국의 허락 없이 공개할 경우 현지 직원들이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어서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상원 위원회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스포츠 투자를 비롯한 '소프트 파워'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 중이다. 지난 6일 위원회는 청문회에서 맥킨지와 BCG가 왕국의 투자를 자문한데 대해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상원의원이자 조사 상임 소위원회 위원장인 리처드 블루멘탈은 "우리는 외국 주권 국가(사우디아라비아)가 수년간 끔찍하게 인권을 침해한 후 미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고, 하고있는지 파악하고자 한다"며 두 회사를 향해 "당신들은 미국 편이 아니라 사우디 편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맥킨지와 BCG 측은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에게 왕국의 승인 없이 PIF에 대한 업무 세부사항을 미 의회에 넘기면 현지 직원들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난색을 드러냈다. 두 회사가 의회의 정보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자 밥 스턴펠스 맥킨지 회장과 리치 레서 BCG 회장이 의회 출석 소환장을 받았다. 소규모 컨설팅 회사 테네오의 마이클 클라인 최고경영자(CEO)도 함께 소환됐다.

이에 PIF는 미 의회가 요구한 문서가 기밀이라고 주장하며 컨설팅사 4곳을 고소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요청한 자료의 일부만 넘겨줬고, 그마저 상당 부분은 편집된 채 제출됐다. PIF 대변인은 "우리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정돼야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법률에 따라 고문들이 요청한 정보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지금도 그렇다"고 밝혔다.

지난해 PIF의 미국 PGA 골프투어 인수 계약을 중개한 클라인 CEO는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의 명령으로 "저와 제 직원들이 민사 책임뿐만 아니라 징역 20년형을 포함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위원회가 이해해주길 바라지만 이는 나 자신이나 직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 컨설팅회사의 경영진들은 PIF에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테네오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들인 수수료를 공개했다. 테네오는 2022년 PIF를 위해 일한 대가로 1000만달러 미만의 수익을 올렸다.

반면 레서 회장은 BCG가 비상장 회사라 수익 수치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스턴펠스 회장 역시 맥킨지는 지역별로만 재무를 공개한다며 추후 중동과 아프리카, 동유럽에 대한 수치를 위원회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맥킨지 글로벌 매출의 10% 미만에 그친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의존 경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PIF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외국계 컨설팅회사의 자문을 적극 활용해왔다. 소스 글로벌 리서치(Source Global Research)에 따르면 PIF는 2022년 스포츠와 문화산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약 20억달러 이상의 수익성있는 신규 시장을 창출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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