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6년 만에 ‘대미 최대 수출국’서 밀려나

이본영 기자 2024. 2. 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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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대한 최대 상품 수출국이 21년 만에 중국에서 멕시코로 바뀌었다.

미-중 갈등과 그에 따라 추진돼 온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세계화 이후 정착돼 온 '중국인들은 만들고 미국인들은 소비하는' 세계 무역 시스템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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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따른 공급망 변화
미국의 중국 수출통제 영향
멕시코가 1위로 올라서
중국 북부 물류 거점인 톈진항 컨테이너 부두의 3일 야경. 톈진/신화 연합뉴스

미국에 대한 최대 상품 수출국이 중국에서 멕시코로 바뀌었다. 미-중 갈등과 그에 따라 추진돼 온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세계화 이후 정착돼온 ‘중국인들은 만들고 미국인들은 소비하는’ 세계 무역 시스템에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7일 지난해 중국 상품의 대미 수출은 4272억달러(약 567조원)로 전년보다 1091억달러(20.3%)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견줘 지난해 멕시코 상품의 대미 수출은 4756억달러로 208억달러(4.6%) 늘었다. 그 결과 멕시코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보다 많은 상품을 팔며 최대 대미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은 2007년에 캐나다를 누르고 오른 1위 대미 수출국 자리를 16년 만에 잃었다.

대미 수출국 1·2위가 뒤바뀐 첫째 이유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교란이 꼽힌다. 해상 운송이 어려워지고 운임이 급등하자 미국이 기존 중국 수입선을 가까운 멕시코 등지로 옮기면서 무역 흐름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중국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편 것도 무역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미-중 경쟁과 갈등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인 2018년부터 중국 상품에 부과하기 시작한 고율 관세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다. 관세율이 높은 품목일수록 대미 수출이 더 줄거나 둔화됐다. 수출 통제 등 중국의 발전을 누르려는 미국의 시도도 상호 경제 활동을 위축시켰다. 미국은 이런 상품들의 공급처를 멕시코·한국·인도·캐나다·베트남·유럽 등지로 돌렸다. 한국의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20년 만에 앞지른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접한데다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집중 설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난해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9% 줄었지만 멕시코에 대한 투자는 21% 늘었다. 중국 기업들도 무관세 혜택을 이용하려고 생산시설을 멕시코로 옮기고 있다.

나아가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의 도전을 꺾기 위한 공급망 재편을 진행 중이다. 그 여파로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글로벌 기업들은 공장을 인도·베트남 등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수출 금지 조처로 중국 내 생산이 크게 제한되거나 미-중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돼 제품의 판로가 막힐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스텔라 루비노바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은 무역에 별 문제가 안 되는 시기도 있었지만 세계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중 무역이 줄어드는 변화는 장기적 흐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데릭 시저스는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컴퓨터·전자제품·화학제품·의약품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품목들의 대미 수출이 가장 많이 줄었다면서 “미국은 2024년이나 2025년에 이런 중국 상품들의 수입이 반등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2794억달러로 전년보다 26.9%나 감소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적고,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는 2002년 이래 최소다.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는 18.7% 감소했다. 미국은 천문학적 대중 무역적자에 큰 불만을 나타내왔기 때문에 적자 폭 축소는 양국의 갈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무역 전쟁’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중국 상품에 관세율 60%를 적용하는 것을 거론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60%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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