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생각에 설레" 광주송정역·버스터미널 귀성길 아침부터 '북적'
[광주=뉴시스]박기웅 이영주 김혜인 기자 = "오랜만에 고향을 찾으니 설레면서도 반갑네요."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광주 광산구 KTX광주송정역. 역내는 이른 시간부터 서울과 대전, 전남 목포 등 전국 각지에서 온 귀성객으로 붐볐다.
서울 수서역에서 도착한 열차는 좌석과 통로까지 승객을 빼곡히 태웠고, 열차의 문이 열리자 한껏 상기된 표정의 귀성객들이 줄줄이 쏟아져 내렸다.
저마다 양손에 여행용 가방과 묵직한 명절 선물 꾸러미를 들고 있었지만 발걸음 만큼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새벽기차를 타고 온 탓일까. 저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품을 하기도, 여행용 목배게를 목에 건 사람도 여럿 있었다.
그래도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피곤함이 가셨는지 이내 밝은 미소를 띠고 고향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남성은 입김이 나오는 추운 날씨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서울에서 올 손주와 자녀를 애타게 기다렸다.
수 십분째 역에 서서 도착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과 휴대전화 시계를 번갈아 보는 그의 얼굴에서는 기다림의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만남의 설레임이 가득해 보였다.
이내 열차가 도착해 문이 열리자 어린 손주가 내렸고, 양팔을 벌려 손주를 단숨에 안아 들어올린 그는 "우리 손주 왔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명절을 앞두고 열차 예매가 어려워서 그런지 일찍이 고향을 찾은 이들이 많았다.
한 역무원은 "연휴 하루 전날부터 직장에 연차를 신청하고 고향을 오시는 분들이 많다. 자리가 만석"이라고 전했다.
귀성객 뿐 아니라 자녀가 있는 서울로 떠나는 귀경객도 상당수였다. 그 중에서도 아들 식구에게 줄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역귀경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이모(74)씨는 "아들이 경기도 용인에 새 집 장만했다고 식구들을 초대했다"며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설레했다.
반려동물을 가방이나 이동장에 싣고 고향을 찾은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 사는 최모(25·여)씨는 "매년 2차례 명절에만 고향 광주를 찾는데, 바쁘고 각박한 직장을 떠나 고향에서 부모님과 친구와 힐링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광주를 찾은 조모(40)씨는 "SRT기차표 구매에 매번 성공했는데, 올해 설은 고향을 가는 사람이 많은지 예매에 실패했다. 취소표를 구해 새벽차를 타고 왔다"며 "그래도 오랜만에 고향을 찾으니 반갑고 설렌다"고 전했다.
광주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도 연휴를 하루 앞두고 아침 일찍부터 붐볐다.
고향으로 떠나는 이른 발걸음에 나선 귀성객들이 모여들면서 대합실에 마련된 벤치는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수많은 귀성객들은 저마다 보자기로 꽁꽁 싸맨 음식 보따리, 정성껏 포장해 종이봉투에 담은 선물을 한아름 손에 쥐고 버스를 기다렸다.
타지에 사는 자녀들을 만나러 가는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은 그들이 살아온 삶의 무게를 엿볼 수 있듯, 주름이 자글한 손으로 정성껏 마련한 음식보따리를 연신 어루만지며 버스 탑승구만 하염 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고향길 버스에 단짝을 태워 보내는 연인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달랬고, 인천공항행 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들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나흘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연휴지만 귀성객들은 고향의 정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겠다면서 들뜬 속내를 애써 감추지 않았다.
전주로 떠나는 김유진(22·여)씨는 "연휴가 짧다 보니 하루 일찍 고향길에 오른다. 최대한 많이 쉬고 싶은 데다 가족들과 오래 함께 있고 싶다"며 "점점 명절 외엔 가족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 없어진다. 꼭 성공해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 함께 살고싶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 시아누크(31)씨도 "대한민국에 들어온 지 4년 만에 고향에 들릴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등으로 가족을 만날 기회가 없다가 겨우 생긴 것"이라며 "오랜만에 어머니 얼굴을 볼 생각에 설렌다.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려 어머니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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