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 여파에… 지난해 못 쓴 예산 45.7조 ‘역대 최고’

세종=김민정 기자 2024. 2. 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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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2023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사실상 불용액 10.8조… “불용 최소화 노력”
기업 실적 악화에 법인세 23.2조원 감소
불용률 8.5%, 16년 만에 최고 수준

정부가 작년에 쓰지 못한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4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경기 둔화 여파에 국세수입이 예산보다 56조4000억원 덜 걷혀 세수 펑크가 난 것이 영향을 줬다.

기업 실적 악화에 법인세는 23조2000억원이 급감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양도소득세는 14조7000억원 감소했다. 지방교부세 정산, 채무상환, 추경 편성 등에 쓰일 수 있는 세계잉여금은 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차관이 2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재정집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상 최대 ‘세수 결손’ 기록해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과 세외수입을 합한 총세입은 497조원으로 나타났다. 예산(534조원)보다는 37조원 줄었고 전년 실적(573조9000억원)보다 77조원 감소한 규모다.

이 중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56조4000억원(-14.1%) 줄며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을 기록했다. 전년(395조9000억원)보다는 51조9000억원(-13.1%) 덜 걷혔다.

세목별로는 2022년 4분기 대외경제 여건 악화에 따라 기업실적이 악화하면서 법인세가 전년보다 23조2000억원(-22.4%) 급감했다.

소득세는 12조9000억원(-10.0%) 덜 걷혔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위축으로 양도소득세는 14조7000억원(-45.5%) 감소했다. 다만 고용 호조에 따른 취업자 수 증가 및 임금 상승 등으로 근로소득세는 1조7000억원(3.0%) 증가했다.

부가가치세와 관세는 수입 감소 여파로 각각 7조9000억원(-9.6%), 3조원(-29.4%) 감소했다. 유류세 한시 인하 정책으로 교통세는 3000억원(-2.5%) 줄었다.

세외수입은 152조9000억원으로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예수금 확대, 전년도 이월금 및 세계잉여금 이입 등으로 예산보다 19조4000억원 늘었다.

총세출은 49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회계 지출액은 405조9000억원, 특별회계는 84조5000억원이다.

2023회계연도 불용 현황. /기획재정부 제공

◇ 예산 다 못 쓴 이유… “예비비 지출 적어서”

예산 불용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45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결산상 불용액(12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32조8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불용액은 예산에서 총세출과 이월액을 뺀 금액으로, 예산에서 다 쓰지 못한 금액을 의미한다. 불용률은 8.5%로 2007년 디브레인 도입 이래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다만 기재부는 예비비 미집행(3조3000억원), 사업비 불용(7조5000억원) 등을 포함한 사실상 불용액은 10조8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수입과 연동돼 있는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액 조정(18조6000억원), 회계 간, 회계와 기금 간 전출금 등 정부 내부거래(16조4000억원) 등을 뺀 규모다.

하반기 재난 발생이 줄고, 코로나19 등 확산 억제로 예비비 지출 소요가 낮게 발생한 영향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사업비 불용의 경우 지난해(6조8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사실상 불용액은 예산현액 대비 10조8000억원으로 불용률은 2.0% 수준이다. 이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2013년(8조1000억원·2.6%), 2014년(6조7000억원·2.1%)과 유사하거나 좀 더 낮은 수준이다. 기재부는 사실상 불용은 예비비 불용 및 사업 지출 소요 감소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봤다.

기획재정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뉴스1

◇ 세계잉여금 2조6000억원… “최대한 활용”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결산상 잉여금은 6조5000억원이었다. 다음 연도 이월액 3조9000억원을 차감한 세계잉여금은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일반회계는 364억원, 특별회계는 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 제90조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4월 결산 후 지방교부세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추경 편성 등에 쓰인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정부는 지난해 국세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금여유재원, 세계잉여금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민생 및 경제활력 지원을 차질 없이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마감 실적을 바탕으로 기금 결산을 반영해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한다.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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