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언급하며 北 대변인 자처하는 러…무시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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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심화하고 있는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일종의 '역할 분배'를 통해 남북한을 상대로 '관리외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8일 제기된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는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러북관계에 획기적인 해가 될 것"이라며 북러 연대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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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심화하고 있는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일종의 '역할 분배'를 통해 남북한을 상대로 '관리외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8일 제기된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는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러북관계에 획기적인 해가 될 것"이라며 북러 연대를 과시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올 3월 러시아 대선 이후로 예상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선 북러 간에 도출할 '공동성명' 조율이 진행 중임을 확인하며 "매우 훌륭한 문서가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제7차 핵실험 실시 가능성에 대해 "북한에서 추가 핵실험이 이뤄질지 여부는 한반도에서 군사·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한반도 정세 격화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게 전가하는, 마치 북한의 '대변인' 같은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주북 대사라는 마체고라의 입지를 고려하면, 이번 발언은 단순한 개인적 주장이 아닌 본국의 '검열'을 거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 외교관이 본인의 사견을 관영 매체에 얘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인터뷰는 계산되고 계획된 발언"이라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대신 국제사회에 전달하며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 것은 북러협력 차원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한러 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대변인의 언급으로 한 차례 설전을 벌였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 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비판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편향적"이라며 "한미일의 뻔뻔스러운 정책", "혐오스럽다" 등의 표현을 쓰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역시 북한을 편들어 주는 러시아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3일 입장문을 통해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언이 "수준 이하로 무례하고 무지하며 편향돼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외교적 항의의 표시로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
한편으론 러시아는 차관급인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은 지난 1~4일 한국을 찾았다. 당초 지난해 9월 추진됐다 무산된 바 있는 방한이 이번에 전격 추진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는데, 그중 한 가지가 러시아가 한국에 대한 '관리외교'를 개시했을 가능성이었다.
루덴코 차관은 이번 방한 일정 중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김홍균 외교부 1차관,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정병원 차관보 등을 두루 만나며 현 정세와 한러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분명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작지 않은 한국에 대해 외교적 소통을 시도하는 유의미한 행보지만, 이러한 러시아 입장을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강윤희 교수는 "한쪽에선 한국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듯하며 다른 한쪽에선 한국을 비난하는 일종의 역할 분담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러시아는 그러한 외교전에 굉장히 능숙하다"라고 지적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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