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견제심리 발동일까? 2030 분노 표출일까? … 전북 설 민심 '펄펄'
전북의 22대 총선 전쟁은 지금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의 양지 텃밭인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익산시갑이 1차 경선 지역구로 발표되는 등 설 연휴를 기점으로 '경선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낸다.
국민의힘은 험지인 전북에서 최하 1석 이상 건지겠다며 절치부심하고, 진보당은 강성희 원대대표의 지역구(전주시을) 사수에 총력전을 경주하고 있다.
4월 총선을 바라보는 150만 전북 유권자들의 고심과 판단도 설 연휴를 정점으로 펄펄 끓어오를 전망이다. 설 연휴 민심을 바라보는 전북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민주당 싹쓸이? 견제심리 발동?
첫 번째 포인트는 민주당이 전북 10석을 싹쓸이할 것인가, 그렇지 않고 특정 정당의 독주 견제 심리가 작용할 것인가이다.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10석 중 최하 9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선거구별로 500명 이상의 전북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성별·연령별·지역으로 층화된 가상번호 내 무작위 추출 방법으로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에 의한 방법을 채택했다. 조사의 응답률은 선거구별로 11~18% 수준이었으며, 3개 통신사에서 제공한 휴대전화 가상(안심)번호를 표집틀로 했다.
민주당이 전략선거구로 지정한 전주시을은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최대허용 표본오차 ±4.4%포인트) 안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전북 민주당의 강풍(强風)은 지난해 8월 새만금잼버리 파행이후 여권의 '전북책임론' 제기와 정부여당의 새만금 주요 SOC 예산 78% 삭감 이후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집단스트레스에 휩싸였던 전북 민심이 민주당 한쪽으로 쏠림현상을 나타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새가 좌우의 양 날개로 허공을 가르고, 수레의 두 바퀴가 균형을 맞춰 굴러야 마차가 잘 굴러갈 수 있다는 이른바 '쌍발통론'이 설 연휴를 기점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국민의힘 전북도당의 기대감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전북은 현재 '지배전략'에 중독됐다. 지배전략은 상대방 선택과 상관없이 '무조건' 선택하는 전략, 즉 '묻지마 지지'이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정치시장에서 '고객'으로 대접을 받으려면 표를 나눠줘야 하는데 전북은 표를 몰아주는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있다는 주장이다.
경선 표심과 본선 투표율 얼마나?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 경선 투표'와 '본선 투표율'이다. 민주당은 1차 경선 선거구를 선정한 데 이어 설 명절 이후 2차와 3차 경선 지역을 곧바로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1차 경선 후보를 대상으로 이달 19일부터 권리당원 50%에 일반이 50%의 여론조사를 합산해 최종 결과를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벌써 민주당 권리당원 잡기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한편 일반인 여론전에도 표심 구애를 강화하고 있다. 경선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후보들 중에는 일정한 지분을 가진 사람도 있어 '물밑 이합집산' 가능성도 타진된다.
본선 투표율은 민주당 후보 입장에서 높을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뿐만 아니라 선거 후에도 지지율을 견고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통상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적극적 투표의향층’의 약 80% 가량이 실제 투표장으로 간다"고 언급, 전북의 올해 총선 투표율은 평년작(60%대 중후반)이 될 것이라는 예단이 나온다.
보수진영의 영토 확장 어느 정도?
국민의힘이 험지인 전북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영토 확장에 나설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조배숙 전북도지사 후보는 전북 10개 선거구에서 적게는 14%(군산)에서 많게는 20%(전주병)까지 득표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보다 3개월 앞서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12%(정읍고창)에서 최고 15.5%(군산)까지 확보하는 등 국민의힘은 전북의 큰 선거에서 통상 15~20%의 지지기반을 다져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전북 민심은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 당원 생활을 20년 이상 해왔다는 K씨는 "지난해 새만금 예산 파동 이후 여당을 바라보는 민심에 한기(寒氣)를 느낄 정도"라며 "중도증에 있던 사람들도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전주시을에 재도전하는 정운천 의원이 여의도행 금배지를 달 수 있을지에도 관심사다. 정운천 의원은 "그동안 냉랭했던 분위기에서 이제 조금씩 불이 지펴지고 있다"며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전북이 고립되고 결국 망하는 길로 들어선다는 심리가 여론 주도층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3지대 텐트’로 이적 선수 나올까?
총선을 앞두고 '신당 바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전북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의당 바람에 민주당이 뒤로 밀린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선거에서 안방을 사수해왔다.
지난해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 예산 삭감 이후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전북 민심을 대변해주면서 텃밭의 지지세는 더욱 견고해진 모습이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북 응답자(68명)의 69.9%는 '현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답변했다.
반면에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세력에 힘을 실어주야 한다'는 응답은 17.7%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3%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앞서 KBS와 전북일보의 여론조사에서도 '이준석 참여 정당 후보 지지'나 '이낙연·민주탈당 의원 참여정당 후보 지지'를 묻는 말에 선거구별로 공히 "지지할 의향이 없다"는 답변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30의 분노, 핵폭풍 될까?
지난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북의 20대와 30대 투표율은 통상 40~50%의 박스권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2016년 4월의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젊은 층의 투표율이 급등하는 등 직접 참여를 통해 정치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전북선관위가 분석한 결과 20대 총선의 전북지역 20~24세 투표율은 57.8%를 기록, 19대 총선(41.6%)보다 무려 16%포인트 이상 껑충 뛰었다. 18대 총선(29.3%)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투표율이 급상승했다. 25~29세의 투표율도 51.4%에 육박, 19대(33.6%)보다 17%포인트 이상 올랐다.
총선 예비후보들은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공약을 내놓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부터 벤처 창업 지원, 주거 불안 해소 등이 주요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20대의 한 청년은 "MZ세대는 자기애가 강하고 직업의 서열화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다양성과 환경·윤리 가치 중시, 자기중심, 재미 추구 등 MZ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정책이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굳어 있어 좀처럼 마음을 바뀌기가 힘들지만 2030세대는 정책과 인물이 통할 수 있다"며 "설 연휴를 기점으로 젊은층을 적극적으로 유인해 자신의 지지층으로 만드는 선거전략이 불을 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전북)(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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