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 인력 확충 논의,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공중보건 분야에서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부족하다. 공공의료 분야에서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보건의료 인력난은 오래된, 그러나, 늘 풀지 못하는 숙제다.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 '사람'을 채용하고 숙련된 인력을 양성하며, 유지하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과제지만, 이를 한 번에 해결하거나 단기간 내릴 수 있는 처방전은 많지 않다. 임상 진료를 담당하는 현장 의료인력 뿐 아니라, 공중보건을 책임지고 정책을 운용하는 공중보건인력 역시, 중요한 보건의료인력의 한 축으로 공중보건 인프라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굴쟈 샤 교수와 연구팀은 공중보건 주요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얼마나 기관에 남아 있는지, 또 얼마나 이직하거나 퇴직하려는지 알아보고, 이직이나 퇴직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바로 가기 : 정부 공공의료분야의 이직, 코로나19, 떠나려는 이유와 남으려는 이유)
연구팀은 2017년과 2021년 공중보건인력 요구도 조사(Public Health Workforce Interests and Needs, PHWINS) 자료를 활용했다. PHWINS는 2014년부터 3년마다 미국 주립 및 지방정부의 보건분야 공중보건 실무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전국 대표 설문조사다. 2017년과 2021년 모두, 이직 또는 퇴직 의사를 밝힌 응답자에게 이유에 대해 질문했고 2021년에는 직장에 남겠다는 응답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이직이나 퇴직 의도는 변함 없이 높다
연구에 활용된 설문조사 참여자는 2017년 43,669명이었으며, 2021년에는 응답자가 44,732명이었다. 조사결과, 2017년에는 응답자 중 23%가 이직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2021년에는 비중이 20%에 그쳤다. 2017년 퇴직을 고려하던 이들은 응답자 중 28%였고 2021년에는 비율이 30%까지 늘었다. 2017년, 이직이나 퇴직을 계획하던 이들은 42%였지만 2021년에는 41%였다. 이렇게 2017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이직이나 퇴직 의사를 보고한 비중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이직률이 문제가 없다고 넘길 일은 아니다. 연구팀은 2017년과 2021년 사이, 이직률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공중보건인력 사이에 이직 의향이 여전히 높다는 걸 뜻한다고 지적한다.
떠나려는 이유, 남으려는 이유
'떠나려는 이유'는 집단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직장을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로 조직 유연성(부족)을 답한 경우는 주립 보건부처 종사자에서는 18%였지만 지역 보건부처 응답자에서는 비중이 23%에 달했다. 50세 미만의 경우, 직업 불만족을 꼽은 이들은 39%였지만, 50세 이상에서는 21%만이 그 이유를 꼽았다. 석사학위 이상 학력을 가진 이들은 43%가 소진을 가장 큰 이직 이유로 꼽았고, 35%는 직장 불만족, 33%는 승진 기회 부족을 언급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고용된 사람 중 44%는 스트레스를 이직 이유로 들었지만, 코로나19 대응 이외 업무로 일하는 경우에는 34%만이 스트레스를 언급했다.
통계적으로 위 결과를 분석해 보면, 자기 직업에 불만족한 응답자는 만족한 이들에 비해 이직 의사가 3.80배 높았고 급여에 불만족한 이들은 이직의사가 1.83배 높았다. 50~64세에 비해, 36세 미만의 경우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은 1.58배, 65세 이상에서는 2.80배 높았다.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역시 이직 의사가 다른 이들에 비해 다소 높았다. 코로나19대응업무만을 위해 채용된 이들은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이 1.74배 높았다.
반대로, 계속 근무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응답자들이 꼽은 주된 이유는 급여 수준, 직업 안정성, 유연성(예: 유연근무/재택근무), 상사에 대한 만족도 등이었다. 50세 미만 응답자는 직업 안정성(60%), 상사에 대한 만족도(50%), 급여(67%), 직업 유연성(53%) 등을 주된 이유로 언급했다. 주립 기관 종사자들은 직장에 남는 이유로 (조직의) 유연성(56%), 상사에 대한 만족도(49%)를 꼽아, 지역 기관 종사자와는 차이를 보였다(둘 다 43%).
'떠나고 싶은 이유'를 해결하고 '머물고 싶은 이유'를 장려해야
정리해 보면, 이직 의사를 나타내는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급여, 승진 기회 부족, 업무 과부하 및 소진, 스트레스 등이었다. 2017년과 2021년 사이에 이직이나 퇴직 이유로 소진과 스트레스가 추가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 대응업무로 채용된 사람에게 두드러진다. 이들에게서 이직 의사가 더 높았고, 업무 과부하나 과로, 스트레스, 승진 기회 부족은 이들이 회사를 떠나는 주된 이유가 되었다. 이직이나 퇴직 의도가 코로나19 대응업무에 소비한 시간 비율에 따라 달라진 점을 보자. 코로나19 대응에 업무시간의 25% 미만을 쓴 사람 중 떠나겠다는 비중은 30%였지만, 업무시간 중 75~99%를 소비한 사람 중 떠나려는 비중은 39%였다. 연구팀은 직무 만족도, 급여수준에 대한 만족도,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지, 승진 등 기회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개인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지 등이 이직 의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특히, 비관리자 지위의 응답자보다 관리자 지위의 응답자가 퇴사 의사가 더 높다는 점도 중요하다. 전체 부서를 총괄하고 감독하는 역할의 관리자 이상의 그룹에서 이직 의도가 높다는 것은 그들 역시 상급자나 기관장에게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현장 인력을 포용하고 적극적으로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일 또한 관리자의 역할이지만, 관리자조차 제대로 지지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구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제와 기대는 높아지는데, 인력 확충과 양성을 위한 체계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역시 공중보건 인력이 담당해야 할 일은 다양하다. 정책 분석, 공중보건 통계, 비상 및 재난상황 대응 관리, 위기관리 및 소통, 질병 개입 및 역학, 감염 관련 추적 등까지 현장 인력이 담당해야 할 범위와 수준은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다.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 건강불평등 완화, 새로운 질병과 위협에 대한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등 점점 더 많은 책무가 요구되고, 근거 기반의 질적 의료서비스를 책임 있게 제공해야 한다는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가 이를 수행할 인력을 유지하고 훈련, 숙련될 수 있는 구조와 체계가 만들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신종감염병 시대이자, 저출산 고령화 시대, 지역사회를 위한 공중보건 인력 확충 논의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 서지정보
- Leider, J. P., Shah, G. H., Yeager, V. A., Yin, J., & Madamala, K. (2023). Turnover, COVID-19, and reasons for leaving and staying within governmental public health. Journal of Public Health Management and Practice, 29(1), S54-S63.
[박주영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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