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사비론 강남 말곤 답없다” [이슈&뷰]

2024. 2. 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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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공사비, 정비사업 흔들
공사비 3.3㎡당 1000만원 넘어서
비용·수익 악화에 사업 올스톱
잇단 규제 완화에도 재건축 난항
서울 시내 재건축이 한창 진행중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치솟는 공사비로 전국의 정비사업이 중대 기로에 섰다. 사업성을 가르는 비용과 수익 양쪽에서 모두 악화 국면으로 전개되면서 사업이 올스톱 상태에 처한 곳이 급증하고 있다. 비용에 해당하는 공사비는 이미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3.3㎡당 1000만원을 넘어서기 시작한 상태며, 수익에 해당하는 분양가는 마냥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어서 치솟은 비용을 반영한 분양가를 가지고는 수요자들의 니즈를 맞추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관련기사 3면

다급해진 조합은 적정한 선에서 일반분양가를 높여 비용을 일부 보전하고 있지만,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서는 수억원의 분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또 재건축은 바라지도 않고 로또 당첨금 만큼만 분담금으로 안냈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8차 337동 재건축조합이 지난해 말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열고 공개한 추정 분담금은 막대하다. 한 가구가 제시한 추정분담금 자료에 따르면 기존 111㎡(이하 등기부등본상 전유면적)를 97㎡로 옮겼을 때 12억 1800만원의 분담금이 예상된다. 54㎡로 줄였을 때도 1억569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한다. 42㎡로 줄인다고 했을 때 2억1600만원을 환급받는 수준이다.

이보다 작은 평형인 기존 50㎡ 가구의 추정 분담금 역시 상당하다. 50㎡ 가구가 53㎡로 한 평(3.3㎡) 수준을 늘려갈 때 내야하는 분담금이 6억3200만원에 달한다. 42㎡ 로 옮겼을 때도 3억1300만원을 분담해야 하고 97㎡를 신청할 때는 16억6000만원이라는 엄청난 액수를 부담해야 한다. 조합은 지난 총회에서 각 가구의 추정분담금을 공개하고 설계변경 등에 따른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개최했지만 안건은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김종근 신반포 18차 337동 조합장은 “2월 23일 다시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과도한 분담금에 대해)세부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서초구청에 관리 지도 민원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부결된 안건을 내용 변경없이 4000여만원의 총회 비용까지 써가며 또 다시 개최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초 같은 30평형으로 옮길 때 3~4억원의 분담금을 얘기해 사업에 동의했다. 고금리 시대에 금융비용까지 추가했을 때는 12억원 분담금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모르겠다”면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의 재수립을 위해 협상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신반포18차 337동이 일반 분양 없이 1대 1 재건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 수입 없이 폭등한 시공비를 사업에 반영하다 보니 분담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사업지는 지난해 2월 시공사와 3.3㎡ 당 958만원(총 795억원)으로 시공비를 증액했다. 2019년 9월 계약당시 공사비(3.3㎡ 당 660만원·총 537억원)와 비교해 3년 만에 45% 오른 금액이었다.

이어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신반포27차 아파트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건설사들의 무응찰로 유찰됐다. 조합은 전용면적 3.3㎡당 공사비 907만원 수준의 높은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시공사들은 사업성 등이 낮다는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

신반포22차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과 전용면적 3.3㎡당 공사비 1300만원으로 재건축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반포22차는 서초구 잠원동 65-33번지 일대 9168.8㎡에 최고 35층, 2개동, 160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그나마 이런 강남권은 분양성이 양호해 상황이 나은 편이다. 수도권 외곽지역과 1기신도시, 지방 사업장 등에서는 높아진 시공비로는 시장의 수용 가능한 분양가를 맞추기 불가능한 실정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째 기준선 100을 웃돌고 있다. 해당 지수가 100을 넘으면 분양가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분양가상한 규제를 받는 지역의 조합원들은 불만이 큰 상황이다. 용산구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한 단지 조합장은 “공사비가 올라서 5층~10층짜리가 아니면 사업성 자체가 안 나오는데, 조합원들은 또 고급을 원한다”면서 “다시 말해 분담금이 적을 수 없는 구조인데 예상 분담금이 많다고 하니 조합 입장에서는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러니 투자자들의 유입도 줄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지난해 서울 시내 재개발 물건을 매입한 전모씨는 “조만간 통보될 분담금이 제일 걱정”이라며 “부동산 경기도 안 좋은데다 금융비용도 높아져 매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협상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조합장 해임까지 치달은 조합도 있다.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는 지난해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시공사와 협의가 장기화되자, 일부 조합원들이 사업부진을 근거로 조합장 등 집행부를 해임했다.

정부가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를 전부 푼다고 발표한 1기 신도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성남시 분당구에 매매를 고려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규제를 풀어준다고는 해도, 공사비가 점점 올라가는데 정비사업이 계속 매력적일까라는데 의문이 든다”면서 “재건축을 한다고해도 분담금이 얼마나 책정될지 모르고 또 이사가는 곳 연령대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등 고려할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박자연·서영상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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