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일회성 비용 빼면 2조 더 벌었다

2024. 2. 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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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흡수능력·상생금융 압박에도
국민·하나·우리銀 당기순익 9.2조
충당금적립전 이익 총합은 16%↑
향후 환입시엔 더 큰 이익 전망

은행들이 전방위적으로 손실흡수능력·상생금융에 대한 압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대비한 충당금을 대거 쌓고, 이자장사로 벌어들인 수익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돌려줘도 실적 성장에는 끄떡없는 모습이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배상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충당금으로 쌓은 금액이 환입될 경우 은행권이 향후 더 큰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대실적 경신 국민·하나銀...충당금·상생비용 제외하면 우리銀도 4%대 성장=8일 금융권에 따르면 3개 주요 은행(국민·하나·우리)의 지난해 당기순익 합은 9조2541억원으로 전년(9조572억원)대비 2%(1969억원) 증가했다.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모두 품은 KB·하나·우리금융지주의 당기순익 합이 10조8656억원에서 10조6005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역사를 새로 썼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전년 대비 9%(2660억원)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최초 ‘3조 클럽’에 입성했다. 하나은행 역시 전년 대비 12.3%(3808억원) 성장한 3조47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이어 또다시 리딩뱅크에 오를 공산이 크다. 실적이 발표된 은행 중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13%(3760억원) 고꾸라진 2조5160억원을 기록했으나, 충당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플러스(+)를 보였다.

실제 충당금과 민생지원금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3사의 이익 증가폭은 더 커진다. 3사의 지난해 충당금적립전이익(상생금융 비용도 제외) 총합은 16조2019억원으로 전년(13조9437억원) 대비 16%(2조2582억원)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전년(4조9561억원)대비 26.4% 성장한 6조2691억원을 기록했으며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14.9% 성장한 5조453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익이 줄어든 우리은행 역시 4.63% 성장한 5조5624억원을 시현했다.

호실적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이자수익이다.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1.83%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6.1% 불어나며 실적 성장에 힘을 입었지만, 우량자산 중심의 기업대출 성장도 유효했다는 설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과 민생금융 지원에도 대기업 중심 기업여신 성장과 NIM 확대에 따른 견조한 이자이익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당기순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 역시 “조달비용의 큰 폭 증가로 인해 연간 은행 NIM이 전년 대비 3bp 하락하였음에도 신성장산업 중심의 견조한 대출 성장세에 힘입어 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고 해석했다.

▶상생에도 끄떡없는 은행실적...부실채권 줄면 이익 더 오른다=은행의 이같은 폭풍 성장을 두고 시장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은행은 연일 ‘이자장사’, ‘실적잔치’ 등의 비판을 전방위적으로 받으며 민생금융 압박을 받았다. 예대 마진으로 수익을 올린 은행들을 두고 정치권에서 ‘횡재세’ 논의가 불붙자 금융당국 주도로 총 2조원의 자금을 모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이자를 캐시백해주는 상생금융안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상생의 명목으로 갹출한 비용의 후폭풍으로 영업익 등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태영건설이 부동산PF 부실을 이기지 못하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건설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금융사에 대한 손실흡수능력 압박도 강하게 작용했다. 이에 국민·하나·우리은행 3사가 쌓은 충당금이 전년 대비 59%나 증가한 3조4349억원에 달할 정도다.

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는 “조금씩 오른 연체율이 대손비용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시간차가 필요하다”며 “대손비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은행권의 실적은 견조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향후 부동산시장이 안정화되고, 부실채권 규모가 감소하면 그간 쌓은 충당금이 환입돼 은행의 이익이 더 늘어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지금은 경기 침체에 대비한 보수적인 회계처리로 높은 비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제거될 시 은행들이 충당금 환입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금융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홍콩 H지수 편입 ELS 등의 배상은 향후 은행권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전체 판매 금액(15조9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8조원을 판매한 만큼 배상 부담이 만만치 않다.

KB금융 측은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은행에서 올해 가장 중점두고 있는 부분이 ELS에 대한 현명한 대처와 고객신뢰 회복”이라며 “다만 아직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손실 배상 방안과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홍승희·김광우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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