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의료 패키지·전공의 처우 개선에도…파업 수순

권도경 기자 2024. 2. 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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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단체가 설 연휴 이후 집단행동(진료 거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파업 명분과 동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필수 진료과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의대 증원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강행했으며 필수의료 붕괴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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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정원 증원에 의료계 반발
정부, 의사단체와 130차례 협의
의료수가 개선 등 요구 수락에도
의사들 “정부 일방적 강행” 주장
전문가 “의사 희소가치 유지하는
명분없는 파업·사다리 걷어차기”
의협 긴급 대의원 총회… 박성민(왼쪽 세 번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 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긴급 대의원 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단체가 설 연휴 이후 집단행동(진료 거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파업 명분과 동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필수 진료과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의대 증원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의사단체와 130여 차례 협의했고, 최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통해 의료계 요구를 대폭 반영했다면서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여 년 내내 의사들이 파업으로 의대 증원을 백지화한 결과 의료체계만 기형화됐다면서 이번 파업은 의사의 희소가치를 유지하려는 ‘사다리 걷어차기’와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총파업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강행했으며 필수의료 붕괴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의사단체가 제언한 정책이 다수 반영됐다. 의사단체가 요구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는 특례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들이 올려달라고 한 필수의료 수가도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 재정이 투입된다. 대전협이 제언한 전문의 중심 의료 체계 구축과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도 시행된다. 의협은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등 사회 각계각층과 여러 협의체를 통해 130차례 이상 소통했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들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은데 지나친 규모로 증원된다고도 반발하고 있다.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돈을 쉽게 버는 개원가에는 의사가 몰렸지만 생명과 직결된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은 전공의마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료 격차도 극심해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필수의료 공백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한 사람은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강원 49.6명, 경남 47.3명이다. 서울(38.6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3.4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명)에 근접했지만 강원 1.81명, 경북 1.39명 등에 불과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명분 없는 파업은 의사 수를 늘리지 못하게 해서 의사의 희소가치를 유지하겠다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불과하다”며 “국민 여론에 맞서 의사단체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실리를 얻지도 못하는 최악의 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사 수가 충분한데 소아과 진료 대란과 응급실 뺑뺑이는 왜 일상화됐냐”며 “의사단체 요구사항이 이번 필수의료 정책에 상당 부분 반영됐는데도 파업을 한다면 환자들은 길거리에서 죽든 말든 자기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년 넘게 의사들이 파업을 무기로 의료정책을 좌우하면서 의료계가 기형적으로 변했다”며 “파업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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