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극장서 살아난 공룡 화석…"관객 마음 움직이는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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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자 박물관도 잠들었다.
공룡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공룡이 살아있다'가 국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기술이 보편화된 만큼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공룡 이미지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경 영상의 장면이나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진 대표는 "관객들이 공룡 화석과 전시물을 잘 볼 수 있도록 위치를 조정하고, 다양한 초상화를 배경에 더하는 등 무대 미술과 영상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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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자 박물관도 잠들었다. 관람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공간에는 어떤 소리도, 빛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도 잠시. 달빛 아래에서 전시물이 하나하나 살아났다.
화려한 복장의 '클레오파트라'와 붕대를 칭칭 감은 '제임스'가 움직였고 전시실 한쪽을 채우던 공룡 화석도 기지개를 켰다. 달빛 아래 생명력을 얻은 특별한 순간이다.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은 숨죽인 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살아난 공룡들이 객석에서 깜짝 등장하자 놀라움은 함성과 박수로 이어졌다. "와, 진짜 공룡이야!"
공룡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공룡이 살아있다'가 국내 관객과 만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 해외 공연을 마치고 약 5년 만에 돌아온 무대다.
'공룡이 살아있다'를 기획·연출한 컬쳐홀릭의 진영섭 대표는 8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오랜 여행을 한 뒤 집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6년 처음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세계 최초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모자 화석이라는 가상의 소재를 다룬다. 아기 티라노 화석 '타루'를 찾기 위한 주인공들의 모험이다.
다양한 영상, 모형을 활용해 실감 나게 공룡을 표현한 장면은 이 공연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진 대표는 "공룡을 형상화한 오브제(모형)를 정교하게 디자인해 배우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오브제 자체가 먼저 보일 수 있도록 많은 시간 연습하며 공을 들인다"고 귀띔했다.
그간 여러 차례 공연하면서 달라진 부분도 꽤 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기술이 보편화된 만큼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공룡 이미지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경 영상의 장면이나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주인공들이 이동하는 장면을 내비게이션 화면처럼 구성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진 대표는 "관객들이 공룡 화석과 전시물을 잘 볼 수 있도록 위치를 조정하고, 다양한 초상화를 배경에 더하는 등 무대 미술과 영상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공연에는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감동적인 스토리, 음악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생명력이 있다고 믿는다"며 "VR·AR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으로 엄마 티라노사우루스를 달래주는 부분을 꼽았다.
"바위산 위에서 울부짖는 공룡과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위로를 건네는 '나래'의 모습에서 아기를 잃어버린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죠."
가족 뮤지컬이라는 수식어에서 보듯 관객 대부분은 어린이들이다.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 진 대표는 "성인도 만족할 만한 공연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의 눈높이만 생각하지 말고 어른 관객도 공감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해 최고의 기량을 보여달라고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늘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이달 2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부산, 대전에서 공연한 뒤, 내년에는 일본과 호주, 영국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진 대표는 "온 가족이 함께 본 뒤 즐거움과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장면을 수정·보완해 2시간 정도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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