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에 팔리는 YTN, "매각절차 위법" 학자들이 비판하는 근거는
‘보도 개입 금지’ 등 조건 10가지
언론학자들 위법성 지적
①심사 없이 ②2인 체제 승인
"정권 이익 위한 매각" 비판
"언론 전체에 타격" 우려도
30년간 공기업이 소유했던 보도전문채널 YTN이 민간기업인 유진그룹에 매각됐다. 공영방송 성격이 강하고 여론 영향력이 큰 보도전문채널이 사기업에 넘어간 첫 사례다. 보도전문채널은 보도 관련 프로그램이 전체 방송 시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채널로, YTN과 연합뉴스TV뿐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방통위가 허가한 사업자만 보도전문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 유진그룹은 언론사 경영 경험이 전무하다.
YTN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유감을 표했고, 언론학자들은 매각의 정당성이 부족하고 승인 심사 과정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법적 공방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방통위, 조건 10개 붙여서 매각 승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진그룹의 특수목적회사인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 출자자(최대주주)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정부는 2022년부터 공공기관 혁신 계획의 일환으로 YTN 지분 매각을 추진했으며, 이날 결정으로 유진이엔티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지분 30.95%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날 의결에는 김홍일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등 여권이 추천한 방통위원 2명만 참여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같은 안건의 의결을 보류했다. 방송의 공정성·공적책임 실현 등을 담보할 수 있는 승인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는 언론계 등의 우려와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이후 유진이엔티는 400쪽 분량의 투자계획과 이행확약각서를 제출했고, 방통위는 △미디어 분야 전문경영인으로 대표이사를 선임한다 △YTN 보도·편성에 개입하지 않는다 △YTN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 등 10가지 조건을 부과해 승인했다.
김 방통위원장은 “공정성, 투자계획 등을 면밀하게 검토했다”며 "방송 공정성 실현을 위한 엄격한 조건을 부과한 만큼 승인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언론학자들 "심각한 절차상 하자 두 가지"
언론학자들은 의결 과정의 적법성 문제를 지적했다. 먼저 ①유진이엔티가 최근 추가로 제출한 서류는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 신승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지난해 11월 심사위원회에 참여했던 위원 전원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심사위를 다시 구성하지 않은 것은 엄청난 절차상 하자”라며 “자문은 심사가 아니니 방송법에 따라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②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의결한 것 역시 위법하다는 지적이 많다.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낸 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는 “법원에서 2인 체제 의사결정은 위법성 소지가 크다고 했음에도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했다”며 "권력의 균형을 맞춰놓은 것인데 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해임 효력 정지를 결정하면서 “2인 체제 방통위가 방통위법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결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달 중에 방통위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과 본안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합의제 기구 성격을 무시한 의결이어서 행정소송에서 무효 판결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권 이익 위한 매각...한국 언론에 치명타"
1995년 개국 때부터 공공기관이 소유했던 YTN을 현시점에 매각해야 할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지만, 언론학자들은 정권에 유리한 보도를 위한 매각이라고 지적한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지금까지 모든 추진 과정이 윤석열 정권의 이익을 위한 매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홍원식 교수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보도채널을 민영화하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진이엔티가 기업운영을 위해 언론을 사유화하거나 정부 눈치를 볼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창룡 교수는 “언론의 정치화, 줄 서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부가 언론공기업의 지분을 좌판의 물건처럼 마구 팔아치운 명백한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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