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1억$ 가능성 또 나왔다! "MLB 새로운 흐름에 적합" 극찬, 벌써부터 FA 상위권 '찜'

양정웅 기자 2024. 2. 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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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샌디에이고 김하성. /사진=뉴시스
김하성.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내년 1억 달러(1326억 원)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예상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700만 달러(약 92억 원)의 연봉으로 시작해 4년 만에 대박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미국 매체 블리처 리포트는 7일 2024~2025 오프시즌 메이저리그(MLB) FA 선수 상위 25인을 선정해 랭킹을 매기는 시간을 가졌다. 매체는 "선수의 능력을 포함해 나이, 부상 이력, 동 포지션 수요 등을 보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천재타자' 후안 소토(26)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2021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코빈 번스(30·볼티모어), 2019년 내셔널리그 홈런왕(53개) 피트 알론소(30·뉴욕 메츠)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김하성은 8위에 위치했다. 내야수 중에는 알론소와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4위),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6위) 다음 가는 순위였고, 센터 내야수(2루수, 유격수) 중에는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다.

매체는 "김하성은 2025년 800만 달러의 뮤추얼 옵션(상호 합의 조항)이 있지만, 그가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예상했다. 이어 "지난 2시즌 동안 각각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이 5가 넘는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김하성 외에는 10명 밖에 없다"고 말한 매체는 "이는 뛰어난 수비 덕분이다"며 그의 디펜시브 런 세이브(DRS) 수치(유격수 +13, 2루수 +10, 3루수 +5)를 소개했다.

이어 "김하성은 공격에서의 존재감은 약하다"면서도 "다재다능함을 지닌 선수다. 지난 2시즌 평균 타율(0.256)은 요즘 시대에는 그다지 부끄럽지 않은 기록이고, 같은 기간 홈런 28개와 도루 50개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베이스 크기 확대와 수비 시프트 금지라는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흐름에 적합한 선수다"고 말하며 "내년 겨울 김하성은 9자리 숫자(1억 달러) 계약이 가능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하성. /AFPBBNews=뉴스1
김하성이 1억 달러 계약을 맺으리라는 전망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디 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 기자 데니스 린은 "만약 샌디에이고가 시즌 개막 전에 예상치 못한 일을 해낸다면 2024년을 포함해 김하성에게 1억 3000만 달러(1736억원)에서 1억 5000만 달러(2003억원) 사이를 보장하는 7년 연장 계약이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FA 역시 이 정도 선에서 형성될 것이 유력하다. 또한 린은 "샌프란시스코는 김하성의 절친한 친구인 이정후와 6년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포스팅 비용 1882만 5000달러에도 동의했다"며 "이정후는 김하성보다 3살 어리지만 MLB에서 뛴 적이 없고 수비와 주루에서 가치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하성이 2024년 공격에서 부진하면 주가가 하락하겠지만 내야의 다재다능함과 기타 기여 방식으로 인해 김하성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했다.

디 애슬레틱은 지난달 2일에도 "김하성은 FA를 앞두고 마지막 시즌에 들어간다. 그와 재계약을 맺으려면 9자리 숫자(1억 달러)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른 매체 이스트빌리지타임스는 지난해 8월 "김하성의 올해(2023년) 연봉은 700만 달러다. 너무 낮은 몸값"이라며 "7년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연장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하성의 가치로만 보면 1억 달러 계약도 불가능은 아니다. 이미 비슷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컵스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30)과 7년 1억 77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스완슨은 타격에서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21년(27홈런)과 2022년(25홈런) 처음으로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애틀랜타에서 6시즌 동안 타율 0.255, OPS 0.738에 그쳤다. 하지만 FA를 앞두고 마지막 시즌인 2022년 김하성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유격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이 타이틀을 바탕으로 거액의 계약을 맺었다.

MLB 네트워크가 7일 발표한 2024시즌 선수 랭킹 81위에서 90위 명단. 김하성이 88위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MLB 네트워크 공식 SNS
이는 김하성이 선수로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 7일 2024시즌 빅리그 선수 랭킹 톱 100을 발표했다. MLB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중계 채널인 MLB 네트워크는 매년 시즌을 앞두고 선수 순위를 발표하는데, 7일에는 81위부터 100위까지가 먼저 발표됐다. 김하성은 여기서 88위에 오르며 데뷔 후 처음으로 톱100 안에 들었다. 메이저리그의 시즌 액티브 로스터(active roster)는 26자리다. 30개 구단을 합하면 780명이 뛰는 셈이다. 이 중에서 88위라면 상위 11.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한국인 선수로는 지난 2021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이던 류현진(37·FA)이 39위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하성의 밑에 위치한 선수들을 보면 그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아래인 89위에 있는 채프먼은 공수를 겸비한 3루수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90위 조던 몽고메리는 이번 FA 시장에서 블레이크 스넬과 함께 '좌완 톱2'를 형성하고 있다. 그 밑으로도 91위 네이선 이볼디(텍사스)는 지난해 팀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92위 딜런 시즈(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준수한 선발 자원으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트레이드 매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과 김하성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는 2023시즌 부문별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정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한 최고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준 선수로 무키 베츠 다음으로 김하성의 이름을 꺼냈다.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김하성도 베츠만큼 여러 위치에서 모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2023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 2위였던 베츠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김하성. /AFPBBNews=뉴스1
이에 김하성은 벌써부터 다음 시즌 FA 후보 중 상위 클래스로 평가받고 있다. 스포츠매체 더 스코어는 5일 2024년 메이저리그(MLB) FA 톱 20을 선정했는데, 김하성은 15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뮤추얼 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다음 겨울에 팀에서 나올 것이다"고 전망한 매체는 "눈에 띄진 않지만 탄탄한 타격 능력, 뛰어난 주루와 세 포지션(2루수, 3루수, 유격수)에서 보여준 훌륭한 수비를 앞세워 흥미로운 내야수 옵션으로 등극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다른 FA 내야수보다 어린 김하성의 나이도 선수 본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함께 FA 시장에 나오는 수준급 내야수 중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은 김하성보다 한 살 많은 1994년생이고, 알투베는 1990년생으로 내년이면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든다. 그나마 글레이버 토레스(뉴욕 양키스) 정도가 김하성보다 한 살 어릴 뿐이다.

김하성은 지난달 17일 또다른 매체인 CBS스포츠에서 발표한 FA 랭킹에서는 6위에 올랐다.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 브레그먼, 코빈 번스(볼티모어), 잭 휠러(필라델피아), 알투베 등 쟁쟁한 선수들이 차례로 '톱5'를 형성한 가운데, 김하성이 이들 바로 다음 순위에 위치했다. 매체는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비 기술 세트와 단타, 볼넷, 도루 등 꾸준한 활약에 힘입어 연속적으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 5승 시즌을 보냈다"며 "그는 (올해도) 흥미로운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샌디에이고와 김하성은 2025년 뮤추얼 옵션(상호 합의 조항)을 지니고 있다"고 현 상황을 소개했다.

김하성. /AFPBBNews=뉴스1
김하성의 가치는 높아지는 반면, 소속팀 샌디에이고는 그를 잡기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5월 중계 방송사인 밸리 스포츠의 소유주 다이아몬드 스포츠 그룹이 파산하면서 예정된 중계권료를 받지 못해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피터 세이들러 구단주가 건강 문제 끝에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나면서 샌디에이고는 긴축 경영에 나선다. 올해 1차 사치세 한도인 2억 3700만 달러(약 3165억 원)를 지키는 것을 넘어 2억 달러(약 2671억 원) 밑으로 팀 총연봉을 유지할 계획을 세웠다. 총액 1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하성의 연장 계약 가능성도 자연스레 희박해졌다.

메이저리그 이적 소식을 주로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김하성에게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절반이 넘는 17개 구단이 김하성을 영입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매체는 "김하성의 연봉 800만 달러는 탬파베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캔자스시티 로열스 같은 스몰마켓 팀들의 예산에 맞을지 모른다. 이 중 샌디에이고와 오랜 트레이드 역사를 가진 탬파베이는 네 팀 중 유일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 김하성을 영입을 위해 올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밀워키 브루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애틀 매리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 에인절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카고 컵스, 마이애미 말린스 모두 내야에 메워야 할 구멍이 있다. 미네소타 트윈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같은 구단은 김하성 영입을 위해선 다른 내야수를 이동시켜야 하겠지만, 공격적인 영입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하성. /AFPBBNews=뉴스1
MLB.com은 "김하성이 FA가 되기 전에 연장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매우 낮아 보인다"고 전망하며 "800만 달러의 연봉은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3개의 포지션(2루수, 3루수, 유격수)에서 뛰어난 수비 능력을 보여주는 다재다능함이 있기에 나머지 29개 팀은 김하성을 영입하게 되면 팀 전력이 업그레이드된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면서 라인업의 다른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디 애슬레틱은 소식통을 인용해 "샌디에이고는 꾸준히 김하성의 트레이드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시즌 종료 후 FA가 되지만, 2023년 샌디에이고 팀 내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기 때문에 대가는 클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미 샌디에이고는 김하성 없이도 시즌을 꾸려갈 준비가 됐다. 2022시즌 유격수로 풀타임을 뛰었던 김하성은 지난해 보가츠의 영입으로 2루수로 이동했다. 올 시즌에도 보가츠는 자신의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보가츠는 유격수로 뛸 것이다"고 밝혔다. 물론 김하성을 언급하며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유격수도 가능하다"고는 했지만, 당장 보가츠의 포지션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하성(오른쪽)과 잰더 보가츠. /AFPBBNews=뉴스1
여기에 김하성을 보내고 보가츠가 1루수나 2루수로 이동한다고 해도 그 자리는 팀 내 최고 유망주인 잭슨 메릴(21)이 차지할 전망이다. 많은 미국 매체들이 김하성이 트레이드 될 시 메릴이 콜업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은 MLB.com의 유망주 콘텐츠인 MLB 파이프라인의 유망주 순위에서 전체 12위, 팀내 1위에 오른 선수다. 지난해 싱글A와 더블A를 오가며 타율 0.277 15홈런 64타점 15도루 OPS 0.770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MLB.com은 "김하성이 보가츠보다 뛰어난 유격수 수비를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보가츠는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계약이 7년 더 남았고 수비력이 좋다. 보가츠는 계속 유격수 자리를 지키지 않을 것이다. 2루수 유망주 잭슨 메릴은 지난해 더블A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모든 사실은 김하성의 연장계약 가능성을 낮게 만든다"고 보았다.

다만 트레이드 시점은 적어도 시즌 시작 전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MLB.com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고생했던 샌디에이고의 내야에서 김하성은 유격수와 3루수 자리를 채워줬다.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김하성을 내보내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전망하며 "그가 주연을 맡을 예정인 '서울 시리즈' 전에 이뤄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며 시즌 전 이적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 샌디에이고는 LA 다저스와 오는 3월 20일과 21일 오후 7시 5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개막 2연전, 이른바 '서울 시리즈'를 치른다.

서울에서 펼쳐질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MLB 개막시리즈 예고 포스터.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은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고 샌디에이고가 페이롤을 체크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즌이 끝난 뒤 계약 연장이나 팀을 떠나기 전까지는 트레이드 루머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MLB는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중 가장 생산적인 선수인 김하성이 3월 서울 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가 LA 다저스를 상대할 때 마케팅 목적으로라도 파드리스에 남아 공격 최전선과 (수비에서) 중앙을 지켜주길 바랄 것"이라고 전했다.

최소한 7월 트레이드 마감기한까지는 김하성이 이적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매체 팬사이디드의 샌디에이고 섹션인 프라이어스 온 베이스는 "샌디에이고의 2024시즌 프로모션 일정을 보면 김하성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힌트가 된다"고 주장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지난달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시즌 구장을 찾아오는 팬들에게 제공할 상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팬들에게 판초와 비니, 가방, 버블헤드(Bobblehead·머리 부분을 강조한 인형) 등을 나눠줄 계획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오는 6월 26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 경기에서 김하성의 버블헤드 4만 개가 증정될 예정이라고 나와 있다. 샌디에이고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내야수의 버블헤드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며 홍보에 나섰다. 프라이어스 온 베이스는 "김하성의 버블헤드 데이 날짜는 두 가지를 암시한다. 샌디에이고는 시즌 개막 이전에 김하성을 트레이드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트레이드 마감 기한(7월 말)에 거래 제의가 오면 트레이드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샌디에이고 팬들은 김하성 없는 상황을 생각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하성은 다음 시즌 종료 후 FA 권리를 행사할 것이고, 연장계약을 통해 트레이드설을 잠재울 수 있지만 아직 실현된 건 없다"고도 했다.

김하성의 버블헤드를 들고 기뻐하는 샌디에이고 팬. /사진=펫코파크 구장 공식 SNS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의 버블헤드 데이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MLB.com 갈무리
김하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 달러(약 373억 원)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이는 아시아 내야수 역대 최고 금액이자, 올해 이정후(26)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0억 원) 계약을 맺기 전까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KBO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한국인 타자 중 최고 규모의 계약이었다.

그는 빅리그 첫 시즌 117경기에 나온 그는 주로 백업 내야수로 출전, 타율 0.202 8홈런 34타점 27득점 6도루 OPS 0.622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활약에 나섰다. 2022년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손목 부상과 금지약물 적발로 인해 주전 유격수로 나와 150경기에서 타율 0.251 11홈런 59타점 12도루 OPS 0.708의 기록을 냈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를 달성했고, 전반적인 타격 생산력도 리그 평균 이상으로 올라섰다. 특히 수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댄스비 스완슨, 미겔 로하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렸다.

주전급 선수로 등극한 김하성은 그러나 2023시즌을 앞두고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겨야 했다. 베테랑 유격수 잰더 보가츠가 샌디에이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717억 원)의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주로 유격수로 뛰었고, 가끔 3루수로 나왔던 적은 있었지만 2루수는 낯선 포지션이었다. 부동의 주전 2루수였던 서건창(현 KIA)의 존재로 인해 김하성은 키움 시절 데뷔 시즌인 2014년 단 6경기(1선발), 15이닝에서만 2루수 수비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이에 우려 섞인 반응도 나왔다.

김하성. /AFPBBNews=뉴스1
하지만 김하성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지난해 152경기에서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140안타 38도루 OPS 0.749의 기록을 냈다. 비록 9월 이후 부상과 슬럼프로 인해 타율 0.176으로 부진하며 아시아 내야수 최초의 20(홈런)-20(도루) 달성은 무산됐지만, 홈런과 도루, 안타 등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야구통계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5.8을 기록, 내셔널리그 전체 8위에 올랐다.

7월에는 타율 0.337, 5홈런, OPS 0.999를 기록하며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또한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는 2007년 스즈키 이치로의 아시아 선수 연속 멀티출루 기록(15경기)과 타이를 이뤘다. 또한 추신수(현 SSG)가 2013년 기록한 한국인 선수 연속 안타 기록(16경기)와도 동률을 만들었다.

다재다능함도 돋보였다. 김하성은 지난해 1루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돌아가며 뛰었다. 그는 2루수로 106경기(98선발)에 나와 856⅔이닝을 뛰었고, 3루수(32경기, 253⅓이닝)와 유격수(20경기, 153⅓이닝)에서도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줬다. MLB.com은 "김하성은 올 시즌 샌디에이고 내야의 다재다능한 선수의 표본이었다. 주로 2루수로 출전하면서 3루수, 유격수로 뛰었는데 DRS(Defensive Run Saved·수비수가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아냈는가를 측정한 지표)에서 2루에서 10점, 3루수와 유격수에서 각각 3점씩 기록했다. 2루에서 기록한 DRS 10점은 내셔널리그 공동 선두인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와 투랑(밀워키, 각각 12점)에 이어 가장 높은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활약 속에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실버슬러거 후보에도 올랐으며 한국인 역대 3번째로 MVP 투표에 이름을 올렸다(내셔널리그 14위). 특히 골드글러브의 경우 스즈키 이치로(2001~2010년)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이자, 내야수로는 역대 최초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MVP 투표에서 표를 받은 것 역시 한국인으로는 역대 3번째였다. 추신수가 클리블랜드 시절인 2010년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6위표 1장, 9위표 1장, 10위표 2장을 얻어 14위에 등극했고, 신시내티로 이적한 2013년에는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5, 6, 7위표 각 1장, 9위표 4장, 10위표 3장을 받아 12위에 올랐다. 이어 류현진(FA)이 2019년 LA 다저스 소속으로 내셔널리그 투표에서 7위표 1장을 얻으며 19위, 이듬해 토론토 이적 후 아메리칸리그에서는 8위표 1장을 받으며 13위를 거뒀다.

김하성의 2023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을 알리는 그래픽. /사진=롤링스 공식 SNS
김하성이 골드글러브 수상 기자회견에서 글러브를 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하성. /사진=뉴스1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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