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율이 심장 이식받은 아이 잘 자란다’ 편지, 수백번 읽어”

전수한 기자 2024. 2. 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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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받은 아이의 심장이 뛰는 동안, 우리 딸 소율이도 아직 살아있는 거라고 믿어요."

전 씨에게 딸 소율이는 문자 그대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였다.

2021년 10월 28일, 장장 2년 동안 병상에 갇혀있던 네 살의 소율이는 3명의 아이에게 심장과 신장을 나눠주곤 엄마의 곁으로 떠났다.

하늘에서 소율이가 보내준 선물로 느껴져 편지를 수백 번 다시 읽었다는 전 씨는 소율이의 온기가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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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사로 심장·신장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간 네 살 전소율
키즈카페서 예기치 못한 사고
두 달 집중 치료 끝 의식불명
폐암 투병하던 엄마도 세상 떠
딸의 뇌사 판정 소식 접한 아빠
어린 생명 살리기 위해 기증결심
“이식받은 아이 심장이 뛰는 한
우리 딸도 살아있을거라 믿어”
지난 2021년 3명의 또래 아이들에게 심장과 신장을 기증하고 떠난 전소율(당시 4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이식 받은 아이의 심장이 뛰는 동안, 우리 딸 소율이도 아직 살아있는 거라고 믿어요.”

7일 문화일보와 인터뷰한 장기기증자 유족 전기섭(46) 씨는 지난 2021년 떠난 딸을 회상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전 씨에게 딸 소율이는 문자 그대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였다. 2017년 전 씨 부부는 난임을 이겨내고 결혼 3년 만에 소율이라는 천사를 만났다. 아름다운 옥 소, 옥 무늬 율. 6월의 탄생석 ‘옥’을 두 번이나 넣어 지은, 옥구슬처럼 맑은 눈망울을 가진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소율이는 노래와 춤을, 특히 발레리나 흉내내는 것을 좋아했다. 놀이터에 한 번 가면 그네를 2시간 동안 밀어줘야 할 만큼 에너지도 넘쳤다.

재앙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2019년 평소 자주 가던 키즈카페에서 소율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물에 빠졌고, 심정지가 왔다. 곧장 입원한 병원에서 두 달 동안의 집중치료 끝에도 소율이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의사로부턴 “뇌 기능이 정상 상태의 10% 수준으로 저하됐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두 살의 소율이는 병원과 집을 오가며 고된 치료를 이어갔다.

전소율 양의 아버지 전기섭(46) 씨가 이식자로부터 받은 편지를 읽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비극은 날로 깊이를 더해갔다.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엄마가 소율이를 두고 먼저 하늘로 떠났다. 그러던 중 수술을 앞두고 있던 소율이에겐 두 번째 심정지가 일어났다. 병원에선 뇌 기능이 5%밖에 남지 않은 사실상의 뇌사상태라고 전했다. 스스로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소율이는 침대에서 코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길어야 한두 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던 절망의 순간, 전 씨는 소율이를 간호하면서 마주쳤던 수많은 환아들을 떠올렸다. 깊은 고민 끝에 소율이의 심장과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아이를 두 번 죽일 수 있냐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소율이의 존재가 세상에서 영원히 지워지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전 씨는 “소율이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이대로 한 줌 재가 되는 것보다 장기를 기증해 다른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21년 10월 28일, 장장 2년 동안 병상에 갇혀있던 네 살의 소율이는 3명의 아이에게 심장과 신장을 나눠주곤 엄마의 곁으로 떠났다.

장기기증 이후 전 씨는 애타게 기다리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소율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거부반응 없이 무럭무럭 자라 뒤늦은 돌잔치를 하고, 건강하게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전에는 장기 매매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유가족과 이식인 간 소통이 일절 금지됐지만, 2021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한 익명 교류는 가능해졌다.

이식인의 부모는 “돌잡이 때 아이가 따님과 같은 판사봉을 잡았다”면서 “기사에 소개된 소율이의 사진을 휴대전화에 담아두고 다니면서 한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는 진심을 전했다. 하늘에서 소율이가 보내준 선물로 느껴져 편지를 수백 번 다시 읽었다는 전 씨는 소율이의 온기가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언젠가 다시 한 번 아빠 딸로 태어나 주면, 몇 만 번이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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