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염수 보도 화면에 죽은 물고기떼 넣은 MBC 법정제재

박서연 기자 2024. 2. 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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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대통령 추천 위원들끼리 심의…"국민한테 두려움을 줬다" "오염수 왜곡되는 상황에서 일부러 쓴 거 아닌가" 주장도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지난해 10월3일 MBC 보도화면 갈무리.

후쿠시마 오염수 2차 방류를 앞둔 상황을 보도하며 앵커 뒷화면에 죽은 물고기떼 화면을 넣은 MBC에 법정제재가 추진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류희림)는 지난 6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오염수 2차 방류를 앞둔 상황을 보도하며 앵커 뒷화면에 죽은 물고기떼 사진을 넣은 MBC '뉴스데스크'(2023년 10월3일)가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했다. 이날 심의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 4인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MBC '뉴스데스크'는 2023년 10월3일 <후쿠시마 오염수 '2차 방류'..5일부터 7800톤> 기사를 보도했다. 앵커가 “도쿄 전력은 어제부터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 사례 접수도 시작했다”고 말하자, 앵커 뒷화면에 죽은 물고기떼 사진이 나온다.

그러자 민원인은 “2차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을 전하면서 앵커 자료화면으로 항구 바닥에 죽은 물고기떼가 있는 장면을 사용해 마치 오염수로 다량의 물고기가 죽은 것처럼 방송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심의 민원을 제기했다.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MBC 관계자는 “먼저 통상적 자료화면이었다. 오염수 때문에 물고기가 떼죽임당했다고 기술하지도 않았고,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이 그림 소스는 중국 CCTV 매체가 1차 방류 당시 후쿠시마 부두를 촬영한 자료화면이다. 저희가 외신 서버에서 AP통신과 계약맺은 화면을 찾아서 방송한 것이다. 방송 자체 분량도 적었다. 앵커 뒷화면에 잠깐 노출된 정도였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거나 후쿠시마 방류와 연관성을 말한 건 전혀 없고 단순한 자료화면 정도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이정옥 위원은 “앵커의 뒷화면과 리포팅의 제목 굉장히 중요하다. 신문으로 치면 제목 중요하다. 모든 사안, 스토리를 총망라해서 함축적으로 사진과 제목을 쓰는 거다. 리포트 내용에 없는 게 제목에 있다면 그것은 틀렸나, 맞았나”라고 묻자, MBC 관계자는 “그것은 틀렸다”고 답했다.

이정옥 위원이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TV든 라디오든 방송은 무슨 목적으로 하죠? 시청자나 청취자를 위해서 하는 거다”라고 말했고, MBC 관계자는 “맞다”라고 답했다. 이정옥 위원이 다시 “시청자가 오해하면, 2차 방류돼서 이렇게 됐나 오해하면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텔레비전 화면은 굉장히 임팩트가 크다”고 말을 이어갔다.

이정옥 위원은 “저도 방송을 제작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다. 그 정도의 생각으로 방송을 하시면 절대 안 된다. 관례라고 계속 말해서 굉장히 궁금했다. 관례는 반드시 자료화면 (글씨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말하자, MBC 관계자는 “원칙적인 측면에서 공감하고, 자료화면이나 이런 걸 쓸 때 유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심의위원 3인(류희림 소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 이정옥 위원)은 법정제재 '경고'를, 문재완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이정옥 위원은 “방송인으로서 국민한테 두려움을 줬고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하는데, 관례적이라 발언했다. 유감스럽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성욱 위원은 “1차 방류 때 물고기가 죽었는지조차 (MBC가 인용한) CCTV에서도 설명도 없었고 관련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걸 제작진이 이미 알고 있던 걸로 보인다”며 “뉴스 화면에서 통상적인 자료화면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이해를 못 하겠다. 보도 내용의 주요 멘트와 관련 없다면 왜 썼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황성욱 위원은 “차라리 오염수가 위험하다고 과장하기 위해 썼다면 이해가 될 텐데 의도성 없이 통상적인 자료를 썼다고 한다면 아무 자료나 막 써도 되는 건가”라며 “항상 시청자들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해석될까 생각해야 하는데, 제작진은 제작진이 생각하는 기준으로 시청자의 기준을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재완 위원은 “보도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어민들과 우리 국민들 사이에도 우려가 있으니 어둡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할 수도 있고, 물고기가 바로 죽었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사 내용에는 2번째 내용이 없다”고 했다. 문재완 위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 분위기 전달을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잘 쓴 자료화면은 아니다. 법정제재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행정지도 권고 정도로 생각한다”고 결론냈다.

류희림 위원장은 문 위원 의견이 이해된다면서도 “오염수 방류가 바다에 있는 고기를 먹는 일반 소비자한테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과장되고 왜곡된 사실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저 화면을 일부러 찾아서 쓰지 않았나. 굳이 리포트 내용에 없는 걸 앵커 뒷화면에 쓴 건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일인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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