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라운드 중반 쯤..." → "제발 의지를 좀..." 사령탑은 쓰고싶다, 김희진을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본인이 가장 힘들지 않나 생각한다. 재활을 한다는건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걸 이겨내면서 재활을 하는건데 (김)희진이는 그런 부분에서 잘 해주고 있다"
지난 해 11월, 23-24시즌 초입에 들어서며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부상입은 김희진을 다독였다.
하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언제까지 더 기다려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난 7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이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0(25-20, 26-24, 25-18)으로 제압했다.
이 경기로 승점 3점을 딴 기업은행은 누적 36점으로 도로공사와의 점수 차를 8점 차로 벌렸다. 4위 정관장과는 5점 차다.
아베크롬비가 24득점(공격성공률 50%), 표승주 11득점, 황민경이 10득점을 올렸다.
현재 기업은행의 미들블로커는 빈약한 상황이다. 주전 최정민(7득점)을 제외하면 임혜림과 김현정이 교체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눈에 띄는 활약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 날 4득점(속공 3득점,전위 1득점)을 기록한 임혜림이 블로킹 7번 시도에 유효블로킹 6개를 기록했다. 블로킹 부문에서는 득점이 나지 않았다.
김현정은 2세트 임혜림의 교체로 나서고 3세트에서는 선발 출전했지만 블로킹 4개 시도에 1개 유효블락만을 기록하고 물러났다. 득점은 없었다.
고정적인 미들 자원이 사실상 최정민 한 명인 상황에서 올 시즌 미들블로커 전향을 선언한 김희진의 빈 구멍은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제대로 된 복귀와 꾸준한 출전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몸과 운동감각이 사실상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희진은 7일, 도로공사전에서 1세트 선발 출전했지만 단 1득점도 내지 못하고 17-15 상황에서 임혜림과 교체됐다. 1세트 17득점까지 닿는 사이 김희진이 펼친 활약은 오픈 시도 2번, 서브 3번, 블로킹 시도 1번, 이단연결 2번으로 매우 부진했다. 1세트 초입에서 블로킹을 위해 몇 차례 점프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였던 김희진은 23-24시즌을 앞두고 연봉 1억5천만원, 옵션 2억원에 구단과 재계약했다. 이후 올 시즌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틀었다. 당시 MHN스포츠 취재 결과 구단 측에서는 제법 큰 폭으로 삭감된 연봉을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 선수와의 협상을 이어가다 총합 3억5천만 원(연봉 1억5천만 원, 옵션 2억 원) 연봉에 도장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진의 22-23시즌 연봉은 6억원(연봉 4억5천만 원, 옵선 1억5천만 원)이었다.
30줄에 접어든 노장 선수가 백업으로 밀려나거나 부상, 혹은 전성기가 지나면 구단 측에서는 해당 선수에게 보통 삭감된 연봉을 제시한다. 선수는 연봉 협상을 치러 삭감된 연봉을 받아들이거나, 뜻이 맞지 않으면 다른 길을 택하기도 한다. 혹여 구단에서 잔류를 원해도 부상으로 인해 본인이 활약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은퇴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인 37세 황연주(현대건설)는 백업으로 밀려나며 연봉이 1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를 받아들였다.
FA협상을 마친 김희진은 지난 2023년 2월, 우측 무릎 반월상 연골판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구단측에서 전해온 재활기간은 1년 가량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번 달, 5라운드부터는 본격적인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의 복귀는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지난 해 8월, '2023 구미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를 마친 직후 MHN스포츠와 통화한 김 감독은 "(김)희진이 같은 경우는 8월 말부터 보강운동을 시키고 볼 훈련을 조금씩 시키겠다. 예상한 것보다 희진이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아서 수술도 크게 받지 않았다. 2라운드 막판까지 재활하고 3라운드에는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재활은)본인이 가장 힘든 부분이지만 그런 부분에서 잘 해주고 있다"며 시즌 초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미들블로커가 가뭄이다. 엎친데덮친격으로 두 달 전인 지난 해 12월 18일에는 도로공사전을 치르던 도중 임혜림이 발목 부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에도 교체 선수가 시급했지만 김 감독은 "(김)희진이 투입은 가능하지만 본인이 100%가 아니라 무리하다 다칠 수 있다. 그래도 선수를 위해서라면 믿고 기다려줘야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예정대로 김희진은 올 시즌 초입인 지난 해 11월, 흥국생명전 3세트에서 임혜림의 교체로 들어서며 복귀전을 치렀다. 전위 공격으로 2득점을 기록하고는 코트에서 물러났고, 이후로도 간간히 교체로 출전했지만 별 다른 활약없이 다시 웜업존으로 돌아갔다.
올해 1월 18일 정관장전에서는 시즌 첫 선발로 나섰지만 1득점에 그쳤다. 당시 김호철 감독은 김희진의 컨디션이 "80%"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기업은행전마다 김희진의 출전 여부에 대해 종종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김 감독은 대개 "김희진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 "(김)희진이를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격려성 멘트를 전해왔다.
그리고 7일, 김 감독은 마침내 김희진에게 "본인이 준비를 좀 해야지 않겠느냐. 몸이 좋으면 들어가고 아니면 안 들어가는 식이면 안된다.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해야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올 시즌 김희진의 성적은 7경기 11세트 출전, 3득점에 공격 평균 성공률 23.8%다.
2010-11시즌 데뷔해 기업은행에서만 14년을 몸담은 원클럽맨이지만 부상 등으로 인해 점차 기량 하락이 찾아오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약 10여년을 넘게 이어온 오랜 국가대표 활약은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사실상 마감됐다. 극한의 컨디션 회복이 아니라면 노장의 대표팀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김희진의 빛나는 복귀 활약을 기다리고 있는 기업은행은 오는 10일, 20연패를 당한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사진= MHN스포츠 DB,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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