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고양 일산덕이구역 도시개발사업 11년 만에 정상화
8일 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덕이조합과 대주단은 조합의 모든 채무를 탕감하고 대주단이 잔여 사업비를 부담하는 대신 남은 체비지를 현물로 가져가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사업추진의 걸림돌이었던 채권채무 문제를 해결해 일산 덕이구역 도시개발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됐다. 재산권 제한을 받아 왔던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아파트 총 5,159세대에 대한 대지권 등기 설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향후 확정측량, 준공, 환지청산, 대지권 등기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하는 데 약 1년 3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빠르면 내년 5월에는 대지권 등기 절차가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덕이구역(하이파크시티) 도시개발사업은 환지방식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관련 규정에 따라 최종 환지처분공고 및 처분이 완료돼야만 대지권 등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실질적인 공사를 완료하였으나 확정측량 이전 단계에서 멈춘 채로 11년간 사업 준공이 지연됐다.
사업이 진행 될 수 없었던 표면적 이유는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기부채납 문제로 알려져 있으나 실질적인 이유는 조합의 채권·채무 문제가 숨어 있었다.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기부채납 문제는 최근 고양시·시의회·지역주민 간의 노력으로 2023년 12월 15일 제279회 고양시의회(제2차 정례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조합의 채무 문제는 여전히 남아 대지권 등기를 위한 사업 준공이 어려웠다.
덕이구역 도시개발 사업은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사업비용을 각출하여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택건설 사업자인 대지주 조합원의 자금을 사용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대지주 조합원은 '청산금의 징수 및 교부'시까지 조합의 부족사업비 지불을 보증하고 청산금 교부 시 모든 채무를 상환하도록 돼있다.
주택건설 사업 시행사인 드림리츠, DW개발, 코프란은 대주단(농협 등 금융기관)에게 약 1조원 이상의 사업비를 차입했고 덕이조합은 도시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시행사에게 약 1400억원의 사업비를 차입해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돼 분양이 어려워지자 대주단이 시행사인 드림리츠에 기한이익상실(대출금 회수)을 통보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중단됐다. 이후 △수분양자 입주거부 소송 △대주단 공매처분으로 인한 공방 △시행사(드림리츠) 파산 △자동집하시설 인수·인계 문제 등 지난 11년간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고 사업은 표류했다.
조합측은 사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채무를 상환할 길이 없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 대주단은 채무를 상환 받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인식하고 매각하기 시작했다.
대주단이 채권을 매각하면서 몇 차례 채권변동을 거쳐 당초 2·3·4단지 시공사였던 신동아건설이 부실채권을 전부 매수했다. 대주단이 단일화되자 조합과 대주단은 수십차례 채권·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여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시는 대주단과 조합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 마침내 시는 지난해 12월 7일 신동아건설 우수영 대표와 면담을 갖고 향후 사업 정상추진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올해 1월 11일 조합과 대주단이 고양시를 함께 방문해 최종협의가 완료되었음을 알려왔고 2월 7일 조합과 대주단이 채권채무해소를 위한 협약을 체결을 완료하며 기나긴 채권채무갈등이 마무리됐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지난 11년간 불안과 고통을 느끼며 지내온 덕이구역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하고 덕이구역 도시개발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돼 매우 기쁘다"라며 "이후 행정절차 이행을 조속히 추진해 하루 빨리 대지권 등기 설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김동우 기자 bosun199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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